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3~4년 전부터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이나 유럽 명품업체들이 기부나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면서 국내 외국계 업계에도 사회공헌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에서 번 돈을 전액 본사로 송금하면서 기부에는 인색해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외국계기업들이 최근들어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는 데는 국내 기업환경이 녹록치 않은데다 탐욕스러운 이미지가 기업활동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품브랜드 구찌코리아는 1998년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독자적인 영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해도 기부와 사회공헌활동에 인색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지난 98년 구찌코리아를 설립하면서 사정이 조금씩 달라졌다.
여러 기관을 통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지난해 초부터는 테마가 있는 기부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함께 국내 문화유산 보전프로젝트 ''나의사랑 문화유산 캠페인''을 발족한 것. 구찌는 여기에 적은 돈이지만 5억원을 보태 한국의 문화유산 보전에 나름대로 기여하고 있다. 9월에는 최종 수혜 문화유산이 지정된다고 한다.
한국장학재단과 함께 매년 5명의 학생을 선발해 최대 1천만원을 지급하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액수는 보잘 것 없지만 이들은 한국사회와 함께 하기 위해 지속적인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구찌코리아 강진욱 과장은 29일 "굉장히 큰 액수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받은 만큼 환원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1999년 7월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 코리아 역시 최근 활발히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는 캠페인에 동참해 환경보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회사 이석구 대표는 "스타벅스는 작년 한해 고객들이 사용한 일회용컵의 70% 이상을 자체 수거해 전량 재활용했다"고 밝혔다.
스타벅스 코리아 임직원들은 30일 부산시 전포동 종합사회복지관으로 출동해 복지관내 재능기부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스타벅스 박찬희 사회공헌팀장은 29일 "지난해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을 지원한데 이은 두번째 지원행사"라며 "매장운영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연간 총 영업이익의 2.5%인 6억원 가량을 사회공헌사업에 지출하고 있다.
그동안 기부에 인색했던 스카치 위스키회사 디아지오도 최근 사회공헌과 기부활동에 부쩍 열성을 내고 있다. 디아지오 코리아는 지난 16일 여성가족부와 함께 디아지오코리아재단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년 10억원씩 5년간 50억원의 여성을 위한 사회공헌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디아지오 코리아 김종우 대표는 "여성가족부와 함께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직업훈련과 취업지원, 위기지원 상담전화 운영, 결손가정 지원,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도서 지원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사적 사회공헌과 별도로 사내봉사단체를 구성해 전 직원이 매월 4시간의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한국적십자사와 공동으로 150세대의 조손 가정지원사업도 펴고 있다.
디아지오의 기부와 관련해 양주 저가수입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아 거액을 추징당한 전력이 불리하게 작용하자 활로 모색차원에서 기부확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에 인색하던 회사가 기부에 나서기 시작한 데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BestNocut_R]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봉사에 적극 나서는 것은 국내 기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많은 외국회사들 사이의 경쟁도 격화되면서 사회적 기여 없이 수익만 내는 구조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이윤 쫓기에만 급급한 명품기업이나 다국적기업들의 얄미운 행태에 대한 국내여론과 국민의 반응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외국계기업의 행태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회공헌단체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기업들의 기부문화 확산은 바람직하지만 나빠진 기업환경 때문에 사회공헌에 나선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