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매주 수요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직접 집전하는 마지막 일반 알현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바티칸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27일 보도했다.
교황이 주재하는 알현은 겨울에는 일반적으로 바티칸 홀 내부에서 열리지만, 이번에는 신도들의 관심이 높아 야외에서 열린다. 이미 5만 명 분의 입장권 주문이 들어왔고 모두 20만 명의 군중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베네딕토 16세는 이번 일반 알현에서 교황의 트래이드 마크인 방탄유리로 둘러싸인 흰색의 교황 공용차를 이용해 대중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하지만 예상 군중 수가 많아 교황의 손에 키스하는 전통적인 행사는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일반 알현을 마친 뒤 헬리콥터를 이용해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24㎞ 떨어진 카스텔 간돌포에 있는 교황의 하계 별장으로 가 임기의 마지막을 맞게 된다.
베네딕토 16세는 28일 저녁 8시(한국시간 3월 1일 오전 4시)에 공식적으로 물러나게 되며, 이후엔 ''명예 교황''(emeritus pope)으로 불리게 된다.
교황은 퇴임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직자들이 입는 의상인 흰색 카속(cassock)을 입게 되며, ''성하''(聖下, Your Holiness)라는 호칭도 유지된다.
하지만 베네딕토 16세는 자신의 상징인 붉은 신발을 벗고 지난해 멕시코의 레온을 방문했을 때 현지 장인에게 선물 받은 갈색 로퍼(끈으로 묶지 않고 편하게 신을 수 있는 낮은 가죽신)를 신을 것으로 보인다.
또 베네딕토 16세의 교황 반지도 바티칸의 전통에 따라 파괴된다. 교황의 개인적 문서들도 28일 저녁 8시에 수거되며 현재 경비를 맡은 스위스 용병도 바티칸 경찰로 교체된다.
이는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다음 달 선출될 예정인 후임 교황으로의 권력 이동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티칸은 건강상의 이유로 600년 만에 처음으로 자진해서 사퇴하는 교황의 직함과 예우 문제 등을 고민해왔다.
한편, 추기경단은 3월 4일부터 새로운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선거를 언제 시작할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새 교황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 모이는 80세 이하의 추기경 115명의 비밀투표에 의해 선출되며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해야 한다. 지금까지 선출된 교황은 유럽인이 60명으로 가장 많고 그중 21명은 이탈리아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