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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정 총리 '시국미사' 쌍끌이 공격



대통령실

    박 대통령·정 총리 '시국미사' 쌍끌이 공격

    본질외면 말꼬리 잡기 비판도

    사진=청와대 제공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신부들의 22일 전북 군산 수송동 미사가 정치권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오고 있다.

    취임 1년도 안된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미사여서 시작 전부터 논란 속에 관심을 끌었지만, 미사 이후에는 엉뚱한 데서 불이 붙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원로신부인 박창신 신부의 강연 내용을 겨냥해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고, 정홍원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적에 동조하는 행위"라며 "마땅한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박 대통령 "묵과 안해"...정 총리 "좌시 못해"

    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박 신부의 발언을 겨냥해 강도높게 발언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해놓고도 뉘우치기는 커녕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는데 우리의 현실은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치고 죽음으로 나라를 지킨 장병들의 사기를 꺾고, 그 희생을 헛되게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들은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잘못된 그 어떤 것들에도 결코 굴복하거나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일해 달라"고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했다.

    청와대와의 교감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정홍원 총리도 강한 용어를 써서 박 신부를 비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정 총리는 박 신부의 발언은 사제 이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언동으로 북한의 논리를 대변하고, 북한의 도발을 옹호하는 것으로 결코 좌시할 수 없으며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중요한 발언을 하면 그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총리는 발언을 자제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이번에 정 총리는 박 대통령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당.정.청 모처럼 만에 한 목소리...무엇을 얻었나?

    박 대통령과 정 총리가 발언하기에 앞서 목소리를 낸 쪽은 국방부와 새누리당이다.

    국방부는 박 신부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24일 위용섭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국가안보를 위해 헌신한 장병과 국민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심대한 모욕감을 주는 비이성적인 행위로 결코 있어서는안 될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도 기자간담회를 갖고 "연평도 주민들로서는 '악' 소리가 날 사안"이라며 천주교 측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당정청이 한 종교인의 발언에 대해 단호하게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남한이 연평도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이 포격을 가한 것으로 읽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신부의 강론 내용 전체를 놓고 판단할 문제지만 일단 보도된 문장만 놓고 보면 한국 사회에서, 더구나 지금처럼 보수진영의 공세가 강화되는 시기에 뒤집어 보거나 역지사지로 생각할 여지는 극히 제한돼 있다.

    박 신부의 발언과 이에 대응한 당정청의 한목소리, 여기에 언론까지 가세하면서 '국가기관 선거개입 공방'이 싹 가라앉고 '국가안보 최우선' 국면이 도래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 신부의 발언을 반기고 환영하는 쪽은 여권일 수 있다.

    반면 야당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세라 전전긍긍할 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게 된 본질을 보자는 얘기를 자신있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천주교 "특별한 입장표명 없어"...청-천주교 관계 회복 언제쯤?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선 당정청의 파상 공세 앞에서 시국미사를 연 정의구현사제단은 맞대응을 자제한 채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천주교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교회의에서도 특별한 입장을 내놓을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천주교의 한 신부는 "본질은 그게 아닌데 초점을 흩뜨리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는 것을 다 아는 데 말려들 이유가 없다"며 "주교회의도 그렇고 정의구현 사제단도 특별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신부는 그러면서도 "옛날에는 눈치라도 보면서 했는데 지금은 하고 싶은대로 한다"며 "자기와 맞으면 좋고 다르면 틀리다는 극단적인 이분법이 작용하는 사회는 이성이 지배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회라고 보기 힘들다"고 현 정권이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미 사이가 많이 벌어진 청와대와 천주교의 관계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는 16개 교구 가운데 군종교구를 뺀 15개 교구에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한 상태다.

    박 대통령이 개신교와 불교계 지도자들을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가졌지만 천주교 지도자들과 예정됐던 일정이 연기되고, 아직 날짜를 다시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번 일로 인해 일시적으로 사제단이 수세에 몰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에 문제를 제기하는 천주교 쪽의 입장이 변한 게 아니고, 오히려 더 견고해 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는 박근혜 정부의 부담이 경담되는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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