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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 소녀, 갈루아 이론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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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눈높이 맞춰 큐브·퍼즐 등으로 수학 개념 쉽고 흥미롭게 풀어내

 

⊙ 열세 살 딸에게 가르치는 갈루아 이론/김중명/승산

에바리스트 갈루아(1811-1832·프랑스)는 혁명의 시대 복잡한 정세 속에서 급진적인 공화주의자로 살다가 스물한 살 이른 나이에 결투로 죽은 비운의 천재 수학자다. 그는 결투 전날 친구에게 급하게 휘갈겨 쓴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는 갈루아가 평생을 두고 연구한 대수학(숫자 대신 x, y 등 문자를 써서 법칙을 증명하는 수학 분야)의 요체가 담겨 있었다.

신간 '열세 살 딸에게 가르치는 갈루아 이론'은 오로지 수학과 공화국을 위해 살았던 갈루아의 생애에 매혹된 재일교포 역사소설가 김중명이 열세 살 딸과 갈루아의 유서를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써낸 대중 수학서다.

갈루아 이론은 'ax²+bx+c = 0 , a≠0'로 나타내는 2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고대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고 3차, 4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 역시 16세기 이탈리아 수학자 카르다노, 페라리에 의해 발견된 것과 달리, 5차 이상의 방정식에는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한 이론이다.

대수학에서는 계수끼리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거듭제곱근으로 표현되는 방정식의 근의 공식을 구하는 것을 '대수적으로 푼다'고 말하는데, 결국 갈루아 이론에 따르면 5차 이상의 방정식은 대수적으로 풀 수 없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갈루아는 방정식 그 자체보다는 방정식의 배후에 숨어 있는 '군(群, group)'이라는 집합을 생각해냈다. 계산으로 연구할 수 있는 것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그는 계산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고 여겼고, 방정식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군이라는 방정식의 구조를 연구한 것이다. 흔히들 '군론은 갈루아에서 시작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에서 대수는 구조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일컬어지는데,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대수를 배운 사람들은 이런 말을 들으면 당혹스러울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틀림없이 대수는 수 대신 문자를 사용해 방정식을 연구하는 것에서 출발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대수라는 이름은 그 핵심을 담고 있다. 그런데 현대 대수학은 이 대수를 뛰어넘어 구조를 연구하는 분야로 발전했다. 그리고 그 구조에 대한 연구는 갈루아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현대 수학의 문을 연 사람을 흔히 갈루아라고 칭하는 것이다. (376쪽)'

이 책에서 지은이는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다리 타기, 루빅스 큐브, 15퍼즐 등으로 딸의 눈높이에 맞춰 필요에 따라 몇 차례고 친절하게 수학 개념들을 설명한다. 교과서처럼 보여주고 연습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현대 수학의 중요한 성과인 갈루아 이론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다양한 수학 개념들을 함께 논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일반인도 쉽게 수학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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