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국 동티모르가 내전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25일 또다시 치열한 교전이 발생해 최소 9명이 숨지고 한국인 1명을 포함한 27명이 부상당했다.
한국인 김모씨는 25일 총격전이 벌어지는 시내 중심가를 지나다 목 부근에 총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은 수백명의 외국인들이 출국을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고 있으며 시내에서는 상점들이 문을 닫고 시민들도 집안에 숨어있어 유령도시 같다고 전하고 있다.
800명 규모의 정부군과 전직 군인 600명 간 교전은 구스마오 대통령 집무실과 유엔 사무실 등 딜리 시내 곳곳에서 발생했으며 주택과 상가들이 불에 타 도심 상공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 올랐다.
스테펜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동티모르 군인들이 무장하지 않은 경찰에 총격을 가해 모두 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두자릭 대변인은 군인들이 경찰서를 공격해 협상을 벌인 끝에 유엔 관계자가 나서 무장을 해제하고 경찰을 밖으로 내보내주기로 합의했으나 무장을 해제한 경찰이 경찰본부를 나설 때 총격이 가해져 9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경찰관들이 현재 현지 유엔 건물 내에 피신해 있다"고 덧붙였다.
동티모르 정부는 전직 군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국제사회에 지원병력을 요청했으며, 호주 평화유지군 1진 130명이 25일 수송기 편으로 딜리 공항에 도착했다.
호주 평화유지군은 수일 안에 1,300명으로 증강될 예정이며 뉴질랜드와 포르투갈, 말레이시아 등도 파병을 약속했다.
이번 사태는 동티모르 정부가 지난 3월 전체 병력 1,400명 중 600명을 해고하며 시작됐다.
이번 사태는 동티모르 군대 내에서 과거 독립운동 경력자에 대한 홀대와 지역차별 등이 원인이 됐다.
특히 동티모르는 독립후 군대를 편성하면서 호주와 포르투갈의 자문으로 운영했는데 과거 인도네시아 지배에 맞서 독립운동을 했던 일부 베테랑 전사들이 소외됐고 특히 이들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와 접경한 서티모르 지역 출신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6백명의 군인들이 병영을 이탈해 처우개선과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다 정부에 의해 해고됐었다.
과거 포르투갈 식민지였던 동티모르는 1975년 인도네시아에 합병됐다가 1999년 유엔 감시 아래 치러진 주민투표로 독립을 쟁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