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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다양성 사회 장르문학은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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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문학 작가 박애진

    부엉이 소녀 욜란드/박애진/폴라북스

    "모든 소설의 밑거름은 인간과 세상 아닐까요? 순수문학이든 장르문학이든 말이죠. 상상력의 힘으로 그려낸 극단적인 세계와 인물로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게 장르문학이고요."

    최근 장편소설 ''부엉이 소녀 욜란드''를 낸 작가 박애진(37) 씨에게 ''왜 장르문학이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우리는 흔히 공상과학(SF), 환상(판타지), 무협 등의 소설을 묶어 장르문학이라 부르는데 박씨는 환상소설과 SF소설을 주로 쓰는 장르문학 작가다.

    그의 이번 작품은 환상소설이다.

    16살 욜란드는 마녀의 저주를 받아 벌판에 버려졌던 아이다.

    소녀를 데려다 키운 것은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보는 부엉이 그리마.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욜란드가 뒤틀린 자신의 운명을 되돌려놓기 위해 마녀와의 한판 싸움을 시작한다는 것이 이야기의 큰 줄기다.

    저주 받은 소녀와 지혜로운 부엉이, 나름의 상징성을 가졌을 법한 이들 캐릭터는 어떻게 태어났을까. "어릴 때 읽었던 동화, 20대 초반에 썼던 글들에 큰 뿌리를 뒀죠. 수리부엉이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우연히 본 적 있는데 개발을 위해 깎아내린 산에 둥지를 튼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인간이 만든 각박한 환경에서 삶을 이어가는 모습이 슬프면서도 경이롭게 느껴지더군요. 지혜로운 부엉이 그리마는 그렇게 탄생했죠."

    흔히 환상소설하면 모험에 뛰어든 남자 주인공이 동료들과 고난을 이겨내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박씨의 소설 속 욜란드는 주로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한 뼘씩 커가는 소녀다.

    "욜란드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대단한 성인군자는 아니에요. 선택의 연속인 인생에서 상처를 받고 때로는 주기도 하며 성장하는 평범한 소녀죠. 환상소설이 남성들의 로망을 자극하는 모험물이라는 틀을 깨고 싶었어요." 다음 작품도 같은 맥락의 환상소설이다.

    박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D컵 아가씨의 도시 액션 유혈 낭자 판타지''다.

    "지도자의 리더십, 자기희생에 관한 이야기죠. 기본적으로 전투 장면이 많아 피도 많이 튀어요. 성적으로도 자유롭게 묘사하려고요. 상징성과 주제 의식이 강한 작품인데 무겁지 않게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데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에게는 작가 외에도 ''한국 장르문학의 견인차''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2003년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창간해 많은 장르문학작가들이 작품을 낼 수 있는 공간을 꾸린 덕이다.

    "알고 지내던 작가들이 하나 둘 생활고 탓에 글을 포기하는 모습을 봤죠. 저 역시 생계와 글 사이에서 고민이 많으니까요. 작품을 발표할 마땅한 공간이 없는데다 중·단편은 발도 못 붙였죠. ''장르문학에 관심 있는 독자가 몇 명은 있겠지''라는 생각에 거울을 창간했어요. 장르문학도 시장성이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죠. 다들 오래 못 갈 거라 했는데 올 6월이면 10주년이네요. 출판사를 통해 단편집도 다수 냈으니 이젠 자리를 잡은 셈이죠."

    장르문학계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이기에 아쉬움도 크리라. 보통 장르문학하면 시간 때우기 용으로 여기는 독자들이 많다.

    시장성이 없다고 여기니 책으로 독자와 만날 기회도 적다.

    요즘 들어 장르문학이 제자리를 잡아간다는 말도 들리지만 눈앞의 성과에 얽매이다 금방 시들지 않을까 박씨는 걱정이 많다.

    "장르작가가 작품으로 인정받으며 안정적으로 글을 쓸 수 있는 분위기는 아직 아니에요. 제 경우 두 번째 장편을 냈는데 아직도 시작점에 서 있는 기분이니까요. 우리 장르문학 시장은 번역서 위주인데다 단계별로 클 길 없이 반짝 인기를 끌다 사라지고는 해요. 그걸 붙잡으려는 작가 사이 경쟁도 치열하고요. ''장르문학? 그거 마니아들이나 읽는 거 아냐?'' 식의 편견과 싸우는 게 가장 힘든 일이죠." 그럼에도 박 씨는 장르문학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요소라고 했다.

    현실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렌즈 역할을 하기 때문이란다.

    직접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의 중요한 요소가 증폭과 확장이에요. 외국을 여행하면서 문화적 충격을 받는 것처럼 장르문학의 비현실에서 현실을 보는 거죠. SF소설 속 수천 년 혹은 수만 년 뒤 인류의 모습을 보고 현재의 문제점을 돌아보게 되는 것처럼요. 환상소설을 통해 수천 년의 고독을 경험할 수도 있어요. 독자들이 한 번쯤 편안한 마음으로 장르문학을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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