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통일부 장관이 스타일을 구겼다. 자타가 공인한 통일 전문가인 그가 한 발언들이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자꾸만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오후 통일부는 5월 4일부터 평양에서 14차 장관급회담을 연다는 내용의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를 접한 기자들의 눈에는 의외와 놀라움이 역력했다.이번 장관급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사들을 써왔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이 쓴 기사가 오보가 됐는데 이는 통일부는 물론 통일부 장관이 틀린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지난 23일 북한측이 보내온 "탄핵정국에서 벗어나 회담에 임해야한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근거로 장관급 회담이 연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 조심스런 예측에 정세현 장관이 쐬기를 박은 것은 다음날이었다.
정장관은 24일 용천 피해대책 관계 장관 회의에 대한 브리핑 직후 북한이 대 참사를 당한 상황에서 회담이나 하러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언론은 정 장관의 말을 인용해 장관급 회담 연기를 기정사실화 하는 기사를 내보냈고 이는 결국 오보가 돼 버렸다.
회담이 안열린다 열린다를 왔다갔다 하는 사이 회담 준비에 꼬박 한 달을 투자하는 통일부 직원들은 혼란해했고 국민들은, 남북 관계가 삐걱거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 했다.
월요일인 26일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정 장관은 이날 아침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개성공단 기공식이 이번 주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정장관의 말을 인용해 다시 기사를 썼지만 정장관의 말은 또 다시 빗나가고 말았다.
그날 저녁, 개성공단 기공식 당사자인 토지개발 공사가 기공식은 이 달에 열리기 힘들다는 보도 자료를 낸 것이다.
결과적으로 장관의 말은 조변석개가 되고 말았다.정 장관의 말은 지난 23일 한번 더 빗나갔다.
그날 정장관은 주례 브리핑에서 "용천 폭발 사고 원인이 기차 충돌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북한당국은 "사고 원인이 정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질산암모늄의 폭발"이라고 밝혔다
정장관은 해명을 요구하는 기자의 질문에 폭발도 충돌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물론 통일부의 업무가 북한사회의 폐쇄성과 이로 인한 정보의 빈약 상황에서 이뤄져 예측이나 판단이 모두 맞아 떨어지기는 힘든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정 장관의 실수도, 있을 수 있는 일 아니냐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통일부 장관의 실언은,정부의 통일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년간 통일 외길을 걸어오며 때로는 해박한 지식과 놀라운 식견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통일 전문가의 타이틀을 점해 온 정세현 통일부 장관...
통일 전문가인 만큼 뭐든 알고 있고 따라서 자신의 말은 곧 사실이 된다는 자기최면에 혹시 빠져 있지 않은지....다시 한번 돌이켜 보기를 간곡히 바란다.
CBS 정치부 권민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