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무탓 분신' 서둘러 발표
- 유족 "빚때문에 괴로워하지 않았다"
- 제작한 플래카드 3개 중 2개만 사용
- 분신동기 언론보도에 큰 혼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4년 1월 2일 (목) 오후 7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주민 (민변 사무처장)
◇ 정관용> 새해 첫날 안타까운 소식이 있었죠. 서울역 고가에서 분신자살한 이 모 씨 사건. 경찰은 ‘채무 때문이다’ 이렇게 밝혔는데. 오늘 그 유족 측과 시민장례위원회 측이 ‘경찰이 왜곡, 축소 수사했다’ 기자회견까지 열었습니다. 무슨 얘기인지 들어보겠습니다. 유족 대표와 함께 경찰 조사에 입회했던 민변 사무처장 박주민 변호사를 연결해 밝겠습니다. 박 변호사, 안녕하세요?
◆ 박주민> 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어떤 사건인지 먼저 개요를 정리해 주시고요.
◆ 박주민> 새해벽두부터 다들 놀라셨을 텐데요. 광주에 사시는 한 분께서 이 시국의 어려움이라는 복잡함. 또 개선되지 않는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 분노를 하셔서 서울에 올라오셔서 분신자살을 하신 사건입니다.
◇ 정관용> 광주에 사시는 분인데 서울까지 오셨다?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어떤 분이셨고 어떤 일을 하던 분이었죠?
◆ 박주민> 그러니까 사실 뭐, 저도 전에부터 알고 계셨던 분은 아니라서.
◇ 정관용> 물론 그렇겠죠.
◆ 박주민> 인생 전사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것을 간단히 말씀을 좀 드린다면, 73년생이시고요. 조선대학교 영문과를 나오신 분이시고, 장교로 군대생활을 마치시고 대위로 전역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시다가 최근에는 편의점 물품관리 이런 일들을 하셨던 분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 정관용> 우리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 조사할 때 함께 옆에 계셨어요? 유족들과 함께?
◆ 박주민> 네, 맞습니다. 원래 변사사건이 발생하면 유족의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도록 되어 있고요. 그 과정에서 유족과 같이 경찰 조사에 입회했었습니다.
◇ 정관용> 박 변호사님은 어떻게 그 현장에 가시게 됐습니까?
◆ 박주민> 제가 있는데, 현장에 계셨던 분 중에 한 분이 저한테 민변이다 보니까 연락이 왔습니다. 아무래도 좀 유가족들이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변호사들의 어떤 조력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해서 제가 방문하게 됐고요, 병원으로. 병원을 방문해서 인사를 드리고 그러면 제가 법률적 조력을 드려도 되겠느냐라고 말씀드렸을 때 좋다고 승낙을 하셔서 같이 경찰 조사에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 정관용> 이분이 분신하신 것은 12월 31일 오후였고요. 돌아가시게 된 건 1일 오전으로 알고 있는데 맞죠?
◆ 박주민> 네. 맞습니다. 오전 한 7시에서 8시 사이 경에 숨을 거두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럼 박 변호사님은 돌아가신 후에 그 병원으로 가시게 된 거군요?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자, 그래서 경찰이 조사를 잘 했어요? 어떻게 문제가 있었습니까?
◆ 박주민> 조금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저희들이 경찰에 방문해서 의견 진술을 해야 되는 상황이었는데요. 공식적인 의견 청취죠. 공식적인 의견 청취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보도 자료가 배포가 된 겁니다.
◇ 정관용> 경찰이 작성한 보도 자료?
◆ 박주민> 네. 남대문경찰서에서 보도 자료를 배포하면서 채무관계에 따른 그런 어떠한 어려움 때문에 목숨을 끊으신 것 같다는 뉘앙스의 보도 자료가 배포가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정식의, 공식의 유가족의 어떤 의견은 반영될 기회가 없었던 것이고요. 두 번째는 저희가 방문해서 유류품, 즉 돌아가신 분이 남기신 물건들을 확인을 하게 해 달라고 했을 때 처음에는 국과수로 다 보냈기 때문에 안 된다라는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니까 그분들이 좀 잠깐 회의를 하시더니만 태도를 바꿔서 결국은 국과수에 실제로 보냈던 것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경찰서에 보관된 것들은 저희들에게 확인을 시켜줬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저하고 유가족 분이 유서가 담겨 있는 다이어리를 육안으로 확인을 했는데. 유서의 내용에 경제적 빈곤이라든지 신상을 비관하는 내용이 없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경찰의 보도 자료에 또 하나 문제점이 생긴 거죠. 유서의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그래서 경찰의 어떤 조사 그리고 보도 자료 배포, 이 과정에서 성급하게 그리고 특정한 어떤 진술이나 사안에만 중점을 둬서 보도 자료를 배포가 됐고. 그래서 지금도 언론보도에 보면 이 돌아가신 분의 자살동기에 대해서 상당히 혼란을 일으키는 그런 상황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공식적으로 유족의 의견을 청취하기 전에 보도 자료가 나왔다, 아까 그러셨는데.
◆ 박주민> 네.
◇ 정관용> 그 보도 자료를 서둘러낸 이유를 혹시 경찰에 물어보셨나요?
◆ 박주민>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저희는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차후에 어떤 보도가 되는 부분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저희들이 얘기를 했고. 보도에서 계속 혼선이 있기 때문에 유류품이라는 게 원래 범죄와의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소명이 되면 바로 유가족들에게 돌아오게 돼 있는 것입니다, 규정상. 어차피 우리한테 돌아올 거니까 보도 혼선을 막기 위해서 그 유서 부분을 확인을 사전에 해서 나가겠다. 유류품 자체를 우리한테 못 돌려준다면. 했는데 그거조차도 경찰에서는 거부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경찰의 말로 이게 무슨 가족 채권 관계다, 어머님의 병환을 비탄스럽게 생각을 해서 이렇게 된 거다. 이런 보도가 자꾸 나간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경찰의 보도 자료에 유서도 언급이 되어 있기는 합니까?
◆ 박주민> 네. 유서 내용은 언급이 되어 있는데, 유서에는 경제적 빈곤이나 이런 부분이 언급이 없어요. 그런데 유서 내용에서는 이 공개된,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이 부분에 대한 소개만 간략하게 돼 있고. 유서에 특별히 경제적 상황이나 이런 것에 대해서 곤란하다, 이런 내용이 없다. 이런 내용은 또 언급이 없어요. 그러니까 보도 자료를 접한 기자 분들로서는 채무관계 유일한, 어떻게 보면 사망의 동기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그런 보도 자료였던 것이죠.
◇ 정관용> 저도 보도를 여러 가지 엇갈리는 걸 보긴 했습니다만, 유서가 여러 통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몇 통의 유서입니까?
◆ 박주민> 유가족 세 분에게 각각 한 통씩 해서 세 통을 남겼고요. 그다음에 평상시 자기가 고맙게 생각하는 두 분한테 한 통씩 해서 다섯 통. 그리고 저는 국민 분에게 남긴 유서가 두 통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유류품을 반환받아서 자세히 보니까 이게 연결된 부분이었던 것이에요. 연결된 하나의 국민에게 남긴 한 통. 이렇게 해서 여섯 통이었던 겁니다. 여섯 통의 유서가...
◇ 정관용> 알겠습니다. 여섯 통인데, 다섯 통은 개개인에게 남긴 편지 형식일 것이고. 한 통은 국민에게 남긴 거다? 국민에게 남긴 거라고 보시는 이유는 뭐고, 그 유서의 내용은 뭡니까?
◆ 박주민> 일단 유서 내용을 간단하게 제가 읽어드리면, 제 말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 정관용> 너무 길지는 않은가요?
◆ 박주민> 짧습니다.
◇ 정관용> 그렇다면 읽어보세요.
◆ 박주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총칼 없이 이룬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전복한 쿠데타 정부입니다.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그 원칙의 잣대를 왜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것입니다. 많은 국민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공권력의 대선개입은 고의든 미필적 고의든 개인적 일탈이든 책임져야 할 분은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이상득, 최시중처럼 눈물 찔끔 흘리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던 그 양심이 박근혜 대통령의 원칙이 아니길 바랍니다. 여러분 보이지 않으나 체감하는 공포와 결핍을 제가 가져가도록 허락해주십시오 모든 두려움을 불태우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 박주민> 네. 그래서 여기 보면 여러분이라고 지칭을 하고 그다음에 확인을 해 보면 안녕하십니까? 라는 대자보의 형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이 봤을 때 가족에게 남긴 건 아니고 국민들에게 남기는 것이고 국민들에게 자신이 죽음으로써 호소하고 싶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고 있는 것입니다.
◇ 정관용> 채무관계가 복잡했나요, 그렇지 않나요?
◆ 박주민> 빚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빚이 있었던 건 사실인데요. 실질적 채무자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형입니다. 그리고 둘 사이에는 그런 식으로 관계가 정리 돼 있었고. 7, 8년 전에 발생한 채무이기 때문에 그 채무를 이유로 지금에 와서 갑자기 목숨을 끊을 이유는 없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유족들 사이에서도 그 정도 빚은 언제든지 맘만 먹으면 갚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라고, 특히 형은 그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형이 채무의 어떤 원인 제공자인데.
◆ 박주민>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 형은 경찰의 이런 보도 자료에 대해서 뭐라고 말씀하시던가요?
◆ 박주민> 형은 이렇게 얘기하죠. 빚 문제로 동생이 괴로워한다거나 자신을 원망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따라서 단순히 채무 때문에 내 동생이 목숨을 끊었다고 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럴 수가 없다. 평상시 성격으로 봐도 그럴 수가 없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그 형이 혹시 이분하고 같이 계속 사셨나요?
◆ 박주민> 네, 맞습니다.
◇ 정관용> 혹시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조금 낌새를 눈치 채거나 그러시진 못하셨답니까?
◆ 박주민> 네, 전혀 그렇지 않고요. 어떤 정신 병력이 있다거나 우울감을 호소한다거나, 한 적도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어떤 보도에 따르면 서울역 앞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하실 때, 옆에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 이런 플래카드 두 개를 내걸었다는데. 그건 확인된 겁니까?
◆ 박주민> 네, 그 플래카드들 저희들이 다 육안으로 확인했고요. 사실은 제작한 플래카드가 동일한 길이의 세 개가 있는데, 두 개만 사용하신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경찰이 서둘러 보도 자료를 채무관계라고 발표했다, 이 말씀이시로군요.
◆ 박주민> 네.
◇ 정관용>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주민>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