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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잡' 제작자 "미국 극장가 기록적 흥행은 전략의 승리"



영화

    '넛잡' 제작자 "미국 극장가 기록적 흥행은 전략의 승리"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이사 "질 좋은 콘텐츠와 효과적 마케팅 조화 적중"

     

    우리나라 자본과 기술력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넛잡: 땅콩 도둑들'(이하 넛잡)이 미국에서 17일(현지시간) 개봉한 이래 2주 연속 현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세계 시장을 겨냥해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제작비인 450억 원을 들인 넛잡은 미국에서 개봉 열흘 만에 흥행수익 4027만 달러(약 436억 원)를 거둬들였다.

    종전 미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인 '디워'(2007)의 총매출(1098만 달러)도 단 이틀 만에 제쳤는데, 앞으로 매출 6000만 달러까지 넘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애니메이션 천국인 미국에서도 흥행 수익 6000만 달러 이상을 기록한 작품은 불과 100여 개, 그것도 디즈니 등 거대 메이저 스튜디오의 작품이 대다수라는 점에서 넛잡의 성과는 남다르다.

    전 세계 120개국에 선판매된 넛잡은 미국에 이어 29일 우리나라에 선보인다. 국내 개봉을 앞둔 넛잡의 제작사인 ㈜레드로버 하회진(47) 대표이사를 27일 서울 논현동에 있는 영화홍보사 영화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이사(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간단하게 약력을 소개하면.
     
    "1967년생으로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미국에 있는 반도체 장비회사에서 5년 동안 첫 직장 생활을 했고, 퇴사 뒤에는 한국에 들어와 같은 업종에서 다시 5년간 일했다. 그러다가 2004년 6월 레드로버를 설립했다."

    - 레드로버는 어떤 회사인가.

    "초창기에는 하드웨어인 3D 모니터를 만들어 판매했는데, 우리 제품이 영화 '아바타'의 후반 작업에도 쓰일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제품의 성능을 검증해 줄 만한 콘텐츠가 필요했다. 처음에 아케이드 게임(동전 등을 넣고 하는 게임)에 적용하면 어떨까 해서 개발한 게임으로 2006년 문화부장관상도 받았다. 그런데 당시 동네 오락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다른 콘텐츠를 구상하다가 2007년 애니메이션으로 눈을 돌렸다.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3D 모니터 판매를 위한 총알로 생각했던 셈이다."

    - 애니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는.
     
    "캐나다의 애니 제작사인 툰박스와 협업을 하면서 2008년 아예 해외 시장을 겨냥한 3D 입체 TV 시리즈물인 '볼츠와 블립'을 만들어 110개국에 판매했고 '비트파티'라는 시리즈물도 남미 시장에 수출했다. 국내에서는 두 편 모두 KBS에서 방영됐다. 사실 TV 애니 시리즈는 전 세계 방송국에 모두 판매해도 제작비를 거둬들이기 힘들기 때문에 향후 캐릭터 상품 등 부가판권 수익을 기대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래서 극장용 애니에 관심을 갖게 됐고 넛잡을 기획했다.

    - 레드로버와 툰박스는 어떤 관계인가.
     
    "애니 제작에 뛰어들면서 우리는 툰박스와 향후 10년간 모든 프로젝트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우리가 기획을 하면 툰박스에서 각본을 쓰고, 툰박스에서 제작을 관리 감독하는 슈퍼바이저를 뽑으면 우리가 제작 스케줄을 총괄하는 프로듀서를 투입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부터 애니 제작 하청을 받았는데, 미국과 접해 있는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가 상생하는 셈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세계 시장을 겨냥했는데, 그쪽 문화도 잘 모르면서 무리해서 하지 않아도 되는 데는 툰박스가 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가 정보를 공유하면서 효과적인 공동 제작 여건을 만든 것이다."

    - 450억 원이라는 큰 돈을 들인 데는 확신이 있었던 듯하다.
     
    "2007년 애니 제작과 관련해 외국 회사로부터 컨설팅을 받았는데, 2006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제작되는 극장용 애니의 80%가량이 본전 이상의 수익을 내더라. 산업적인 측면에서 안정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이러한 애니는 대부분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것이라는 데 한계가 있었다. 미국에서 2000개 이상 극장에 영화가 걸리는 것을 와이드 릴리즈라고 하는데, 2000~3000개 사이를 잡아도 수익을 많이 못 내더라. 이 점에서 3000개 이상 극장에 걸어야 한다고 판단했고, 메이저 스튜디오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쌓는 과정에서 규모가 커졌다."

    하회진 ㈜레드로버 대표이사(노컷뉴스 이명진 기자)

     

    -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이유는.
     
    "미국은 전 세계 애니 시장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중국, 인도 , 남미 시장이 추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시장은 2% 아래다. 일단 검증을 받으려면 미국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사실 제작비 450억 원은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만드는 작품의 절반 이하로, 거의 인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빠꼼이'(눈치가 빠르고 약은 사람)인 미국 배급사가 이례적으로 자비 2000만 달러 이상을 쓰면서 넛잡을 미국 전역 3427개관에 개봉시켰다는 것은 그들이 흥행에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넛잡의 퀄리티는 높다."

    - 2016년 1월15일 넛잡의 속편 개봉이 확정됐는데.
     
    "넛잡의 미국 배급사인 오픈로드가 일찍 발표한 이유는 마케팅 면에서 속편이 1편의 인지도를 이어갈 수 있는데다, 다른 경쟁작들이 이 시기를 피해간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속편 개봉이 발표돼 오픈로드의 신뢰도가 걸린 문제가 됐으니 제작 과정에서 이제는 우리가 갑이 된 셈이다. 오픈로드의 투자도 적당하게 받아가면서 간섭도 최소화 할 계획이다. 속편 제작비는 5000만 달러(약 541억 원) 정도 보고 있다. 애니 캐릭터의 눈, 코, 입 등을 만들 때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걸어둔 저작권을 피해가는 게 큰 일인데, 우리는 1편에서 완성해 둔 캐릭터 디자인이 있다는 점에서 속편 제작이 수월할 것이다. 특수효과도 더욱 신경써 전편보다 좋은 결과를 낼 계획이다."

    - 흥행, 무엇이 적중했다고 보는지.
     
    "첫째는 콘텐츠가 좋았다고 본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는 웃음과 우정, 협동을 강조한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호응을 얻은 키포인트다. 연출을 맡은 피터 레페니오티스가 캐나다 사람인데, 전에 TV 시리즈를 같이 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긍정적으로 여기게 된 친구다. 넛잡에 담긴, 팀워크라는 큰 틀 안에서 우정을 쌓아간다는 것은 한국적인 가치다. 함께 작업하면서 그도 우리도 팀워크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고, 그 부분이 자연스레 작품에 녹아들었다. 마케팅 면에서는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현지 시장에 정통한 사람이 필요했는데, 10여 편의 작품을 제작한 마이크 카즈라는 친구를 알게 된 것이 컸다. 마이크는 걸프스트림이라는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 산하의 영화개발회사(스튜디오가 베스트셀러 등 원작 판권을 산 뒤 이를 어떻게 영화화 할지 의뢰하는 곳)를 운영 중인데, 우리 회사가 그곳의 지분 50%를 갖고 있어 인연이 됐다."

    - 디즈니의 신작 '겨울왕국'을 봤는지.

    "미국 개봉 당시 봤다. 뮤지컬 대사가 많고 반전도 재밌었다. 소재가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한 뒤 같은 테두리 안에 있으면서 제대로 된 작품을 내놓지 못해 마음 고생이 심했을 텐데 훌륭한 역공을 취했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캐릭터의 저작권을 늘린 것이 떠올랐는데, 자국 애니에 대한 산업적인 면, 정서적인 면, 문화적인 면을 모두 아우르며 아끼는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넛잡의 국내 개봉 시점이 겨울왕국과 겹치지만, 주요 관객대가 틀리고, 겨울왕국이 만들어 놓은 애니에 대한 선호도를 이어받을 것으로 여겨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넛잡 제작을 위해 정부가 운영하는 펀드 지원을 요청했는데 "배급사는 잡았냐"고 묻더라. 곧 잡힐 것이라고 하니 "잡고 나서 오라"고 하더라. IT업체를 지원하는 관련 법으로 애니메이션과 같은 문화 콘텐츠를 관리하려다 보니 지원 체계가 경직돼 있다. 애니 콘텐츠로 수익을 낸 사례가 없다보니 그들 입장에서도 선뜻 투자하기 어렵다는 것은 알겠지만,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환경에서 그에 걸맞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애니는 아이들에게 있어 만국 공통언어다. 애니와 같은 문화콘텐츠가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SNS, 온라인 등의 발달로 전 세계의 문화 차이가 희석되고 있는 시기다. 이제는 과감하게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애니를 제작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박찬호 선수 덕에 지금 류현진 선수가 있고, 박세리 키즈들이 세계 골프계를 주름잡고 있는 것처럼 넛잡이 좋은 선례가 돼 정보도 공유하면서 앞으로 글로벌 프로젝트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 한국색을 강조한 애니를 만들 계획은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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