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브리오 폐혈증균의 인체 내 생존 메커니즘을 표현한 모식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여름철 불청객인 '비브리오 폐혈증'의 원인균이 사람 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지를 밝혀낸 연구결과가 나와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미래창조과학부는 23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김명희 박사팀과 서울대 최상호 교수팀이 어떤 과정을 통해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몸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해 병원성을 갖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치사율이 50% 이상에 달해 해마다 국내에서 20-40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비브리오 패혈증의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비브리오 패혈증균이 사람의 장(腸)에 존재하는 'N-아세틸뉴라믹산'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몸 속에서 생존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결과, 인체 내에서 폐혈증균의 대사작용이 시작되면 만들어지는 대사 중간체 가운데 'N-아세틸만노사민 6-인산(N- acetylmannosamine 6-phosphate, ManNAc-6P)'이 패혈증균의 'NanR' 단백질과 결합해 NanR 단백질의 구조를 변형시킨다.
NanR 단백질 구조가 변형되면, N-아세틸뉴라믹산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패혈증균 대사 효소들의 발현이 증가하고, 패혈증균은 생존을 통한 성장을 반복하면서 병원성을 발휘하게 된다.
정상 비브리오 패혈증균과 N-아세틸만노사민 6-인산의 결합력이 결핍된 NanR 단백질을 보유하고 있는 돌연변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을 쥐에 감염시켜 비교한 결과, 돌연변이 비브리오 패혈증균은 정상적인 균에 비해 병원성력이 월등히 저하됨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는 패혈증균의 인체 내 생존 억제 물질 개발에 필요한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독균을 선택적으로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항미생물소재 개발에도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글로벌프론티어 의약바이오컨버젼스연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생명연(KRIBB) 전문연구사업 및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지(PNAS) 온라인판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