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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학력위조 의혹' 서울音大 교수, 해명조차…



사건/사고

    [단독]'학력위조 의혹' 서울音大 교수, 해명조차…

    프랑스 국립음악원 "전혀 본 적 없는 문서"…서울대측 "계속 확인중"

     

    '학력 위조 의혹'에 휩싸인 서울대 성악과 박모(49) 교수가 받았다고 주장한 프랑스 크레테이 국립음악원의 '학위'는 학교에서 공식 발급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교수는 CBS노컷뉴스의 지난 1월 24일자 <서울音大 유명교수="" '학력="" 위조'="" 의혹=""> 보도 직후 "해당 학교에 다니거나 전액 장학금을 탄 적은 없다"고 보도 내용을 시인하면서도 "당시 학장이 졸업에 준하는 학위를 개인적으로 줬다"고 해명해왔다.

    박 교수가 '학위'라고 주장하는 문서는 지난 2000년 당시 크레테이 음악원 학장이던 프랑수아 로베르 지롤라미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 Diplôme D'etudes Musicales'(음악 연구 디플로마).

    박 교수가 '학위'라고 주장하는 지난 2000년 당시 크레테이 음악원 학장이던 프랑수아 로베르 지롤라미 교수로부터 건네받은 ' Diplôme D'etudes Musicales'(음악 연구 디플로마). 이 문서에는 '섹시옹 엑스떼흐날 에뀌발롱'(session exterieure déquivalence), 우리 말로는 '외부강의(청강) 동등 확인서' 혹은 '특별학기 동등 학위' 정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문서에는 '섹시옹 엑스떼흐날 에뀌발롱'(session exterieure déquivalence)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우리 말로는 '외부강의(청강) 동등 확인서' 혹은 '특별학기 동등 학위' 정도로 풀이된다. 박 교수는 이 문서와 함께 "이 서류를 발급해줬다"는 당시 학장의 확인 편지를 받아 서울대 본부측에 제출한 상태다.

    지롤라미 전 학장은 지난달 28일 서울대 측에 보낸 편지에서 "연주와 오디션을 통해 동등 학위를 부여하게 됐다"며 "이 학위는 일반 외부 지원자들을 위한 학위로서 학과 과정을 이수할 의무가 없는 동등 학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학위는 연주자의 전문가적인 역량을 증명해주며, 일반 대학교의 졸업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미스터 박의 이 학위는 완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000년 여름 이 증명서를 발급하기 위해 2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오디션을 열어 박 교수를 심사했다"며 "그 결과 크레테이 음악원의 성악과 음악 연구 디플롬의 동등 학위를 수여받았다"는 확인서도 동봉했다.

    ◈크레테이 음악원 "전혀 본 적 없는 문서"

    프랑스 크레테이 국립음악원 전경

     

    하지만 크레테이 국립 음악원은 문제의 '외부강의 동등 확인서'에 대해 '정체불명'이란 입장을 나타냈다.

    음악원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학장 서명이 있긴 하지만 이같은 문서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모 교수의 시험 기록은 물론 졸업 날짜 등 학적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이 문서의 내용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경로로 발급됐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에서 공식 발급한 적이 없으므로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사(私)문서'란 얘기인 셈이다.

    앞서 박 교수의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된 직후인 지난달말쯤 신원불명의 한 여성이 음악원에 찾아와 해당 문서 사본을 건넨 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악원측은 "우리 학적은 물론, 콩쿠르 등 중간 시험과 입학·졸업 시험 그 어디에도 박 교수의 이름은 없다"며 "이미 우리 학생이 아니었다는 확인서까지 발급했는데 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교수가 학위를 받았다던 2000년 당시 음악원의 유일한 성악과 교수였던 마리아 사르코바 씨도 전화 통화에서 "나는 박 교수를 전혀 모르고 기억이 아예 없다"며 "음악원에 알아보라"고 못박기도 했다.

    크레테이 음악원은 성악과 전체 학년을 다 합해야 20명 안팎일 정도로, 국립이긴 하지만 작은 학교다.

    ◈"학적에 전혀 근거 없는데, 어떻게 효력 있을 수 없나"

    성악계 관계자들은 해당 문서에 대해 "학장 재량으로 개인에게 준 편지나 증서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령 학장이 박 교수를 우수하게 평가해 개인적으로 줬다 하더라도, 학교 측에 해당 문서에 대한 발급 기록이 없고 교무 담당자 등도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교수가 음악원측으로부터 공식 확인을 받지 않는 한, 이제는 개인일 뿐인 이전 학장으로부터 받아낸 확인서는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가령 동사무소에는 주민등록 기록이 전혀 없는데도 "전직 구청장에게 떼어왔으니 사실"이라며 확인서를 내미는 식이란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학적에 남지 않은 서류가 학위로서 효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게 질문 자체가 성립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물론 일부 학교의 경우엔 졸업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기부를 하거나, 학교 발전을 위해 힘쓴 사람에 한해 명예 졸업, 명예 박사를 수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당연히 학적에 남게 돼있으며, 학적에 없는 졸업장은 어떠한 효력도 없다는 건 '상식'이란 얘기다.

    또다른 학계 전문가는 "만약 서울대 음대학장이 학교를 다니지도 않은 사람에게 개인적으로 '졸업에 준한다'는 서류를 줬고, 이를 받은 사람이 공식 학위로 공채 과정에 제출했다면 서울대나 해당 학교에서 가만히 있겠느냐"며 반문했다.

    프랑스에서 오랫동안 유학한 성악계 관계자도 "개인적으로 학위를 주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며 "학위로서 인정받으려면 해당 학교의 확인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지적했다.
    크레테이 국립음악원 디렉터인 올리비에 메호 씨가 CBS노컷뉴스의 질의에 대해 보낸 공식 답변서. 메호 씨는 "우리 학교에서 '미스터 박'이 전혀 교육받은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하단에 서명한다"고 밝혔다.

     


    ◈공식 문서와 다른 점도 잇따라 발견…졸업생들 '분노'

    크레테이 음악원을 졸업한 사람들도 박 교수가 받았다는 문서에 대해 석연치 않다는 입장이다.

    졸업생 A 씨는 "에끼발롱(équivalence)이란 해외로 유학간 경우, 국내 대학원에서 이미 들었던 과목을 면제해주는 것"이라며 "학적에 남지도 않은 외부 오디션을 보고 학위를 받았다는 건 특혜나 비리임을 자인하는 셈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해당 문서에는 "이 상은 자율지원자의 다음과 같은 요소를 수반함"(Cette récompense comprend les Unités suivantes en candidat libre)"이라고 적혀있지만, 어떤 요소를 수반하는지는 전혀 명시돼있지 않다.

    또 문서에 찍힌 학장 직인도 음악원의 다른 공식 문서와는 형식이 다르다. 공식문서는 학위 수여자의 생일과 발급 시점이 년월일까지 기재돼지만, 'Session: 2000' 식으로 연도만 적혀있고 박 교수의 이름만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음악원 측이 "당시 학장 서명이 있긴 하지만 이같은 문서를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졸업생들은 또 "실제 다니지 않고 학장 개인에게 학위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학교가 절대 아니다"라면서 울분을 표시한다.

    지난 2000년대 초중반 크레테이에 다녔다는 B 씨는 "국내 대학처럼 교양·필수 과목들이 있어, 이를 이수하지 않으면 졸업 시험을 치를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매주 6시간 이상 3년간 수업을 들었다는 C 씨도 "만약 박 교수가 주장하는 학위 취득 방식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어느 누가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겠느냐"고 했다.

    졸업생들은 또 "해당 문서에 박 교수가 이수했다고 적힌 '오페라, 무대미술'이란 과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노래 오디션 한 번 보고 디플롬을 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채용에 결정적 여부 떠나 이런 문서 낸 것 자체가 양심의 문제"

    박 교수는 학력 위조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004년 성악과 교수 공채 당시 제출했던 크레테이 국립음악원과 이탈리아 페스까라 고등음악원 디플롬은 어차피 교수 채용에 있어 결정적인 요건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교수 채용 조건인 석사 학위(서울대 대학원) 소지자로서 음대 인사위원회가 인정하는 해외 오페라를 5회 이상 공연한 경력, 즉 '박사학위 상응경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린다. 한 관계자는 "대학 교수에 지원하려면 석사 학위는 기본이고 다른 지원자들과 변별력이 없다"며 "학위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해외 국립음악원 디플롬은 커다란 잇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의 '학위'가 채용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문서를 굳이 제출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다른 성악계 관계자는 "박 교수나 지롤라미 씨의 설명대로 '디플롬과 동등한 자격증'이라면 경력에 해당하는 것이지, 학위가 아니다"라며 "그런데도 이런 문서를 제출한 건 자질에 앞서 양심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의혹이 제기된 이후 진상조사에 착수한 서울대 측은 문제의 '학위'에 대해 여전히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교무처 관계자는 "당시 학장이 줬다는 디플롬 사본과 확인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구두로 보고받았다"며 "음악원측에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레테이 국립음악원은 이미 "우리 학교에서 '미스터 박'이 전혀 교육받은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며, 현 학장인 올리비에 메호 씨의 서명이 담긴 공식 답변서를 CBS노컷뉴스에 보내온 바 있다.{RELNEWS:right}

    이번에도 CBS노컷뉴스는 당사자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수 차례 연락했지만, 박 교수는 이달초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는 한 통의 문자 메시지만 남긴 채 일체의 해명이나 연락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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