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의 성공 스토리를 다룬 영화는 상대에게 패를 보여 주고 치르는 불리한 게임과 비슷해 보인다. 성공이라는 말이 내포한 의미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이미 그 이야기의 행복한 결말을 아는 까닭이리라.
그래서일까, 이런 류의 영화는 클라이맥스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이 성장하면서 겪는 희로애락을 흥미롭게 묘사하는 데 충실하다. 이는 관객들이 그 인물에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인데, 잘 다져진 공감대는 극의 클라이맥스에서 절정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 폴 포츠의 인생역전 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옮긴 '원챈스(One Chance)'는 이러한 영화문법을 충실히 따른 영리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폴 포츠(제임스 코든)의 인생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동네에서는 어릴 적부터 친구들의 놀림과 구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집에서도 "평범하게 공장 노동자로 일하면서 가정을 꾸리라"는 아버지와 마찰을 빚기 일쑤다.
그런 그는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연인 줄스(알렉산드라 로치)의 도움으로 커다란 용기를 얻게 되고, 꿈을 이루고자 이탈리아 베니스의 음악학교에 입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우상이기도 한 전설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를 만나 재능을 뽐낼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게 된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폴 포츠는 어릴 적 왕따를 겪은, 영국의 평범한 휴대폰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가 된 인물이다. 어쩌면 고통과 슬픔으로 가득했을 그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로맨스를 곁들여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관객들의 지지를 받을 듯하다.
영화 '원챈스' 언론시사회가 4일 오후 서울 용산CGV에서 열린 가운데, 시사 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페라 가수 폴 포츠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4일 서울 용산역 인근에 있는 CGV용산점에서는 원챈스의 언론시사가 열렸는데. 시사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는 내한한 폴 포츠가 참석해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본 소감을 전했다.
폴 포츠는 "이번이 열한 번째 한국 방문인데 영화 홍보를 위해 긴 시간을 함께 하게 됐다"며 "극중 제 역할을 맡은 배우 제임스 코든이 코미디, 드라마 요소를 잘 소화했는데, 외모 면에서 봤을 때 저와 흡사하지만 저보다는 낫다고 본다"고 전했다.
그는 "관객 앞에서 노래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한데 어린 시절에는 전혀 자신감이 없었고, 노래는 단지 피난처였기에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영화에서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에 지원한 것도 동전을 던져 결정한 것으로, 열네 살의 나에게 지금처럼 영화를 홍보하고 노래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미쳤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극중 폴 포츠는 일생일대의 기회 앞에서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좌절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등 설상가상으로 불행이 겹치고 또 겹친다.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거짓일까.
이에 대해 폴 포츠는 "평소에도 항상 넘어지고 부딪히고 하는데 이런 점이 영화에도 잘 나타났고, 실제는 영화보다 더욱 심하다"며 "이번에 한국에 와서도 호텔에서 식사를 하다가 간장을 셔츠에 쏟았다"고 했다.
영화는 극 중간 중간에 폴 포츠와 인연이 깊은 오페라 노래들을 집어넣어 그의 삶을 마치 한 편의 오페라처럼 꾸미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네순도르마(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인데, 실제 폴 포츠가 2007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부른 곡이기도 하다.
폴 포츠는 "네순도르마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 처음 들었는데, 한 왕자가 결혼할 생각이 없는 공주의 마음을 바꾸기 위해 끈기 있게 매달리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며 "삶의 목표는 스스로의 노력과 사랑하는 사람의 도움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이 영화의 메시지처럼, 자신을 제약하는 장벽을 없애고 자기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이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