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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여간 서울대 학내외를 뜨겁게 달궜던 황라열 사태가 그의 탄핵과 함께 일단락됐다.
변화하는 대학 문화의 선도적 아이콘처럼 비춰졌던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 황라열씨가 결국 두 달여만에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 것이다.
황씨는 이미 선거 유세 때부터 백댄서, 배추장사, 음반 회사 대표 이사 등 독특한 이력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실제로 그는 당선 후에도 지금까지의 총학생회와는 구별되는 실리적인 정책으로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허위 이력 의혹을 사게 된 것은 약 보름 전부터이다.
고려대 의대에 입학했다는 사실과 한 언론사 주간지 수습기자로 일했다고 한 게 거짓임이 한 언론사에 의해 밝혀지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이어 성인게임업체 종사와 이 업체로부터 기부금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 마약 장사를 했다는 소문 등이 연이어 제기되면서 황씨의 입지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황씨는 처음에는 적극적으로 학내외 언론들을 상대로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새로운 의혹이 하나씩 늘어남에 따라 황씨의 말은 일관성을 잃기 시작했고, 학생들의 공격이 이어지자 황씨는 잠적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와 가깝게 지내던 학내외 언론인들은 그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그의 신변을 우려하면서도 그가 이 사태를 매듭지을 만한 결정을 내리고 오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황씨의 잠적이 길어지자, 사실 규명에 발벗고 나섰던 학내 언론들은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된다는 사실에 애가 닳았다.
이에 따라 학내 언론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들을 명백히 밝히고자 지난 주 청문회를 열었고, 이들은 이제 황씨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황씨는 닷새간의 잠적을 깨고 나타난 청문회에서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를 하기보다는 말을 바꾸고 변명하기에 급급했다.
백방으로 뛰어 믿을 만한 증거를 찾아 제시하기 보다는 어떤 말로 사람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지 머리 굴리기만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허위 이력 게재에 대해 사과는 하지만 애초 그럴 의도가 없었으니 이해해달라는 식의 고압적 호소는 무책임한 말을 내뱉고 슬그머니 발을 빼는 기성 정치인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5천만원 기부금의 출처가 성인게임업체임이 밝혀지자 기부금이 확정된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 사실이 알려져 무기명 기부금을 못받게 됐다고 남 탓을 하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였다.
황씨가 보여준 행동은 그가 그토록 싫어한다는 기성 정치인들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결국 이 날 청문회는 각 단과대와 과, 반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대의원들이 그의 탄핵을 결심하는 계기가 됐다.
황씨는 또래 대학생들에 비해 나이가 많다. 그만큼 경험도 많고 생각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회는 아직 대학생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학생으로서의 순수함이 바로 그것이다.
너무 앞서 사회를 알아버린 황씨에게 대학이란 물은 아직은 너무 깨끗했던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