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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편지 - 사각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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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노컷

    문학편지 - 사각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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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상과 TV와 칠판과 방과 집
    모두가 사각형이다 이 거대한 네모의 세계
    틀 안의 명료한 질서가 우리를 지배한다

    읽는 책도 쓰는 종이도 반듯한 네모
    벗어나선 단 한 줄의 글도 시도 쓸 수 없다
    행간의 미끄러짐도 모두 지워야한다

    모서리에 부딪혀 늘 상처 덧나는 무릎
    내 너를 사랑한 것도 꽃잎 찧는 일일 텐데
    휘어져 떠나간 자리 암호처럼 깊은 계절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동그란 얼굴의 기억
    좌대에서 벗어난 돌, 여울이라는 슬픈 말…
    늦도록 바람의 능선을 소슬하니 바라본다

    ― '사각형에 대하여' 중에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모두 직선으로 그어져 있고 네모로 그 영역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 들어가는 대문, 마당과 집안에 있는 거실과 방, TV와 책상과 침대와 이불 모두가 네모입니다.

    학교도 그렇지요, 운동장과 교실 문과 칠판, 신발장과 노트와 컴퓨터와 이름표… 이 네모의 세계에 우리는 있습니다.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자유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체육 시간에 줄을 벗어나면 "야, 거기 너! 빨리 줄 맞춰 서란 말야." 이렇게 큰소리로 야단칠 것입니다. 규격화된 아주 정제된 양식으로 살아가도록 강요하기 일쑤입니다. "800자 이내로 쓸 것" 글을 쓰더라도 그런 제한이 있습니다. 지금 실은 저도 그 제한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한참 축약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눈을 돌려 날렵한 처마의 부드러운 곡선과 멀리 보이는 산들, 그 산들이 이어내는 아스라함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배흘림기둥과 나무들의 둥근 몸과 층층이 허리를 두른 다랑이 논의 유연함을 바라보며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뛰어만 가지 말고 가끔 자신을 되돌아 보아야합니다. 직선 말고 곡선도 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직선의 힘으로/남자는 일어서고/곡선의 힘으로/여자는 휘어진다/직선과 곡선이 만나/면이 되고 집이 된다 //직선은 길을 바꾸고/지도를 바꾸지만/곡선은 그 길 위에/물 뿌리고 꽃을 피운다/서로가 만나지 않으면 /길은 길이 아니다" ('사랑 이미지'에서)
    사각과 원이 만나야 정말 위대한 세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의 태극기도 그런 원리를 담고 있지요. 독자 여러분도 그런 따뜻함으로 예리함을 품어 보십시오. 분명 여러분의 삶이 더욱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이지엽 올림


    이지엽: 해남에서 태어남. 본명 이경영. 1982년 한국문학 백만원 고료 신인상에 시 '촛불' , 198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조 '일어서는 바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옴. 한국시조작품상, 중앙시조대상, 유심작품상, 성균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어느 종착역에 대한 생각', '씨앗의 힘', '샤갈의 마을', '다섯 계단의 어둠', 시조집으로 '떠도는 삼각형', '해남에서 온 편지', '북으로 가는 길', 현재 계간 '열린시학', '시조시학' 편집주간, 경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원문은 책읽는 사회 문화재단 문학나눔의 행복한 문학편지 (http://letter.for-munhak.or.kr)에서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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