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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우리 아빠만 아니길 바랐는데…"

    • 2014-02-2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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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폭탄테러 현장 '살신성인' 제진수씨 딸 인터뷰

     

    "처음엔 우리 아빠만은 꼭 살아줬으면 하고 생각했어요. 희생자가 4명이라고 해서 아빠는 포함되지 않았기를 기도했어요."

    이집트 폭탄테러 현장에서 온몸으로 테러범을 막아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자신은 숨진 제진수(56)씨의 둘째 딸 래미(26)씨는 비보를 접한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놨다.

    래미씨는 "저보다 아버지와 더 오랜 세월을 같이한 엄마, 55년 동안 아빠를 봐 온 고모, 삼촌들이 더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모두 안타깝고 슬프다"고 말했다.

    래미씨는 역설적으로 '감사하다'는 말도 거듭했다. 끔찍한 고통 속에서 '감사할 것'을 찾아내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 엿보였다.

    "언니가 마침 출장 중이라 엄마 곁에 있을 수 있었던 것, 아빠가 고통 없이 가신 것, 그리고 많은 분이 위로와 기도를 해주시는 것 모두 감사드립니다."

    고인은 생전 이집트 한인 사회에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나이'로 통했지만 가족에게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였다. 30년 가까운 결혼 생활 동안 부인 송귀연(58)씨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고 한다.

    래미씨는 폭탄테러 이후 아버지 시신이 잠시 안치됐던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도 추억이 있다. 휴양지인 그곳에 래미씨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손에 끌려 여행을 갔었기 때문이다.

    래미씨는 "아빠가 운전해서 트렁크에 밥솥과 짐을 싣고 다니면서 별 세 개 짜리 허름한 호텔에서 잤다"며 "엄마는 물을 무서워해 숙소에서 쉬고 아빠랑 딸들만 놀러 갔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고인을 위해 유가족은 사고 이후 시신과 함께 자동차로 십여 년 전 같은 여행길을 한 바퀴 돌아봤다.

    "아빠가 의인이었고 용기 있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감사하면서도 쏟아지는 관심이 익숙지는 않아요. 위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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