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고의 명문 하버드대학이 심각한 학점 인플레이션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하버드대마저 대부분의 학생에게 A학점을 주는 'A폭격기'라는 사실이 교수 내부회의에서 확인돼 대학사회가 학점 인플레 논란에 휩싸였다.
하버드대마저도 자교생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이 되도록 학점을 부풀려야 하느냐는 자기반성과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4일(현지시간)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과 하버드대 한국학생들에 따르면 최근 문리대 월례 교수회의에서 정치학과 원로인 하비 맨스필드 교수가 "학부생들이 가장 많이 받는 학점이 'A-'라는 소문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이에 학부 담당 학장은 "가장 흔한 학점은 A학점"이라고 답했다.
저명한 정치 이론가인 맨스필드 교수는 "이런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은 합리화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학교측이 지나치게 관대한 학점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리처드 토머스 고전 담당 교수는 "조만간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버드대의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버드대는 '아이비리그'(미국 동부의 사립 명문대) 학교 가운데도 유별나게 좋은 학점을 주기로 소문나있다.
2001년에는 하버드대 학부생의 90%가 '우수 졸업' 또는 '최우수 졸업'으로 졸업한다며 하버드대가 아이비리그의 조롱감이 되고 있다고 비난하는 기사까지 나왔다. 이후 하버드대는 우수졸업 대상을 60%로 줄였다.
학점 인플레이션 논쟁과 적절한 학점 관리는 다른 아이비리그 명문대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만큼 좋은 학점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지만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취업에 학점 평점이 중요하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의학전문대학원이나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할 때는 학점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대학 입장에서는 그만큼 성적 인플레를 방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예로 프린스턴대는 2004년 학점 관리 규정을 대폭 바꿔 학부생들 가운데 A학점대가 전체 35%, 졸업반의 경우 55%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RELNEWS:right}
문제는 이러한 '짠 학점'때문에 최우수 학생들이 프린스턴대 진학을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프린스턴대는 학부 합격생 등록률이 낮아지자 올해 가을 학점 비율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예일대도 지난해 학점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학점 인플레 여부를 조사한 결과, 2010∼2012년 학부 학점의 62%가 A학점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학점 인플레이션 논란을 놓고 일부 하버드대 공부벌레들 내에서는 "지금도 A학점을 받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학점은 교수들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지 이를 대학 차원에서 비율을 정하는 것은 학문의 자율에 위배된다"는 비판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