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 이주배경학생 한 명도 놓치지 않으려면
전남 이주배경학생들의 출신국이 다양해지고,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른 채 입국한 '중도입국' 학생이 늘고 있지만 교육현장 지원은 그에 발맞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주배경학생 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원사업 관계자와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이주배경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전남에서 안정적인 이주배경학생 교육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주배경학생 출신 국가 다양… '소통 어려워 한국어 교육에 지장'전남 이주배경학생들의 출신국이 점점 다양해져 한국어 교사들의 어려움이 적지 않다. 기존에는 그 수가 적던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 부모들의 자녀가 전남으로 많이 유입되고 있지만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크게 부족해 한국어 교육에 지장을 주고 있다.
2024년 4월 기준 전남 이주배경학생 부모들의 출신 국가를 보면 베트남이 6070여명으로 49%, 필리핀은 1710여명으로 14%, 중국이 1695명으로 13%를 차지하고 있다. 그밖에도 캄보디아와 일본이 각각 4%와 2%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지점은 기존에 적은 비율을 차지하던 태국과 몽골, 중앙아시아 국가 출신의 학생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기준 전남 이주배경학생 수는 1만 2천여 명인데, 이 가운데 태국·몽골·중앙아시아·기타 국가 출신 부모의 자녀가 1170여 명으로 전남 전체 이주배경학생 수의 10%정도를 차지한다.
해당 국가의 언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강사를 육성해 학교현장에 투입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남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본국에서 유치원도 못 다니다가 한국에 와서 입학한 이주배경학생이 있는데, 학생 출신국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강사가 없어 한국어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며 "지금은 한국어 소통이 가능한 해당 국가 출신 고학년 학생의 도움을 받아 임시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문화의집을 운영하며 이주배경학생들을 자주 만나는 대표 B씨는 "아이 혼자 한국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 전남에서 취업한 아빠를 따라 엄마와 아이가 오는 형태가 많다"며 "이주 여성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설해 아이들 교육에도 보탬이 될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은 대학생들의 자원봉사로 이주배경학생 한국어 교육의 빈틈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여수에서 10년 넘게 이주배경학생들의 언어 교육을 도맡아 온 C씨는 "최근에 카자흐스탄, 인도 등에서 학생들이 오는데 그런 경우 대학생 자원봉사단에게 도움을 받기도 한다"며 "대학생 봉사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어 못하는 외국인 가정·중도 입국 학생 늘어… 교육 현장 '부담'
2024년 9월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의 실태 및 과제' 보고서를 보면, 응답한 교사들의 76.9%(중복응답)가 '이주민 밀집지역 소재 학교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한국어를 못하는 외국인 가정 학생과 중도입국학생의 증가 현상'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이주배경학생 적응 및 학습 지원, 이주민 학부모에 대한 교육 지원, 다문화교육 운영 등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주배경학생은 결혼 형태에 따라 '국제결혼 가정 자녀'와 '외국인 가정 자녀'로 나뉘고, 국제결혼 가정 자녀는 다시 출생지에 따라 '국내출생'과 '중도입국'으로 나눌 수 있다.
중도입국 학생의 경우 국내출생자에 비해 한국어를 많이 접하지 못해 소통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원활한 교육을 하는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전남의 경우 중도입국 학생의 출신국이 다양해짐과 동시에 그 수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전남의 중도입국 및 외국인 학생은 2023년에 698명, 2024년에 847명으로 1년 사이 21%가 증가했다.
전라남도교육청 김영신 교육국장은 "중도입국 인원이 비중이 적고 그 수가 많지는 않다"며 "교육현장에서 관련 어려움이 발생했다면 지자체와 연계해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주배경학생 교육을 보는 일부 시선 여전히 부정적…개선 필요
이주배경학생 교육과 돌봄을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씨는 전남도의 이주민 지원 사업 예산, 군청의 마을학교 예산 등을 받아 지역 이주배경학생들의 식사를 챙겨왔다. B씨는 "최근 한 공무원으로부터 피 같은 예산을 써서 외국으로 나가버릴 지도 모르는 애들에게 통닭을 먹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B씨는 "이주배경학생들도 똑같은 학생이고 이들도 정당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런 지원이 곧 ESG의 일환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C씨는 과거에 비해 이주배경학생들을 향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보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C씨는 "일부 학부모들은 여전히 이주배경학생들에게 뭔가 대단하게 세금이 투입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이중언어 교실이나 한국어 수업 정도인데, 영재교육에도 예산은 들어가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또 C씨는 "이주배경학생들은 우리 지역의 훌륭한 자원"이라며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25.05.02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