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대통령 단임제가 정착된 이후로, 옛날 두 영웅의 천하쟁탈을 기록한 '초한지'와 같은 상황이 몇 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몇 개의 진영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대통령이 된 뒤에는 어김없이 포용과 통합을 외치고, 그의 공신과 친인척들이 발호한다.
맹자에 '거이기(居移氣)'라는 말이 있다. 처한 지위에 따라 기상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지녔던 가치관이나 인간관계는 대통령이 된 후에는 변하게 될 것이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경종 때 목호룡의 고변으로 역모에 연루돼 큰 피해를 입었던 노론은 영조가 즉위하자 다시 정권을 잡았다. 노론의 처지에서는 당연히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그 배후를 일망타진할 기회로 삼으려고 했다. 그들이 지목한 배후는 목호룡이 고변하도록 '사주'한 소론과 그 사건을 '철저히 파헤치지' 않은 남인들이었다.
영조 또한 당시 사건에 연루돼 세제의 자리가 위태로운 적이 있었기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즉위 초기인데다, 또 탕평의 차원에서 덮어두려고 했다. 이런 경우에 기존의 임금들이 주로 인용하는 것이 중국 한나라 광무제의 사례였다. 영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무제는 전한 말 황제를 자칭하며 세력을 떨치던 왕랑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왕랑과 내통한 자신의 휘하 관원과 백성의 명단 수천 장을 발견했으나, 읽어보지 않고 불태우며, "반측자(反側子), 즉 불안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 스스로 안심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했던 고사가 있다. 대단한 도량을 보여주는 미담이다.
하지만 당시 민진원(1664-1736)은 한나라 고조가 천하를 통일한 뒤에 과감하게 정공을 처형했다는 것을 들어 반박했다. 정공은 초나라 항우의 장수로서, 고조 유방을 죽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설득을 당해 그냥 풀어준 사람이다. 고조로서는 생명의 은인이었던 셈인데도, 후세의 신하된 자들에게 자신의 주군을 배신한 자의 본보기로 삼아 처형했다.
즉, 광무제의 관용은 아직 황제가 되기 전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고, 황제가 되고 난 뒤에는 고조처럼 해야 한다는 것이 민진원의 주장이다. 그의 말이 당파적인 이해관계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군주가 된 이후에는 군주가 되기 이전의 마인드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정권을 잡으려다 보면 기획을 잘하는 사람, 설득을 잘하는 사람, 선동을 잘하는 사람, 연설을 잘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상대 진영을 배신하고 귀순하는 자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들이 모두 국가의 통치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인격자이고, 능력자인 것은 아니다. 한비자에 "현명한 군주는 한 번 찡그리고 한 번 웃는 것도 아낀다"고 했다. 리더는 상을 함부로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물론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보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의 대통령이 돼서는 의리 차원의 보답은 잊어야 한다. 특히 인사상의 배려에는 신중해야 한다. 능력 없는 사람이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면 그 조직 자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배제된 공신들은 그럴 때 흔히 토사구팽이라는 말을 들먹이며 압박하겠지만, 그것은 결코 배신이 아니다. 사냥개는 사냥 이외에는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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