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성지순례를 하다 폭탄 테러를 당한 피해자들이 심리적 불안감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폭탄 테러에 당시 크게 다치지 않아 19일 오후 귀국한 충북 진천 중앙교회 신도 15명.
귀국길로 이집트 현지에서 숨진 고 김홍열(63, 여)씨의 분향소를 찾아 눈물을 흘렸던 이들은 교회 측이 준비한 병원 치료도 미룬 채 집으로 향했다.
병원 치료보다는 우선 마음의 안정이 필요했던 것.
하지만 꿈에서도 그리던 집에서의 하룻밤도 끔찍했던 테러 현장의 기억을 지우지는 못했다.
차기호(57)씨는 20일 청주CBS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잘 때 식은땀도 나고,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이나 부상당한 분들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애써 위안했다.
차 씨는 또 "큰 외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후유증이 우려돼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일부 신도들은 "사고 당시를 떠올리는 것조차 두렵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19일 귀국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가졌던 임정순(50·여)씨 역시 "사고 직후 다친 사람을 응급치료하면서 숨진 사람들을 봤는데 너무 처참했다"며 "잠자리에 들면 이분들이 자꾸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들었다"고 호소했다.
{RELNEWS:right}임 씨는 "돌아가신 분들은 여행 중에 친절하게 잘 대해줬고, 많은 교감도 나눴다. 이분 들을 생각하면 죄책감 마저 든다"고 말했다.
진천 중앙교회 관계자는 "먼저 도착한 신도들은 병원 치료보다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치료를 미뤘다"며 "외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사고 당시의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회 측은 이들의 상태를 파악해 병원에서 정신적, 심리적 치료 등을 받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