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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통통한 몸매"…'44사이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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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알고보면 통통한 몸매"…'44사이즈'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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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치수보다 사이즈 작게 표기해 판매… "허영심 부추겨" 지적도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키 165cm에 몸무게 50kg인 김모(28·여) 씨는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사이즈만 보고 옷을 구입했다가, 크기가 맞지 않아 골탕 먹은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다.

    종류에 따라, 또 상표에 따라 치수 표기가 알쏭달쏭하고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김 씨는 "백화점 쇼핑몰에서 자주 사는데 브랜드마다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55 사이즈로 구입해도 어떤 브랜드에서는 크고 어떤 브랜드에서는 작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장에서도 평소 입던 사이즈인 '55'로 입었을 때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매번 입는 사이즈지만 브랜드에 따라 어깨가 크다거나, 어깨는 맞는데 가슴이나 허리 부분은 낀다거나 하는 식이다.

    더 당황스러운 건 점원의 반응이다. '55'라며 점원이 건넨 옷이 김 씨에게 클 때 "고객님 44도 맞을 것 같아요"라면서 한 치수 작은 옷을 권하곤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진짜 44여서 권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들이 치수에 민감하다보니 브랜드 내에서 44를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손님들 기분 좋게 해주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일이 종종 있다보니 사이즈 가늠도 안 된다"며 "인터넷 쇼핑할 때는 망설여질 때가 많다"고도 했다.

    ◈ 여기서는 66인데 저기서는 55? 같은 치수 다른 사이즈

    실제 55사이즈 옷들을 비교해보니 업체마다 사이즈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사이즈인데도 가슴둘레가 많게는 10cm씩 차이가 나고 엉덩이 둘레도 6cm씩 차이가 났다.

    55-66 규정도 달랐다. A 업체에서는 66사이즈 치수가 가슴둘레 86cm, 엉덩이 둘레 94cm였지만 B 업체는 55 사이즈(S)가 이와 비슷한 가슴둘레 85cm, 엉덩이 94cm로 표기됐다.

    또다른 업체에서는 가슴둘레 표기 없이 허리 둘레 66cm, 엉덩이 둘레 90cm인 옷이 66사이즈로 팔리고 있었다.

    백화점 직원들은 "옷마다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브랜드별로는 물론, 같은 브랜드라도 사이즈가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이러한 '제각각 사이즈' 현상은 작은 치수로 갈수록 더 심해졌다. 마른 체형을 일컫는 이른바 '44사이즈' 열풍을 타고 작은 옷들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쇼핑몰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44사이즈를 실제 재보면 중구난방이다.

    44사이즈를 전문으로 제작·판매하는 C업체는 가슴단면 32~34cm까지를 44로 지정하고 있었지만, D업체는 가슴둘레 35cm부터 심지어 47.5cm까지 44사이즈로 판매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44사이즈 전문 쇼핑몰업체 관계자는 "44사이즈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일반적으로 ‘마른 체형’에 맞도록 55 사이즈보다 작게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진짜 44는 '통통한 체격'…"허영심 부추기는 상술" 비판도

    전문가들 역시 "업체들의 44-55사이즈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44사이즈는 존재하지 않는다.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여성복의 44, 55식 표기 방식은 치수 표기규정이 ISO 체계(㎝기준)로 바뀌면서 23년 전인 1990년에 사라졌다.

    앞서 기술표준원은 지난 1981년 20대 성인 여성복과 관련해 평균 키 155㎝, 평균 가슴둘레 85㎝를 여성 표준사이즈 55라고 명명했다. 여기서 키와 가슴둘레가 각각 5㎝, 3㎝씩 줄고 느는 것에 따라 사이즈를 표기했다.

    따라서 마른 체형을 뜻하는 소위 44사이즈는 실제로 키 150㎝, 가슴둘레 82㎝에 맞는 치수다. 통통한 체형이 입는 66 사이즈는 키 160㎝, 가슴둘레 88㎝에 해당된다. 다만 44-55식 사이즈는 편의상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류학과 남윤자 교수는 "과거 44사이즈는 오늘날처럼 깡마른 체형이 아니라 작고 통통한 체형을 일컫는 것"이라며 "20여년 전의 기준을 잣대로 한 44사이즈 열풍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준 자체가 사라진 탓에 같은 44-55 사이즈라고 해도 브랜드마다 옷 크기가 들쑥날쑥한 현상을 빚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날씬해지고픈 여성의 욕구를 자극해 소비심리를 부추기는 업체의 상술"이라고 일침을 놓고 있다.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율리 교수는 "여성들이 마른 몸매를 추구하다보니 마른 몸매로 대표되는 옷 치수로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며 "몸에 맞는 옷을 골라야 하는데 옷에 몸을 맞추는 문화가 조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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