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교통사고 발생률 1위 오명을 갖고 있는 부산 황령터널에서 여전히 2~3일에 한 번꼴로 교통사고가 나면서 부산 최악의 교통지옥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황령터널의 구조와 이용 차량의 패턴 상 차량 사고가 많이 날 수밖에 없고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황령터널, 사흘에 한번꼴 사고 발생해운대에서 김해까지 출퇴근하는 윤지원(37)씨는 매일 아침 황령 터널을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인다.
일단 광안대교 서면 방면 출구부터 차가 조금 밀린다 싶으면 십중팔구 황령터널 내 사고가 나 있기 때문.
기본 1시간 이상은 무조건 지각이지만, 사고를 미리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우회 길도 없어 매일 출퇴근길이 악몽 같다.
윤씨는 "새벽 6시 30분에 출근하는데 일주일에 2~3번은 지각을 한다. 일찍 나선다고 해서 사고나 정체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고로 멈춰 있는 차량을 또 추돌하는 등 2차 사고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터널에서 꼼짝없이 30분 이상 있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한숨 쉬었다.
황령터널에서 발생한 사고 현황을 보면 2011년 109건, 2012년 139건, 2013년 131건으로 거의 사흘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터널 내 고장으로 차량이 멈춰선 사례도 2011년 86건, 2012년 72건, 2013년 71건으로 거의 1.5일에 한 번씩은 터널이 꽉 막히는 셈이다.
올해도 사고만 1월 10건, 2월 8건으로 사흘에 한 번씩 차량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터널 양방향 가운데 전포 방향 출입구에서 발생한 사고는 2011년 100건, 2012년 124건, 2013년 105건으로 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 사고 잦은 이유? 단거리 + 장거리 이동 교통 혼재이처럼 황령터널에서 차량 사고가 잦은 이유는 먼저 이용 차량의 급증을 꼽을 수 있다.
황령터널은 동서고가로, 광안대로, 중앙로, 수영로, 번영로 등 간선도로가 이어져 있어 2012년 9만 7천여 대가 이용했고 올해는 주말 평균 이용 차량이 10만대에 이른다.
또, 단거리와 장거리 이동 교통이 혼재돼 있는 것도 원인이다.
즉, 저속으로 달리는 도심 간 접근 교통과 고속으로 달리는 이동 교통이 뒤섞여 차의 속도가 제각각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출구를 나가자마자 시속 50km 이상을 단속하는 과속 카메라가 있고, 전포방면의 경우 출구 직전에서 동서고가로와 문전 교차로로 이동하는 차량이 차선을 바꾸는 등 혼잡이 빚어져 사고를 부추긴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지역에는 산이 많아 터널 이용 차량이 많다. 특히 황령터널은 총 길이가 1.83㎞로 다른 터널보다 길이가 월등히 길고 약 30도의 경사도로 굽어 있어 앞차의 진로를 예측하기 힘들다. 사실상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교통량, 구조적인 도로 문제를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제3황령터널, 문전 교차로 지하화 '하세월' 대책 마련 시급
문제는 대연혁신지구에 이어 부산국제금융센터가 들어서면 교통 수요가 폭증해 이같은 터널 내 사고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부산시는 2002년부터 제3 황령터널을 민간자본 유치로 건설할 것을 추진해왔지만, 약 2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비용 탓에 선뜻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손을 놓고 있다.
그나마 검토됐던 문전교차로 지하 차도화 사업도 설계 용역비가 전액 삭감되는 등 사업 우선순위가 계속 밀려 '하세월'이다.
부산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일단 항만 배후도로 사업이 부산에서 가장 시급한 도로 교통 정책 현안이기 때문에 황령터널 문제는 계속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제3 황령터널도 2002년 초 천억원으로 추정되는 건설비용이 지난해 2천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들어갈지 예측하기 힘들어 건설사들이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