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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밀가루 3배 뛸 때 새우깡 5배

    ''이백냥'' 라면도 있었는데…라면·과자값 왜 이렇게 올랐나?
    새우깡 20년 동안 가격 5배 상승.."밀가루 값 상승은 방패막이일 뿐"

    1971년에 출시된 새우깡의 변천사. 가격도 50원에서 1000원까지 올랐다. (농심 홈페이지 캡쳐/노컷뉴스)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이백냥''''이라는 이름의 라면이 있었다. 한동안 인기를 끌었지만 ''''이백냥'''' 라면은 1992년 7월 230원으로 가격을 올리더니 결국 이름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백냥''''이 사라진 이후 라면 값은 상승행진을 거듭해왔다. 이백냥이 나오던 시절 함께 200원이었던 신라면은 2013년 1월 현재 권장소비자가격 780원에 출고되고 있다. 프리미엄 라면을 선언한 신라면 블랙이 1천500원에 출고되는 등 라면류 가격은 20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이 올랐다.

    1971년 권장소비자가 50원에 출시된 스낵과자의 대명사 ''''새우깡''''의 몸값 상승은 더욱 가팔랐다. 20년 전 200원이던 새우깡은 3~4년을 주기로 100원 씩 가격이 오르더니 2008년 2월 800원, 2011년 8월 900원에서 지난해 8월 급기야 1,000원으로 상승했다. 이젠 동전이 아닌 지폐를 가져가야 과자 한 봉지라도 겨우 사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 백원짜리 두개로 라면, 새우깡 사먹던 시절, 까마득한 옛날 얘기

    식품업체들은 라면과 과자 등의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원가 상승''''을 이유로 내세웠다. 물류비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특히 밀가루 가격이 상승한 시점을 라면과 과자 등의 가격인상 포인트로 삼았다.

    밀가루를 주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인 만큼 밀가루 가격 인상은 자연히 가공식품 가격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밀가루 가격은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데 반해, 과자와 같은 가공식품의 가격은 한 번 오르면 내릴 줄 모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밀가루 가격은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1992년 초반에는 22kg 한 포대에 7천원 안팎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물가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월 현재 밀가루 한 포대는 2만원 선에서 판매가 되고 있다.

    단순 비교를 해봐도 밀가루 가격은 20년 동안 3배도 채 오르지 않았는데, 새우깡은 가격이 5배가 오르는 등 가공식품의 가격은 밀가루 가격 상승 폭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 2008년 전세계를 휩쓴 곡물파동 당시 밀가루 값은 포대 당 2만2천원 대로 크게 뛰어올랐고, 식품업체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라면과 과자, 식빵 등 밀가루 가공식품 값을 일제히 올렸다.

    하지만 2009년 이후 곡물 값은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밀가루 가격이 1만8천 원 선으로 내려섰지만, 과자 등의 가격은 오른 가격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다가 최근 다시 전세계 곡물가격이 급등하면서 밀가루 가격도 이달 들어 포대당 2만 원 선으로 오르자 업체들은 또 다시 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밀가루 값 오를 때는 가격 올리고, 내릴 땐 ''모른 척''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려는 조짐을 보이자, 최근 자료를 내고 제동을 걸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가 지난 2011년부터 2년 동안 각 분기별로 밀가루와 가공식품의 품목별 물가지수를 산정한 결과, 2010년을 100으로 설정했을 때 밀가루는 2011년 4/4분기에 지수가 109.6을 기록한 뒤 다시 하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4/4분기에 105.4로 떨어졌다.

    밀가루와 가공식품의 물가지수 추이. 밀가루는 오르내리는데 반해 가공식품은 상승만 거듭했다.(소비자단체협의회 제공/노컷뉴스)

     

    그러나 라면은 2011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1/4분기에 지수가 107.8로 뛰어오른 뒤 지난해 말에는 108.4까지 상승했다. 밀가루 가격이 떨어질 때도 지수가 하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과자의 경우는 더욱 상승세가 가팔랐다. 스낵과자는 2011년 2/4분기에 이미 지수가 105.5까지 오른 뒤 2012년 1/4분기에 112.4, 4/4분기에는 117.9까지 뛰어올랐다.

    소비자단체협의회 최은미 물가감시센터 팀장은 ''''가공식품들의 가격상승은 대체로 밀가루 가격 상승효과를 항상 초과했다''''며 "이는 밀가루 가격 상승이 단순히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기 위한 방패막이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 가격 인상 때는 품목별 인상요인 투명하게 공개해야

    게다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국제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 9월 263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10월부터 석 달 연속으로 내림세로 돌아서 지난해 12월에는 250까지 떨어졌다. 이것은 다시 올 초 밀가루 가격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서 제과업체들이 가격 상승압력이 커졌다고 주장할 명분은 희박해진다. [BestNocut_R]

    식품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 가공식품의 가격은 밀가루 등 한 가지 재료값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부자재와 물류비, 포장비 등의 상승요인을 모두 검토해 올리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최 팀장은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때 소비자들의 알권리도 충족시켜 줘야 한다''''며 ''''최소한 어떤 항목에서 가격 상승요인이 있는지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항목별로 투명하게 알린 뒤 가격을 올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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