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라는 판결 이후부터 발생한 의료비는 병원이 유족 측에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7단독 김정철 판사는 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첫 존엄사 판결을 받은 김모(77) 할머니의 유족 이모(56·여) 씨 등 5명을 상대로 미지급 의료비 8,600여만 원을 청구한 소송에 대해, 존엄사에 대한 1심 판결 이전의 의료비 470여만 원만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김 할머니는 지난 2008년 2월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고, 유족들은 6월 법원에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인공호흡기 부착은 의학적 치료로 무의미하다"는 국내 첫 존엄사 판결을 내렸고,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김 할머니는 2009년 6월 인공호흡기를 뗐다.
하지만 김 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뗀 뒤에서 2010년 1월 세상을 뜨기까지 201일 동안 생존했고, 세브란스 병원은 유족을 상대로 이 기간 동안의 의료비 8,6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존엄사 인정 판결이 나왔는데도 이에 불복하고 연명치료를 계속한 기간에 대해서는 가족에게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면서 "연명치료 중단이 결정된 시점이 의사와 환자 사이 의료계약이 끝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