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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만 바라보는 언론, 부러우면 지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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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만 바라보는 언론, 부러우면 지는거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국정원이 대선 개입 비리로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 터져 나온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현재로서는 내란음모죄가 성립될 지 판단하기 쉽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들을 토대로 판단할 때 부족한 부분들이 눈에 띈다.

    내란음모죄가 확실하게 적용되려면 언제 어디서 어느 곳을 공격해 내란을 일으키고 국가영토 중 어느 곳을 점거해 본거지로 삼는다는 정도의 내용이 들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수사는 내란음모를 준비한 행위자를 적발하고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이 아니라 강연 녹취록에 결정적으로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취약점의 하나. 그 녹취록이 프락치라 불리는 제3자가 국정원의 사주를 받고 모임에서의 발언 등을 수집해 녹취록을 작성했다면 증거능력을 인정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 언론, 부러우면 지는 거다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 사건을 들고 나왔을 때 국민 여론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 사건을 물 타기 하려고 한다며 싸늘한 반응이 많았다. 이것을 반전시킨 것이 녹취록의 공개였다.

    현재로는 국정원이 녹취록 등 관련 정보를 슬그머니 언론에 흘리고 언론은 국정원이 흘리는 대로 받아쓰며 여론이 춤추는 형국이라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녹취록 특종은 한국일보에서 나왔다. 녹취록을 흘려 준 곳이 국정원이라면 왜 한국일보일까? 국정원과 성향으로나 관계로나 가깝다면 조선·중앙·동아일텐데…?

    언론계에서는 국정원이 한국일보를 선택한 까닭은 조중동이 그동안 너무 색깔론 일변도로 나가 오히려 효과가 반감될 수 있고, 한겨레 경향은 의심부터 하며 까다롭게 파고 들 수 있으니 중도 성향의 한국일보를 택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일보로서도 사세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세를 높이는 기회를 굳이 마다하지 않으리란 판단도 했을 것이다.

    국정원이 중간 지대의 언론들을 돌려가며 이용한다는 추측을 가능하게 하는 건 그 다음에 벌어진 프락치 특종이다.

    국정원은 3년간 수사해 온 사건으로 정략적 판단은 없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국민 여론은 국헌을 문란케 한 피의자 국정원이 사건을 펼쳐들고 나왔으니 뻔한 물타기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는 국민일보가 국정원 구하기에 나섰다. 31일 자 국민일보에는 '왜 국정원이 갑자기 공개수사로 전환했는지'에 대한 이유가 실렸다.

    '국정원이 포섭한 통합진보당 내부 조력자(프락치)가 잠수하고, 미행해왔던 RO(혁명조직) 연락책이 사라지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돼 어쩔 수 없이 전격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국민일보 보도에는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이라고 써놨지만 역시 국정원이 직간접적으로 흘린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언론들은 궁해진다. 우리에게는 왜 안 주냐고 국정원 주변을 맴돌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국정원은 입맛대로 골라 여기 저기 정보를 흘려주고, 조·중·동 대형보수신문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입지를 확보한다.

    그러나 기자는 정보 하나만 던져 달라고 국정원 근처를 꼬리치며 맴돌아서는 안 된다. 국정원에 간택돼 정보를 넘겨받는 경쟁언론사가 부럽겠지만 부러우면 지는 거다.

     

    ◈ 사방 둘러봐도 믿을 인간이 없어…

    언론은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관련자 인터뷰를 통해 사건을 국정원과 다른 루트에서 재구성해 나가야 한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만나고, 사건현장에 접근해 가능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정보의 신뢰성과 비중을 판단해 믿을 수 있는 정보를 판별해 내고 이를 토대로 사건을 독자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을 도와줘야 할 집단이 통합진보당인 건 당연하다. 그러나 통합진보당도 협조적이지 않다. 기자회견을 열어 브리핑을 하지만 기자들의 질문에 영 대답을 않고 있다. "녹취록 내용에 근거한 질문은 답변 드리기 어렵다", "녹취록 자체에 대해 진보당은 인정한 바가 없다, 낱말별로 대응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뒤로 빠지기만 한다.

    진보당으로서는 녹취록의 존재를 부인하면 지금 나돌고 있는 녹취록은 프락치가 짜깁기해 써내려간 것으로 증거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보고 전략을 짜는 것일까? 그러나 진보당을 향한 국민의 의혹도 결코 가볍지 않다. 언제까지 내놓고 싶은 만큼만 내놓으며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이 전혀 사실무근의 괴문서인 근거가 뭔지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설명을 피한다면 국민이 심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 실제로 통합진보당 내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 된다.

     

    국정원은 이 시점에서 녹취록의 내용을 적당히 흘릴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녹취록이라는 증거와 수사과정을 공개하고 사건을 검찰에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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