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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매 어머니께 바친 '게임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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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이 만난 사람] 착한 게임 만든 하나용 링크투모로우 과장

    하나용 링크투모로우 과장이 4일 오후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명진 기자 mjlee@nocutnews.co.kr
    하나용(33) 링크투모로우 과장이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용으로 개발한 게임 ‘카운팅 히어로’는 부모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잘 나타난 한편의 사모곡이다. 기기의 전원을 켜고 시작했더니 ‘저의 어머니를 위해 만든 게임’이라는 첫 문구가 눈에 띈다. 무시무시한 칼과 총을 들고 거대한 위협에 맞서는 게임들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다. 1000만 다운로드로 수많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일보다 한 사람을 위한 게임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려웠다는 그가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답을 들었다. 앳된 얼굴이지만 게임 개발을 설명하는 목소리에는 확신에 찼다. 다만 어머니에 대한 사연을 전할 때는 잠시 감정에 겨워하기도 했다.

    카운팅 히어로는 효심에서 비롯된 게임이다. 출시 12일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넘어서며 국민 모바일게임 반열에 올라선 ‘윈드러너’의 개발자 하나용 링크투모로우 과장은 알츠하이머(치매 일종)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위해 지난 10월 이 게임을 개발했다.

    하나용 과장의 어머니는 7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건망증이란 생각에 깜박깜박 잘 잊어버리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어머니의 증세는 점차 심해져만 갔다. 올해 초부터는 혼자서 생활을 하기도 어려웠다.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잊어버려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기포트를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놔 불을 낼 뻔한 적도 있다. 식사를 하지도 않았는데 “배부르다”고 말하기도 일쑤였다.

    외동아들인 하 과장은 이런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알츠하이머의 진행을 늦출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간단한 산수 문제를 풀게도 해봤지만 어머니는 “귀찮다”며 멀리하곤 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어머니가 흥미를 가질 만한 또 다른 방법을 고심한 끝에 그는 직업이자 취미인 게임에 눈을 돌리게 됐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카운팅 히어로는 두 채의 집 가운데 용사 캐릭터들이 가장 많이 들어간 곳을 맞추는 간단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틀린 답을 고르면 거대한 붉은 용이 나와서 화면에 불을 뿜어댄다. 한편의 공상과학 혹은 판타지 영화를 보는듯한 수준 높은 입체 그래픽을 갖춘 게임으로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알츠하이머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춰 홀로 개발하다 보니 첫 인상은 일견 촌스러워 보인다.

    게임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카운팅 히어로가 대수롭지 않게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어머니는 아이패드를 붙잡고 곧잘 즐기곤 했다. 화면을 집중해서 보고 손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어머니의 알츠하이머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이란 소박한 기대도 가지게 됐다.

    “병원에서는 알츠하이머가 악화되는 것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라고요. 어머니를 위한 게임을 개발하면서 상태가 아주 좋아지지는 않더라도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 뜻 맞는 그래픽 디자이너 있었으면..
    카운팅 히어로는 상업용 제품이 아니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돕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시험판이다. 이런 이유로 이 게임은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와 같은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앱) 마켓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온전히 그의 어머니만을 위한 게임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할 정도로 대단한 게임은 아니에요. 막상 만들어 놓고 보니 그냥 묻히는 게 아쉬워서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살짝 공개를 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셨어요.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아 얼떨떨하네요.”

    하 과장의 숨은 사연이 알려지자 쾌유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커지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필요한 것이 있다면 지원해 줄 테니 용기를 내라며 격려를 하기도 했다. 가장 고마운 것은 동료들이다. 쉽게 말하기 어려운 조심스러운 병이란 이유로 특별히 티를 내면서 부담을 주기 보다는 곁에서 조용히 그를 응원을 해준다.

    하 과장은 회사의 대표작 윈드러너가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면서 국민게임이 됐을 때 개발자로서 큰 성취감을 느꼈다. 이와 달리 카운팅 히어로는 그에게 꿈을 통한 효 실천이라는 작은 기쁨을 안겼다. “윈드러너의 흥행은 일로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했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카운팅 히어로로 주목을 받은 것은 이와는 다른 의미에요. 어릴 적 꿈이 게임 개발자였는데 지금은 그 꿈을 이뤘고 어머니도 도울 수 있게 됐으니까요.”


    하 과장은 이 게임을 개발한 것과 관련해 “홀로 만들다 보니 완성도 면에서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여력이 된다면 같은 목적의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그는 뜻이 맞는 그래픽과 사운드 디자이너의 도움을 원하고 있다. 좋은 게임을 개발해서 어머니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게임 개발자로서 철학과 신조를 물었더니 “개발자는 항상 즐거워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게임 개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만드는 사람이 즐겁지 않으면 재미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관객한테 기쁨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배우가 늘 즐거워야 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셈이다.

    ■ 곁에 있어도 그리운 이름 ‘어머니’
    끝으로 ‘효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겠다고 말했더니 그는 손사레를 쳤다. “누구든 자신의 부모가 편찮으면 어떻게 해서라도 병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저 역시 자식 된 도리를 했을 뿐이에요.”

    그는 인터뷰 마지막에 “어머니의 상태가 좋아지게 되면 함께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어머니와의 추억을 평생 간직하려는 외동아들의 작은 바람이다. 게다가 올해 초 아버지 마저 돌아가신 터라 어머니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이제는 아버지 마저 곁에 안 계시니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요. 어머니는 요즘 요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계신데다 제가 출근하는 것 조차 어디로 가는지 모르세요.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던 사진을 보시면서 좋아하셨던 기억이 있는데요. 앞으로 가게 될 여행을 통해서 어머니와 쌓은 추억을 평생 간직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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