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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로 본 한주간]"1만 5천원"…PD CEO의 마지막 고시텔 숙박료



사건/사고

    [숫자로 본 한주간]"1만 5천원"…PD CEO의 마지막 고시텔 숙박료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빛이 화려할 수록 빚은 무거운데…

    지난 25일 오전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서 엄수된 고(故) 김종학 PD의 발인식에 참석한 동료 배우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CBS '좋은 아침 김윤주입니다]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김윤주 앵커
    ■ 출연 :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자

    김윤주(앵커)> <좋은 아침="" 김윤줍니다=""> 토요일 첫 순서는<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미디어 오늘 이정환 기잡니다.

    이정환(미디어 오늘 기자)> 안녕하세요?

    김> 이번 주의 숫자는 뭔가요?

    ◈ PD CEO의 화려한 등장과 몰락

    이> 방송가의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김종학 PD가 숨진 채로 발견됐죠. 이번 주의 숫자는 1만 5천원입니다. 고시텔에서 숨졌는데, 하루 숙박비가 1만 5000원이라고 하죠. 이틀만 머무르겠다며 3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수백억 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대작을 만들던 스타 PD가 왜 17억 원 빚 때문에 세상을 떠나야 했을까요. 단순히 잘 나가던 PD의 죽음이 아니라 드라마 외주 제작 관행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 “모래시계가 멈췄다”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이> 김종학 PD는 1977년 MBC에 입사해 1981년 수사반장, 1991년 여명의 눈동자, 1995년 모래시계 등 선 굵은 작품들을 만들었습니다. 열정, 감각에 이론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죠. 모래시계는 시청률이 70%에 이르기도 했죠. 1998년 김종학 프로덕션을 설립해서 독립했습니다. PD CEO 시대를 처음 열었지만, 너무 판을 크게 벌였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검찰이 제대로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강력범 다루듯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하죠.

    김> 드라마 신의의 실패가 원인이었다고 하죠.

    이> 17억 원은 사실 김종학 PD의 개인 빚이 아니라 회사가 갚아야 할 빚입니다. 김 PD는 최근 SBS 드라마 신의의 출연료 미지급과 관련해 배임 및 횡령·사기혐의로 피소돼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신의는 100억 원을 투입한 대작으로 컴퓨터 그래픽 작업이 많아 제작비가 급증했고 배우들 출연료 지급이 늦어졌습니다. 6억 4000만 원이 밀렸다고 하죠. 신의의 펀딩과 제작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데 출연료 미지급 논란이 벌어지자 굉장히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드라마 신의뿐만 아니라 2007년에 방영됐던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도 출연료가 아직 밀려있습니다. 제작비가 550억 원이나 들었죠. 출연료뿐만 아니라 세트장 공사 대금도 밀려서 법원에서 지급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에서 미지급 출연료 지급 명령을 받았을 때 이미 재산이 한 푼도 없었다고도 합니다. 신의를 하기 전에 이미 개인 빚이 20억이 넘었다는 말도 있고요. 신의의 실패 이후 매우 비탄에 빠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잘 나가던 사람이지만 죽기 직전에는 담배 살 돈도 없었다, 남겨진 가족 모두 집도 절도 없는 상태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편으로는 “뛰어난 연출가가 뛰어난 사업가가 될 순 없지 않느냐, 연출만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라는 안타까운 반응도 있었습니다.

    ◈ 1편 제작비는 18억 원, 방송사가 준 돈은 2억 원. 나머지는 알아서 메워라?

    김> 태왕사신기는 시청률도 꽤 높지 않았나요?

    이> 시청률은 최고 35.7%까지 나왔지만 작품 완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김종학 PD도 “연출이 좋지 못했다”고 혹평했을 정도라고 하죠. 그렇지만 문제는 작품성이 아닙니다. 제작비가 편당 18억 원 가까이 들었는데 SBS가 준 돈은 2억 원 밖에 안 됐습니다. 드라마는 성공했지만 제작사는 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김종학 PD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드라마를 찍으려고 살고 있던 집을 팔았다고 밝힌 적 있습니다. “우연히 내가 팔았던 집터에 빌딩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솔직히 내가 뭐 하러 이 힘든 짓을 하나, 그동안 번 돈으로 건물이나 올려 편하게 살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태왕사신기는 그나마 시청률이라도 좋았지만 신의는 10%가 조금 넘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모래시계 시절만 해도 채널이 얼마 안 됐지만 지금은 채널이 100개 가까이 되고 종편이나 CJ에서도 드라마를 만드니까요. 10%만 넘어도 히트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 시청률에 따라 외주 제작사들의 수익이 달라지는 모양이죠?

    이> 드라마 제작비는 한 회에 3억~4억 원 정도 드는데 방송사가 주는 돈은 40~60% 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20부작을 기준으로 하면 20억 원 가까이 적자가 나는데요. 신의 같은 경우는 SBS가 지급한 제작비가 회당 2억 4000만 원이었다고 하죠. 20부작에 48억 원 밖에 안 됩니다. 나머지 52억 원을 제작사가 따로 조달해서 이익을 남겨야 한다는 계산이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간접광고에 매달리거나 해외 수출에서 본전을 뽑아야 합니다. 법으로 정해진 드라마 외주제작 비율은 40%인데 실제로는 70%가 넘습니다. SBS는 80%에 육박하고. 종편은 아예 100% 외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선편성 후제작 시스템이라 제작비를 방송이 다 끝난 다음에 지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연료를 외상으로 깔고 가면서 제작비도 빚으로 때우면서 버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국 대박을 터뜨려도 수익은 방송사가 다 가져가고 실패에 따른 부담은 제작사가 지게 된다는 거죠.

    ◈ 광고는 방송사 수입, 제작사는 간접광고·해외판권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김> 정리를 해볼까요. 광고 매출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가져가고 외주 제작사는 방송사들이 주는 절반 수준의 제작비와 나머지는 협찬과 간접광고로 벌어야 한다는 거죠.

    이> 방영 시간 전후의 광고는 모두 방송사 수입이다. 협찬 매출은 보통 100% 제작사가 갖는데, 일정액을 넘기면 방송사가 챙길 때도 있습니다. 간접광고(PPL) 매출은 통상 방송사와 제작사가 반반씩 나눕니다. 광고가 모두 팔리면 방송사는 미니시리즈 편당 3억~4억 원 정도를 번다고 하는데요. 해외 판권은 제작사가 갖지만 통상 방송사 자회사에서 판매 대행을 맡아 수수료를 20% 정도 떼게 됩니다. 요즘은 한류 붐이 꺾이면서 해외 판매도 잘 안 된다고 하죠.

    김> 스타급 배우들 출연료도 부담이 되겠더라고요.

    이> 제작비의 30%가 출연료라고 합니다. 신의에 나왔던 김희선 씨 출연료는 6억 원이었는데 4억 6000만 원만 주고 1억 4000만 원을 아직 못 줬습니다. 최근 종합편성채널이 생기고 드라마 제작이 늘어나면서 스타급 배우들 몸값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병헌, 정우성 등 톱스타들 드라마 출연료는 회당 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은 회당 2억 5000만 원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찍고도 시청률이 낮으면 적자를 보게 되는 구조입니다.

    ◈ 한연노 曰 "김종학PD는 외주제작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

    김> 여기서도 갑의 횡포가 있는 거네요.

    이> 지상파 방송사는 3개인데 외주제작사는 160여개나 됩니다. 드라마 제작사는 이 가운데 24개인데요. 요즘은 스타급 작가와 배우를 거느린 제작사들이 갑이라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구조적으로 방송사들이 갑입니다. 어떻게 보면 김종학 PD도 기형적인 외주 제작 시스템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기자 노동조합에서 성명을 냈는데요. ‘한국 드라마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작품을 연출한 스타감독이었으나 그 역시 잘못된 외주제작시스템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방송사에게만 유리한 외주제작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은 계속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2010년부터 지상파에서 방송된 드라마의 미지급금 총액을 조사한 결과 3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 방송사, 비싼 드라마일수록 싼 제작사에 맡긴다는데…

    김> 그런데도, 손해가 날 걸 알면서도 드라마를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이> 심지어 제작 경험이 전무 한 신생 제작사에 대작 드라마를 맡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싼 드라마일수록 싼 제작사에 맡긴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가격에라도 하려면 해라, 아니면 다른 데 맡긴다는 식이죠. 신생 제작사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큰 사업을 떠맡고 결국 적자가 나면 출연료와 하청업체 용역대금을 떼먹게 됩니다. 잘만 하면 대박 터진다, 그런 환상 때문일 텐데, 제대로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김> 어쩐지 간접 광고가 너무 심하다 싶은 때도 있더라고요.

    이> 김종학 PD가 언젠가 신문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까진 방송사에서 미리 제작비 받고 만드니 저작권을 달라고 하면 줘야 되고, 제작사는 PPL이나 제작지원, 협찬으로 버텨왔다. 외주 드라마 판권은 외주 사에게 주고 톱스타 캐스팅보다 작품성을 중시하는 편성 전략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죠. 김 PD는 “드라마 산업 회생을 위해 저작권법을 만들고 미국처럼 외주제작업과 연예인 매니지먼트업을 법으로 엄격히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김> 표준 외주제작 계약서라는 게 있는 모양이네요.

    이> 방송사가 100% 제작비를 부담하더라도 저작권은 외주제작사가 보유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있는데. 강제성은 없지만 분쟁이 생겼을 경우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인데요. 방송사들이 반발해서 논의가 진전이 안 됐습니다. 대한민국 방송영상 산업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표준계약서 제정에 앞서 방송관련 작가, 출연자 및 스텝들의 권리보호, 구체적으로는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막는 출연료 지급 보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상파방송사의 우월적 편성권과 저작권 독점 소유가 문제냐,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 김종학프로덕션의 몰락, 화려한 연예계 드라마 시장의 씁쓸한 자화상

    김> 김종학 프로덕션에 김종학이 없다, 이건 무슨 이야기인가요.

    이> 김종학 프로덕션은 지난 2007년 퓨어나노텍을 통해 우회상장시켰지만 2010년 더 체인지에 흡수 합병돼 드라마 사업부로 전락합니다. 주가도 10분의 1토막이 났고요. 더 체인지는 2011년 디지털 아리아로 흡수됐습니다. 김종학 PD는 2009년에 사장 자리를 내놓고 나와서 김종학앤컴퍼니를 설립합니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몰락은 우리나라 외주 제작사들이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실상은 얼마나 열악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일부에서는 외주 제작사들의 한탕주의, 배우만 좋으면 대충 만들어도 히트 친다는 잘못된 믿음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고질적인 갑을 관계를 깨지 않는 이상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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