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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받는 검찰총장에서 평범한 법조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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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수 전 총장 제이유 변호에 법조계 술렁

송광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회삿돈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다단계 업체 제이유 그룹 주수도 회장 변호를 맡았다는 보도가 나간 20일 검찰청사는 이런 저런 얘기로 술렁였다.

서울 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검찰의 최고수장을 거친 송 총장이 비리 사건을 수임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를 의심 했다"며 상기된 표정을 보였다.

또 다른 고위직 검사는 "사건 수임은 변호사의 자유"라면서도 "송 전 총장이 서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힌 다단계 업체 편에 섰다는 점에서 모양새가 그리 좋지는 않다"며 지긋이 눈을 감았다.

또 다른 검사 역시 "검찰총장이라는 이력 때문에 송 전 총장을 고상한 인격의 소유자라고 오판했던 것 같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가장 큰 박수를 받고 떠난 송광수 전 검찰총장은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후배 검사들의 한숨과 걱정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송 전 총장은 검찰 안팎에서 기대가 컸던 인물이다.

유명한 ''대선자금 수사''로 명성을 날렸던 그는 총장 재직당시 검찰 내에서 가장 존경받고 신망 두터운 인물로 꼽혔다.

"검찰 독립의 초석을 닦았다"는 평가와 함께 일반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의 퇴임 역시도 화제였다.

거물 법조인 ''''모시기''''에 혈안이 된 대형 로펌들의 수많은 제안을 물리치고 또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길을 마다하고 그는 개업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지난 6월 그의 변호사 개업의 변(辯) 역시 인구에 회자됐다.

''''법원이나 검찰을 아예 찾지 않으려고 서초동을 피해 대치동에 자리를 잡았다. 개업을 하더라도 직접 사건 수임에 나서거나 재판업무로 법원에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선언했다.

퇴임한 검찰 고위관계자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줘야

하지만 검찰 주변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검찰총장을 퇴임한 과거 여느 법조인의 뒤를 밟지 않을까하는 걱정이었다.

그리고 1년 뒤 그 우려는 현실로 다가오고 말았다.

거액의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다단계 업체 총수의 변호인으로 나타난 것이다. 가장 존경받는 검찰총장에서 평범한 법조인으로 변신한 순간이다.

그에 대한 남다른 기대와 관심을 가져온 이들에게는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송 총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전직 검찰총수들 역시 현재 대부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검찰이 송 총장의 행보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검찰은 자신을 지휘하던 검찰총장과 맞서야 한다는 점에서 총장 출신 변호사들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직 검찰총장 역시 까마득한 후배들과 법정에서 마주쳐야 하는 현실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한때 고위 법조출신 인사들에게 국가소송을 전담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같은 맥락이다.

법조계의 오랜 고질병인 전관예우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퇴임 후에도 존경받는 법조인으로 남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물론 송광수 전 총장 개인도 전직 검찰총장으로서의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가 퇴임식 때 했던 말처럼 ''''짠맛을 잃은 소금은 아무데도 쓸데없어 밖에 내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라는 진리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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