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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자치단체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 왜 우려스러운가?"



정치 일반

    [Why뉴스] "자치단체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 왜 우려스러운가?"

    '박정희 신격화' 비판 받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 마이너스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박정희 전 대통령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한 박정희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다. 경북 구미시를 '박정희 시'로 바꾸자고 하더니 이번에는 김천(구미)역을 박정희 역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경북 구미에 있는 '박정희체육관'을 '구미시민체육관'으로 바꾸겠다는 공약도 나왔으며 포항에서는 '영일만항'을 포스코 설립자인 '박태준항'으로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이런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들의 '박정희 마케팅'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 이름을 딴 공원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은 공원으로 변경하거나 새마을운동 공원을 만들거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방선거 후보들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의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은 결과적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이너스 효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않다.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은 결국에는 '박정희 신격화', '박정희 우상화'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자치단체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 왜 우려스러운가?"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구미시를 박정희 시로 하자더니 이번에는 구미역을 박정희 역으로 하자는 건가?

    = 그렇다. 지난주 김현정 앵커와 인터뷰를 했던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가 이번에는 고속철도(KTX) 김천(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박 예비후보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차역으로 김천(구미)역이나 천안아산역처럼 두 도시 명칭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코미디"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이 있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바꿀 경우 그 관문인 김천(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바꾸는 건 당연하다"라고 제안했다.

    박 예비후보는 "박정희역으로 개명하자는 것은 5,000년 가난의 한을 풀어준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을 기리고, 잊혀져가는 역사를 바로 알게하기 위함"이라면서 "신경주역을 김유신역으로, 천안아산역도 이순신역으로 바꾸도록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도지사 예비후보 (자료사진)

     

    ▶ 박승호 예비후보가 이렇게 '박정희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뭔가?

    = 저도 궁금해서 박 예비후보에게 언제부터 박정희시로 바꾸자는 생각을 했냐? 라고 물으니까 "오래됐다"면서 "포항시장 시절에도 간부회의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 예비후보는 "포항시장으로 재직하면서 포항의 5호 광장을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의 호를 따서 '청암광장'으로 했고 시민도서관의 이름을 포은 정몽주의 호를 딴 '포은 도서관'으로 했다"면서 "구미시가 없었더라면 포항시를 박정희시로 하자는 그런 제안을 했을 것"이라고 설명을 했다.

    그래서 인지도가 낮은 걸 극복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차원이었느냐? 라고 물으니 "도지사 선거에 나가겠다는 결심을 하기 이전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다"면서 "이렇게 논란이 커질 줄은 생각도 못했다"라고 대답했다.

    ▶ 그런데 다른 후보들도 '박정희 마케팅'을 한다는데?

    = '박정희 마케팅'은 박승호 예비후보 처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을 붙이자는 경우도 있고 거꾸로 이미 있는 '박정희 이름'을 바꾸자는 경우도 있다.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 재선을 노리는 녹색당의 김수민 시의원은 '박정희 체육관'을 '구미 시민체육관'으로 바꾸겠다는 공약을 했다. 김수민 시의원은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돈을 모아 체육관을 지었다면 이름을 그렇게 지어도 되지만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립체육관의 이름은 그에 맞게 붙이는 것이 맞다"며 "체육관 이름을 구미 시민체육관으로 바꾸는 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01년 개관한 '구미 실내체육관'은 구미시와 시의회가 2002년 조례를 개정해 이름을 '박정희 체육관'으로 변경했다.

    또 이창균 포항시장 예비후보는 포항의 영일만항을 포항제철(POSCO)의 신화를 이루어낸 박태준항으로 개명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아마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선거전이 본격화 될 경우 '박정희 마케팅'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자치단체들도 박정희 마케팅을 한다는데?

    = 지방자치단체의 '박정희 마케팅'은 지난해 2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새마을 테마공원 조감도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본군에 입대하기 전 소학교(초등학교) 교사시절 하숙집이 '청운각'이라는 이름으로 박정희 기념관이 됐다. 청운주막도 있는데 대통령 국밥, 대통령 칼국수 등등의 메뉴가 있다.

    강원도 철원군 군탄리에는 군탄공원은 5.16 쿠데타 이후 대통령 선거에 나선 박정희 대장의 전역식이 열린 곳인데 1976년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었다가 1988년 '군탄공원'으로 바뀌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자 다시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경기도 울릉군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하루 머물다가 간 군수관사를 기념관으로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경주시에서도 '박정희 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는 '박정희 생가' 있는데 해마다 10월 26일과 11월 14일에 추도제와 탄신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하고 있다. 여기에는 '박정희 생가 공원'이 있는데 이 인근에 '민족중흥관'이 개관한데 이어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이 추진되고 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둘러싸고 경북 청도군과 포항시가 논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기념관에 이어 공원조성에서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로 새마을운동 발상지라며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여 청도군은 '새마을운동 발상지 테마공원'을 포항시는 '새마을운동 체험공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청도 280억 원을 들여 박 전 대통령이 5.16 쿠데타를 전후해서 3년여간 살았던 신당동 가옥을 '박정희 기념공원'으로 추진하다 잠정 중단한 상태다. 국비지원 50%와 서울시 지원 20%, 구청 예산 30%로 계획을 세웠지만 국비와 서울시 예산 지원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 역시 지방선거를 겨냥한 자치단체장들의 개발 사업이다.

    ▶ 생가에, 하숙집에, 하루 머문 군수관사까지 기념관을 세운다는 건 지나친 것 아닌가?

    = 과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은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미 신의 반열에 올랐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구미생가 (사진=구미시청 제공)

     

    남유진 구미시장은 지난해 11월 14일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탄생 기념식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역시 반인반신이다. 하늘이 열린 천운이라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라고 반인반신을 언급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반인반신으로 칭하는 건 이미 생가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 건립취지문에 '반인반신의 혜안으로'라는 말이 들어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어난 날을 기리는 행사가 2009년부터 '탄신제'라는 이름으로 열리고 있다. 그 전에는 숭모제라는 이름으로 행사가 열렸는데 남유진 구미시장이 이름도 '탄신제'로 바꾸고 예산지원도 늘리면서 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머니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옥천에서도 숭모제가 열리고 있다.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구미갑) 의원은 지난해 탄신행사에서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며 추도사를 읽기도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인 신동욱 전 백석문화대 교수는 지난 1월 <신이 된="" 대통령="">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장인인 박 전 대통령을 '신'으로 표현했다. 신 전 교수는 책에서 "구미시를 조국근대화의 아버지요, 새마을운동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킨 세계적인 지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이름을 딴 박정희시로 바꾸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렇게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의 반열로 올려놓았으니 이를 바탕으로 한 '박정희 마케팅'은 당연한 수순이다.

    ▶ 왜 이렇게 '박정희 마케팅'을 하는 거냐?

    = 지방선거 후보들이 '박정희 마케팅'을 하는 건 일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만큼 우리 현대사에서 논란이 뜨거운 대통령도 드물다. 18년이나 장기집권을 하면서 근대화와 산업화라는 공이 있는 반면에 유신독재로 장기집권의 길을 열었고 긴급조치 남발로 민주주의를 말살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특히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건 그만큼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사실 경북도지사 선거가 전국적인 관심을 끌게 된 것은 박승호 전 포항시장의
    '박정희 마케팅'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박승호 예비후보는 포항시장 재선에 성공했지만 구미시장 3선을 거쳐서 경북지사 3선에 도전하는 현 김관용 지사나 국회 사무총장을 지낸 3선 의원 출신인 권오을 예비후보에 비해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그런데 이번 '박정희 마케팅'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했으니 지금까지는 성공한 전략이다.

    두 번째는 일종의 충성경쟁이다. 경북 도지사 선거는 누가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충성도를 보여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아주 각별하기 때문에 '박정희 마케팅'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한 자치단체장은 "아마도 공천을 받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보여서 뭐라도 해보자는 그런 의도가 있었을 것"으로 분석을 했다.

    ▶ 왜 이런 현상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냐?

    = 선거가 다가오면 여당에서는 항상 현직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논란이 빚어져 왔다. 공천을 따내기 위해서는 현직 대통령의 의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새누리당에서는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박심'논란을 벌이고 있다. 각 광역단체 예비후보들마다 '박심'을 강조한다.

    이런 정도는 매번 있어온 일이니까 있을 수 있는 일로 넘길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 생가를 복원하는 일은 전직 대통령 대부분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 그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때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그렇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과도한 '박정희 마케팅'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아마 자치단체의 사업을 보면서 드는 느낌은 북한의 '김일성 신격화' '김일성 우상화'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신격화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아버지를 신격화 한다는 비판을 받게 할 것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둘러싼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신격화를 한다는 건 비판을 자초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기 이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였지만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욘드 박정희'를 해야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새로워 질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박정희 대통령 시대 과오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국민대통합 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를 비롯한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일어나는 박정희 신격화는 그런 사과나 고통을 치유하는 일과는 동떨어진 쿠데타를 찬양하거나 독재를 미화하는 일로 이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이 단호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청에서 신당동에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한다고 했을 때 박 대통령은 "국가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 세금을 들여서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을 했다. '해서는 안 된다'거나 '하지 마라'는 정확한 메시지가 아닌 "세금을 들이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애매한 언급을 한 것이다. 이래서는 '박정희 신격화'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공자는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다"고 했고 한비자는 "예가 지나치면 아첨이 된다"라고 했다.

    '과공은 비례'이고, '비례는 물시'하라고 했다. 지나친 박정희 마케팅은 오히려 역사적으로 공과 과가 뚜렷한 박정희의 공을 깎아 내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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