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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 '혐의 입증' 집중



사건/사고

    '누굴까?'…인천 모자(母子) 실종 사건 '혐의 입증' 집중

    용의자 석방 뒤 사건 미궁속으로...

     

    경찰은 지난 22일 조사를 거부하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는 실종된 A(58·여)씨의 차남 B(29) 씨를 긴급체포 15시간여 만에 풀어줬다.

    '범행에 대한 증거가 부족해 보강수사 후 체포영장 신청을 밟으라'는 검찰의 지휘에 따라서다.

    경찰로선 사건 해결의 유일한 실마리를 놓친 셈이다.

    만약 수사 결과 B 씨가 범인으로 확인될 경우 B 씨의 석방을 지휘한 검찰에 대한 비난 여론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 발생 10일 만에 수사본부가 꾸려졌지만 B 씨의 석방으로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과 사건 의혹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던 B 씨를 둘러싼 의혹은 쉽게 풀리지 않고 오히려 갖가지 추측을 낳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인천시 남구에서 모자(母子)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

    실종된 사람은 어머니 A 씨와 장남(32) C 씨다. B 씨는 모친과 친형이 실종됐다고 지난 16일 경찰에 신고했던 당사자다.

    실종 전 A 씨는 미혼인 C 씨와 자신의 소유로 돼 있는 10억 원대의 원룸에 함께 살고 있었고 금전 문제 등으로 퀵서비스 배달원인 B 씨와 평소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C 씨 역시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동생과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A 씨는 지난 13일 오전 8시 30분쯤 집 근처 새마을금고 현금인출기에서 20만 원을 인출한 뒤부터 행방이 묘연하다.

    C 씨도 이날 오후 7시 40분쯤 친구와의 전화 통화가 경찰이 확인한 그의 마지막 행적이다.

    현재 모자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진술의 신빙성 부족

    어머니 집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곳에 살던 B 씨는 16일 오후 4시 40분쯤 어머니의 실종사실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형의 실종은 신고하지 않았다.

    B 씨는 경찰에서 "13일 어머니 집에 갔는데 어머니가 없어 이틀을 그곳에서 잤지만 오지 않아 16일 경찰에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또 13일 이후 행적이 나타나지 않는 형을 15일 오전 어머니 집에서 만났다고 했다.

    B 씨는 "15일 오전 어머니 집에 함께 있던 형이 '어머니는 등산하러 갔다. 집에 가 있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B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C 씨의 통화기록이 13일 이후에도 나와야 하는 데 전혀 없었다.

    ▶ 성립하지 않는 알리바이

    경찰 조사에서 B 씨는 지방(강원 등지)에 간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B 씨가 탄 차량(외제차)은 강원 등지 도로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하이패스가 장착된 차량이었지만 직접 통행 요금을 내는 일반차로를 이용했다.

    어머니와 형이 실종된 지난 13일 인천을 떠나 14일에 돌아왔기 때문에 살해 의혹이 더욱 짙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라진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과 모자가 B 씨를 피해 어딘가에 잠적해 있을 가능성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 확인되지 않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

    A 씨의 휴대전화는 원룸 집에 있었고 C 씨의 휴대전화는 위치추적으로도 소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은 경찰이 통신사의 협조를 받아 지역마다 위치한 기지국 내 휴대전화 발신과 전원 점등 여부를 확인, 휴대전화 소지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경찰은 실종된 C 씨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모자의 소재가 파악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패했다.

    ▶ 직접 증거를 찾아라

    지금까지의 경찰 조사에 따르면 차남 B 씨가 유력한 용의자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의 경우를 볼 때 가족 또는 지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결정적인 증거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문과 족적 등이 나와도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역부족이다.

    B 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어머니', '형' 등의 단어가 나올 때마다 거짓 반응이 나타났다.

    하지만 수사과정에 참고할 수 있는 정황증거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할 수 있어도 유죄 증거에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못한다. 즉, 법적효력은 없다는 것이다.

    실종자가 살해됐을 것으로 가정한다면 시신이 발견되거나 증거물 중 혈흔 등 직접적인 단서가 있어야 한다.

    ▶ 그러나, 증폭되는 의혹

    경찰에 따르면 모 전자부품회사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C 씨가 14일 재계약을 앞두고 행적이 끊긴 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실종된 모자의 인간관계를 볼 때 원한과 치정사건일 가능성도 낮고 보험금을 노린 범행도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강원 등지를 다녀올 때 탔던 차량에서 모자 실종 당일인 13일 강원도에 다녀온 영수증에 B 씨의 지문이 발견됐다.

    B 씨는 그러나 "형의 차량을 운전한 적이 없다"면서 "증거를 대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후 경찰의 추궁에 진술을 거부한 채 묵비권을 행사했다.

    B 씨가 지방을 갈 때 이용했던 차량과 B 씨의 행적을 추적해도 혈흔 등 직접적인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B 씨의 자백을 유도했지만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실종된 모자가 살아 있다면 평소 사이가 안 좋더라도 자식이자 친동생이 살인 혐의자로 몰리고 있는데 왜 나타나지 않을까?

    모자가 스스로 잠적했을 가능성은 낮다는 추측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 모친과 친형 살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B 씨가 왜 거짓 진술을 하고 묵비권을 행사 했을까?

    ▶ 경찰의 수사 방향은

    아직은 실종사건 수사단계지만 여전히 경찰은 B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다.

    실종된 모자가 B 씨에 의해 살해됐을 것으로 보고 혐의 입증을 위한 직접 증거 찾기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또 사라진 모자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과 B 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모자가 B 씨를 피해 어딘가에 잠적해 있을 가능성 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23일 인천 남부경찰서장을 수사본부장으로 하는 '인천 모자 실종사건 수사본부'를 꾸렸다.

    수사 인력은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장과 강력계장을 포함해 남부서 형사 45명 등 총 55명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모자의 실종에 B 씨가 개입했다면 근거가 남아 있을 것으로 보고 B 씨의 은행계좌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내역과 통화기록 등을 분석 중이다.

    동시에 실종된 모자의 얼굴이 담긴 전단을 제작해 24일 언론과 시민에 배포하고, 이들의 행방을 찾는데도 수사력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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