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사자기 16강전에서는 9⅔이닝 동안 178개의 공을 던지며 혹사 논란이 일었던 삼성의 우선 지명 신인 이수민. (자료사진=삼성 라이온스)
최근 프로야구에서 어깨나 팔꿈치가 싱싱한 신인 투수들을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왜 젊은 투수들이 어깨나 팔꿈치에 통증을 안고 프로로 오는 걸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8일 산하 야구발전실행위원회와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박진영 교수,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이승준 교수, LG 트윈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는 1년여에 걸쳐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두산을 제외한 8개 구단의 2013년 신인 지명 투수 41명을 대상으로 고교-대학 야구부에서 시행했던 투구 양상과 현재 건강 상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건강한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사 대상 41명 중 어깨 통증 혹은 수술 병력이 있는 선수는 26명(63.4%), 팔꿈치 통증 혹은 수술 병력이 있는 선수는 31명(75.6%)이었다. 통증이 없거나 수술 병력이 없는 선수는 고작 5명. 그 중에서도 1명은 타격할 때 통증이 있으니 어깨, 팔꿈치가 건강한 신인 투수는 단 4명인 셈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과도한 훈련과 무리한 등판으로 부상에 노출된 탓이다.
가장 먼저 한 경기 평균 최다 투구수가 무려 127구에 이르렀다. 미국 스포츠 의학원에서는 청소년 투수 보호를 위해 투구수를 한 경기 최대 106개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조사 대상자 중 2명은 한 경기에 200구 이상을 던진 경험이 있고, 150개 이상 공을 뿌린 선수도 14명이나 됐다. 입단 전해 평균 투구이닝도 8.6이닝에 달했고, 조사 대상자 중 65.9%에 해당하는 27명은 통증을 참고 투구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무리하게 많은 공을 던지고 있다.
동계훈련 기간 동안의 무리한 훈련도 선수들이 부상에 노출된 이유다. 동계훈련 기간 동안 일일 평균 투구수 162.5개로 조사될 정도. 추운 날씨에 무리한 투구를 했다는 선수가 49%에 이를 만큼 훈련 자체가 부상 위험을 안고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변화구를 배우는 시기다. 미국 스포츠 의학원은 커브 14~16세, 슬라이더 16~18세에 배울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조사 대상자 중 12.3세에 커브, 16.2세에 슬라이더를 배웠다. 오히려 10~13세로 권고된 체인지업은 18.4세에 습득했다. 변화구를 이른 시기에 습득하면서 성장하는 신체에 무리가 왔다.
이처럼 아마추어 선수 보호가 시급한 실정이다.
조사단은 "부상 위험이 큰 동계훈련 기단 동안 투구수를 조절하고, 미극 스포츠 의학원 권고사항을 국내 실정에 맞춰 투구수 및 등판 횟수, 변화구 습득 연령에 대한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