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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에일리 노출 사건에서 고디바 부인을 보다

기자수첩

    가수 에일리 노출 사건에서 고디바 부인을 보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관음증을 넘는 연대의 힘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최근 가수 에일리(이예진) 양의 누드 사진이 영어권 한류 커뮤니티 사이트 올케이팝에 등장한 뒤 모바일폰과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었다. 당사자의 해명은 “미국에서 속옷 모델을 하겠느냐는 캐스팅 제의에 테스트용으로 촬영했던 것인데 결국 사기를 당했다”는 것.

    그동안 이런 나체 동영상이나 사진이 공개되면 피해 여성은 수치심을 겪는데서 끝나지 않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 되어 자숙기간을 거쳐야 했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비난하고, 누드 사진을 찾느라 검색하고, 돌려보자며 전파도 했다. 에일리 양을 모델로 상품광고를 하던 기업에서는 기업 홈페이지 광고에서 에일리 양의 사진을 삭제해 버리기도 했다.

    ◈ 우리는 달라졌어요!

    그런데 반대편에서는 에일리 양이 엄연한 사기 범죄와 불법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피해자이니 그녀의 인권을 존중해 보호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비난에서만 끝나지 않고 피해자인 에일리 양의 사진이 유포되지 않도록 행동에 나서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동참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에일리 양에게 “더욱 당당하게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힘내라”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도 인터넷과 SNS에 넘치고 있다. 사진을 유포시킨 행위자들을 꼭 밝혀내 처벌하고 사진을 퍼뜨린 한류 사이트 올케이팝에 대해서도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분노도 높아지고 있다.

    이 사건에 대처하는 방법을 자세히 명시한 글도 전파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대처방법에 대해 게시한 글이다.

    "… 최초 유포자를 처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 발생하는 제2, 제3자에 의한 유포를 중단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대응을 위한 힘이 그냥 생겨나지는 않는다. 절대 혼자 쥐어짜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피해는 중단될 수 있고 중단 되어야만 한다. 누드사진을 찾아보는 파렴치하고 찌질한 행동을 멈춰야 한다. 파일공유사이트에도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를 통해서도 절대 ‘공유’하지 말자.

    1. 카톡으로 사진 보낸 사람에게 한소리 하기!
    2. 다운 받은 파일 지우기!
    3. 사진을 찾고 있거나 기다리는 사람들, 당장 그만두기! …"

    에일리

     

    이 사건에서 우리 사회는 억울한 피해자가 우리의 이웃이고 딸이고 누이이고 존중 받을 인간이라는 인식으로 집단적 관음증을 떨쳐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돈벌이와 협박갈취 등을 노린 폭로성 음란물에 대해 시민 스스로 나서서 추적해 응징하고 피해자 보호에도 나서는 새로운 행동양식이 형성될 가능성도 보인다. 에일리 양의 광고사진을 삭제한 기업에게도 광고사진을 복원하라는 네티즌의 요구가 거세다.

    ◈ 이 땅의 신사 숙녀들에게

    '관행이나 관례, 힘의 역학에 불응하고 대담한 역발상으로 뚫고 나가는 정치행위'를 '고다이버이즘'(godivaism)이라고 부른다.

    '고디바 또는 고다이버'는 11세기 영국 코벤트리 지방을 다스리던 영주 레오프릭의 아내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영주가 주민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자 영주의 어린 아내가 가난한 이들을 대신해 세금을 감면해달라고 울며 간청했다. 영주는 아내의 청을 거절할 심산으로 '벌거벗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조건부로 승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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