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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로 5년간 묶여있던 GMO표시제,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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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비로 5년간 묶여있던 GMO표시제, 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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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자변형 美 밀 파동'' 확산…표시 확대 강화 수년째 총리실에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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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리건주산 밀에 미승인 유전자 변형 밀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국내에도 비상이 걸린 가운데 수년간 표류됐던 GMO(유전자 변형물질) 표시를 강화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GMO 표시 확대 논의는 이미 국내에서 수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미국 눈치보기와 국내외 식품 기업들의 전방위적 로비에 소비자의 권리가 뒷전으로 밀린 것이다. [CBS노컷뉴스 2012.6.11~15 GMO 기획보도 참고]

    미국산 밀 사태를 계기로 GMO 표시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어 안전성 및 표시확대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 식용유 과자 대부분 GMO 들어가 있지만 ''원료''는 알 길 없어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똑똑한 소비자들은 과자 하나를 살 때에도 성분을 꼼꼼이 확인하고 선택한다. 스마트슈머(smartsumer)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그러나 정작 그 과자에 GMO 성분이 들어가 있는 지는 누구도 모른다.

    GM 콩이나 GM 옥수수를 주원료로 사용했어도 성분 표시를 따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조림이나 된장, 고추장 등 ''최종산물''만 GMO가 표시될 뿐 기름을 짜거나 가공한 ''원료''의 경우 예외조항으로 적용돼 표시를 안해도 된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용유나 간장, 과자 등에 흔히 원료로 포함돼 있는 GMO를 소비자는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콩을 짜서 만든 식용유는 GMO 표시를 안해도 되고, 사료로 쓰는 콩껍질은 표시가 의무화되는 아이러니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그렇다면 한국의 GMO 섭취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11년 식용 GM 농산물은 모두 옥수수와 콩으로 총 187만5,000톤이 수입됐다. 전체 식용으로 수입된 콩의 75%, 옥수수의 49% 정도가 GMO였다. 현재 우리가 먹는 수입 콩의 3분의 2는 GM 콩이며, 수입 옥수수의 2분의 1이 GM 옥수수라는 얘기다.

    한국은 GMO의 승인 건수 기준으로만 볼 때에도 세계 5위이다. 정부 승인을 받은 유전자변형 종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며, 일본, 캐나다, 멕시코, 한국, 호주, 필리핀, 뉴질랜드, 유럽연합 순이다. GMO 재배국을 제외한 수입국 가운데서는 한국은 일본에 이어 2위이다.

    한국에 수입되는 GM 옥수수는 대부분 전분, 전분당(과당, 물엿, 올리고당 등)으로 사용된다. GM 옥수수는 빵, 과자, 음료, 아이스크림, 스낵류를 비롯해 옥수수차, 팝콘, 시리얼 등 쓰임새가 다양하다. GM 콩은 99% 이상이 식용유 제조에 쓰인다.

    이밖에 기름으로 가공된 형태로 들어오기 때문에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식용유 중 흔히 찾는 캐놀라유도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GMO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주요 GM 농산물 수입국인 우리나라는 승인에도 관대하고, 식용유 과자 등 일상 생활에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소비자는 전혀 알 길이 없다.

    구체적인 성분은 물론 원산지, 열량 등 각종 식품 표시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에서 유독 GMO 표시만 늦어지는 이유는 뭘까?

    ◇ GMO 표시확대 총리실에 묶여 5년째 잠잠... 美 눈치보기?

    정부가 GMO 표시를 강화한 것은 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2008년 촛불 시위로 식품 안전에 대한 논의가 뜨겁던 시기에 식품의약안전청(現 식품의약안전처)은 식용유, 전분, 간장 등은 물론이고 GMO를 원료로 만든 모든 제품의 포장에 GMO 표시를 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듬해 9월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로 넘겨지면서 차일피일 논의가 미뤄지더니 현재까지 답보 상태에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총리실을 찾아가서 설득 작업을 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수년 째 답이 없어 사실상 통과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식품업계의 반발도 한 몫 했을 뿐 아니라 미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의 전방위적 로비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시민단체 푸드 앤 워터 워치(Food & Water Watch)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USDS)는 몬산토 사 등을 비롯한 GMO 개발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해 세계 각국에 로비활동을 활발히 벌여 왔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 통신전문을 분석한 결과, 2005년부터 5년간 미국 국무부가 외국의 학계, 산업계, 언론, 농업생산자, 입법가, 시민단체, 일반인을 대상으로 GMO의 재배나 수입을 촉진하고 표시제를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로비활동을 추진해 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미국 정부의 전방위적 로비가 국내 GMO 표시제를 막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큰 것이다.

    ◇ 국회 재논의, 이번에는 소비자 알권리 이길까?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왔다. 총리실에 막혀 GMO 표시 강화안이 수년간 추진되지 않자 국회의원들이 속속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당 이원욱 의원 등은 GM 농산물로 제조, 가공한 식품과 이를 주원료로 재가공한 식품에 ''유전자재조합식품''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같은당 홍종학 의원은 최근 원재료의 함량 순위와 잔류 여부에 상관없이 GMO를 사용했으면 반드시 표시하도록 해 보다 강화된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BestNocut_R]남윤인순 의원도 일반 식품 뿐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에도 표시를 강화하고, 부처별로 혼용되는 용어를 ''GMO''로 통일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압력과 관련 기업의 전방위적 로비가 퍼져있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와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GMO 문제가 터질 때마다 표시강화 여론이 반짝 하다가 흐지부지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압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위험성 논란이 여전한 GMO에 대해 최소한의 알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미경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은 "GMO 안전성에 대해 확신이 없는 한, 소비자들이 선택권을 보장받기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선택권의 핵심이 바로 표시제이다"면서 "EU(유럽연합)도 초기에는 GMO 표시를 ''최종산물''로 한정했다가 2004년 법을 바꿔 원료를 기준으로 하는 표시제도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불량식품'' 척결 등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강조한 상황에서 GMO 표시제는 우선적으로 도입돼야 할 과제"라며 "마침 미국산 밀 문제가 불거진데다 국회에서 개정안 논의가 활발한 만큼 수년간 미춰졌던 GMO 표시의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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