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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리즘에 한복 대신 군복을 입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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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처리즘에 한복 대신 군복을 입히다니…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우리에게 영화와 뮤지컬로 소개된 ‘빌리 엘리어트’는 박근혜 대통령도 감동적으로 봤다고 소개한 작품이다. 가난한 시골 광산촌 소년의 발레리노로의 성공기를 다룬 이 영화는 시대적 배경이 남달라 영국민의 사랑을 받는다. 그 작품의 배경은 1984년에서 1985년에 걸쳐 벌어진 마거릿 대처 수상의 탄광 폐광과 대대적인 구조조정, 그리고 이에 맞서는 탄광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이다.

    대처는 국영기업인 석탄공사가 운영하던 탄광 중 수익성이 나쁜 광산을 정리해 버리기로 하고 노조와의 전면전을 준비한다. 파업의 요건을 까다롭게 한 뒤 절차를 어긴 파업장에는 대규모의 경찰 병력을 보내 진압했고 파업노조와의 대화는 거부했다. 같은 지역 경찰은 노동자들의 사정을 봐줄 거라며 도시의 경찰을 시골로 보내 진압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노조가 무너지고 구조조정과 정리해고가 잇따르던 시절이 ‘빌리 엘리어트’의 시대적 배경이다.

    영국의 보수정권은 대처리즘에 힘입어 구조조정과 민영화를 추진했고 막강한 노조를 물리치며 공공부문의 방만함을 정리하는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둬 영국 경제를 살려냈다고 스스로를 평가한다.

    그러나 노조만 무너졌을까? 그것만은 아니다. 탄광은 그저 기업주의 사업장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이 깃든 노동현장이고 영국인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그리고 영국인은 커다란 가족이었다. 효율과 성과를 앞세운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영국 사회의 공동체 기반을 약화시켰다.

    그 이후 영국은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겪었고 국가경제는 강해졌다고 하나 인플레이션과 세금은 치솟고 복지혜택은 급격히 축소되었다.

    영국 석탄산업에는 25만 명이 일하고 있었다. 배를 만들어 수출하는 조선업도 있었고 철강과 자동차, 의류산업도 나름 버티고 있었다. 25만 명이 일하던 석탄산업은 있는 듯 없는 듯 무너졌고, 조선·철강·자동차·의류산업까지 외국 자본에게 넘어갔다. 영국의 초콜릿은 미국 제과회사가 만들고, 런던의 상수도는 독일 회사가 운영하고, 런던의 전력은 프랑스 회사가 공급한다. 국민은 당혹스러워했고 이내 분노했다.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변해갔다. 그 결과가 런던 폭력 시위였고 사회의 신뢰프로세스 추락이었다.

    대처는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관심도 별로여서 정부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예술가들도 다른 사람들처럼 ‘스스로 헤엄을 치거나 못하겠거든 가라앉으라’고 주장했다. 거기에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 등이 겹쳐지자 음악가들은 ‘안티 대처’ 운동을 벌였다. 그룹 잼, 팝송 she로 유명한 엘비스 코스텔로 등 많은 음악인들이 여기에 참여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도 안티 대처 음악인들의 곡을 사용하고 있다. 음악 뿐 아니라 미술 등 다른 예술분야에서도 안티대처가 번지며 엉뚱하게도 대처 집권기는 자유와 휴머니즘을 외치는 예술문화의 번성기가 되어버렸다.

    경찰이 철도 파업과 관련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노조 지도부에 대한 본격 검거 작업에 돌입한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 대처리즘에 한복 대신 군복을…

    흔히 박근혜 대통령이 대처 수상을 롤모델로 한다고 한다. 여성 지도자로서 원칙을 앞세워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 유사하다는 의미인 듯하다. 그러려면 대처리즘에 대해 좀 더 면밀히 살피고 우리 토양에 접목시키는데 있어 유연할 필요가 있다.

    영국 정부는 대처 이전에도 노조를 굴복시키고 방만한 국영산업을 정리하려고 시도했었다. 결과는 노동조합의 결속만 불러일으켜 실패였다. 이와 달리 대처는 디테일하게 접근했다. 노동조합의 권리는 그대로 둔 채 대신 노조지도부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파업에 들어가려면 반드시 조합원 비밀투표를 거쳐 하도록 법을 바꿨고,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노조 지도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대처법을 고안해냈다.

    1984년 석탄광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광산노조의 파업에서 이 전략은 효과가 컸다. 비밀투표 조항을 지키다보면 파업투표에서 부결이 나오고, 사업주의 민사소송에 의한 배상금, 벌금 때문에 노조의 자금이 묶여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무노동 무임금까지 장기화되니 노조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대처리즘의 이 전략은 지구촌 전체로 전파되어 흔히 쓰인다). 또 대처 정부는 1년 치 석탄을 미리 비축해 노조 파업의 파괴력을 낮추었고 노조원들에게 다른 탄광이나 직장으로의 취업을 알선하며 이탈의 통로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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