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선거에 중도좌파 여성 후보 미첼 바첼레트(62)가 당선됐다.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승리한 미첼 바첼레트(62·여)는 숱한 화제와 기록을 만들어가는 정치인이다.
의사이자 아동·공공보건 분야 전문가인 바첼레트는 1983년부터 '국가비상사태에 의한 피해아동보호단(PIDEE)'에서 활동했고,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 정부(2000∼2006년)에서 보건장관을 거쳐 2002년에는 국방장관이 됐다. 남미에서 여성이 국방장관에 기용된 것은 바첼레트가 첫 사례였다.
국방장관 재임 당시 집중호우로 대규모 홍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바첼레트가 탱크 위에 올라선 채 이재민 구호작업을 지휘하던 장면은 칠레 국민에게 오래도록 깊은 인상을 남겼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남성 우월주의 전통을 허물고 중도좌파 진영의 대선 후보가 된 바첼레트는 2006년 1월 결선투표에서 승리했다. 여성이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칠레를 포함해 남미에서 처음이었다.
집권에 성공한 바첼레트는 각료 20명을 남성 10명, 여성 10명으로 구성한 '남녀 동수 내각'을 출범시켜 화제를 모았다.
바첼레트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의 인권탄압 행위를 은폐해온 군 고위인사를 해임하는가 하면 군사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은 전직 군 장교들에 대한 보상을 추진했다.
바첼레트는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다. 피노체트는 1973년 9월1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1970∼1973년)을 무너뜨렸다. 당시 공군 장성이던 바첼레트의 부친(알베르토 바첼레트)은 아옌데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체포돼 모진 고문 끝에 옥사했다. 바첼레트도 당국에 체포돼 고문을 받았으며, 외국으로 몸을 피해 망명생활을 했다.
바첼레트는 집권 기간 민주주의 발전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통정책 실패와 실업 문제 등으로 한때 지지율 추락을 겪었으나 세계경제위기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으로 이미지를 만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