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초월 비즈니스로 유명한 영국의 괴짜 사업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은 자신이 만든 첫 민간 우주 여행사인 버진 갤럭틱의 탑승료를 '비트코인'으로 지불할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버진 갤럭틱의 우주선은 지구에서 약 9만6000m 높이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1인당 탑승 비용은 약 25만달러(약 2억6500만원)다. 파운드나 달러 등의 현찰 대신에 비트코인으로 우주투어 비용을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키프로스의 최대 사립대학인 니코시아대는 대학 등록금은 물론 대학 부설기관의 각종 수수료를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대학의 최고 재무 책임자는 "국외 송금이 어렵거나 수수료가 비싼 국가의 유학생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구제금융을 받은 키프로스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가상화폐를 통화수단으로 활용해 관련 유동성을 흡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세계에서만 통용되던 비트코인(Bitcoin·BTC)이 현실 세계속으로 빠르게 상륙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주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상원에 보낸 서한에서 "비트코인이 효율적인 지불수단이 될수 있다"고 평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몸값이 더 치솟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틴 곡스에서는 1비트코인의 가치가 750달러(약 79만원)선까지 뛰었다. 지난 2011년만해도 1단위에 25센트에 거래되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3000배 가까이 상승했다.
■ 유동성·익명성 덕에 미래의 화폐로 부각
지난 2009년 개발된 비트코인은 온라인 가상화폐라는 점에서 한게임의 '한코인'이나 싸이월드의 '도토리' 등과 비교되지만 엄연한 차이가 존재한다. 이들 사이버 머니는 발행처가 존재하지만 비트코인은 통화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중앙장치가 따로 없다.
지지자들은 비트코인의 높은 유동성·익명성 등이 사람들이 통화에 요구하는 특성들을 기존의 그 어떤 통화보다 잘 구현해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면 반대자들은 비트코인의 통화공급구조와 운영 방식이 신규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인 폰지(Ponzi)사기와 유사해 장기적으로 이용되기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비트코인의 통화로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정치적·기술적 문제들도 함께 발생했다. 비트코인이 '실크로드(silk road)'라고 불리는 마약류 등의 불법적인 온라인 거래 사이트에서 주로 이용되면서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 빌미를 제공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자유로운 통화공급량 조절이 불가능한 상품화폐의 특성에 기인해 급격한 가치 상승 및 버블 가능성 탓에 투기 대상으로 접근하는 기관과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이는 각종 범죄의 가능성을 증가시키는 요소다.
■ 논란·위기속에서도 일단 성공적 행보 비트코인은 여러 논란과 위기속에도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메리어트호텔, 나이키, 갭, 버커킹 등 미국 전역의 5만여개 소매점에서 통용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캐나다에 비트코인 ATM기기가 등장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4월 원화로 비트코인을 사고팔 수 있는 비트코인 거래소 '코빗'이 문을 열기는 했지만 해외 사이트 구매와 순수 투자가 주를 이룰 뿐 아직 상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곳은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ATM기기의 등장은 통화정책 및 운용 상에서 국가의 신용을 대신할 만한 신용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시장에서 통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주용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비트코인의 이해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장기적 성공유무와 관계없이 온라인 상에서 현금과 유사한 형태의 금융거래 및 지급결제를 수행하고자 하는 수요가 존재하는 한 가상통화는 궁극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정착할 것"이라며 "다만 가상통화 보급 확산에 따른 각국 정부의 금융 및 조세 관련 제도 운용의 변화과정에서 가상통화 또한 기존 화폐금융 시스템과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뒤따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