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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남은 이들의 슬픔 속에서'…의인 제진수씨 빈소

    • 2014-02-20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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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 진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어요. '형수님 저 왔어요.' 하고 그 키 큰 사람이 95도로 인사하는 모습이…"

    20일 오후 8시 이집트 폭탄 테러 현장에서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한 제진수(56)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삼성의료원. 한 유가족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고인의 시신은 부인 송귀연씨와 두 딸 나리·래미씨와 함께 이날 오후 8시께 서울 삼성의료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고인은 현지 가이드 겸 여행업체 사장으로, 이집트 폭탄 테러 현장에서 테러범을 온몸으로 막아 희생자를 줄이고 정작 자신은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의인(義人)의 죽음은 숭고했다.

    그러나 남은 가족들에게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아버지, 남편, 동생을 떠나보내야 했다.

    빈소 밖에서 만난 고인의 이종사촌 동생 탁모(54)씨는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탁씨는 "어제까지 몰랐다. 형이 카이로로 간 뒤로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어제 뉴스를 통해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고인과 10여년 전 카이로에서 함께 일했다는 황모(56)씨는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황씨는 "고인은 강직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해 카이로 한인 사회에서 '정의의 사나이'로 통했다"고 회고했다.

    황씨는 고인에 대해 "능히 그러고도 남을 분"이라며 "사고 당시 0.0001초의 순간에 그 사람의 천성대로 행동했다. 대부분 자기가 먼저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인 가족은 20여년 전 카이로로 이주했다. 처음엔 낯선 타향에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 지인은 전했다. 고인은 성실히 삶을 살아온 덕에 현지에서 중견 여행업체를 꾸리게 됐다.

    고인은 한국인 여행객들과 현지 한인 사회에서 신망이 두터웠다. 고인이 운영하는 여행업체를 한 번 찾은 여행객들은 10년이 지나도 다시 찾을 정도였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제씨를 이집트에서 알게 됐다는 한 지인은 "고인이 사람들에게 성심성의껏 잘했다"며 "여행사에서 쇼핑을 강제로 데리고 다니지 않고 도시락도 자신의 식당에서 만들어주니 여행객들이 참 좋아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고인의 장례식은 기독교식으로 엄숙하고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유가족들의 정중한 요청으로 취재진의 접근도 통제됐다. 제씨의 발인은 오는 22일 오전 10시 30분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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