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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적으로 여성은 짝을 찾는데 있어 남성적인 특징을 선호하는 것으로 오랜 기간 믿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연구 결과는 여성이 짝을 선택할 때 남자다움보다 체중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력 핸디캡 가설(handicap hypothesis)에 의하면 강한 턱, 사파리 눈매 등의 남성다움을 발산하는 남자는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을 많이 갖고 있음을 반영한다. 이 호르몬이 많으면 면역체계를 방해하기 때문에 남아도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약점(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더 튼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믿어왔다.
그러나 28일 영국 왕립학회보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들은 강한 면역 반응을 갖는 남자의 얼굴과 몸에 훨씬 더 호의적으로 반응하되, 이성에 대한 매력을 판단할 때는 남성다움에 의해서가 아니라 뚱뚱함과 야윔의 정도, 즉 몸무게에 의해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이끈 남아프리카 프레토리아 대학 비네트 코에찌(Vinet Coetzee) 박사는 뚱뚱함, 또는 비만은 건강, 면역력과의 밀접한 관련성 때문에 면역의 측면에서 현명한 선택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코에찌 박사는 면역력 핸디캡 가설이 갖는 문제점은 남자다움이 여성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남성에 대한 매력이 아닐 뿐 아니라 육체적 건강과도 일관된 관련성을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체중은 건강과 면역 시스템 기능 모두에 일관되게 관련성을 맺고 있고, 과체중과 저체중의 사람들은 건강과 면역체계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지방이 진화에 미치는 역할을 알아보기 위해 속옷만 입은 69명의 백인 남성 사진을 촬영했다. 또 남자들의 체지방과 테스토스테린 수치를 측정했다. 약 65%는 건강한 몸무게의 소유자였으며 4%는 저체중, 30.4%는 과체중이나 비만이었다.
면역반응을 알아보기 위해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고, 접종 전후에는 혈액 검사를 실시했다. 강한 면역반응을 가진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백신을 접종한 후 더 많은 항체를 생산했다. 항체는 체내에서 외부침략자를 인식하고 제압하도록 도와주는 단백질이다.
다음으로 29명의 라트비아 여성들에게 얼굴과 몸을 분리한 실험대상 남자들의 사진을 보게 한 뒤 누가 더 매력적인지 판단하게 했다. 실험에 참가한 모든 여성은 생리 주기상 가임기였다.
20명씩 그룹이 지어진 핀란드 여성과 남성은 실험 참가 남성들을 상대로 남자다움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리고 14명의 다른 라트비아 여성들은 남자들의 얼굴 살이 어느 정도인지, 또는 비만인지 평가하도록 했다. 얼굴 살은 몸 전체의 살찐 정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험 결과 살이 찐 정도(피실험자들의 얼굴 살을 보고 평가한 것)가 항체반응과 이성에게 주는 매력 모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BestNocut_R]
통통한 남자는 면역체계가 약하고, 가임기 여성에게도 덜 매력적이었다. 연구 결과의 통계적 분석에 의하면 면역력 핸디캡 가설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는데 남자다움은 면역반응과 무관했고, 몸과 얼굴이 여성에게 발산하는 매력과도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코에찌 박사는 남성의 몸무게가 남성미보다 면역반응과 이성에게 발산하는 매력에 있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며 따라서 라트비아 여성은 남자의 면역성에 대한 잠재적 판단을 할 때 남성미보다는 체중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남성다운 외모보다 체중과 더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전 연구에서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피부색은 남성적 얼굴보다 여성에게 더 매력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코에찌 박사는 이번 연구가 좋은 면역체계의 표시로서 남성적인 턱으로부터 잘 조각된 복근으로 옮겨간 것을 의미하지만 이 연구는 단지 면역 반응의 한 측면만 분석한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여성들이 실험 대상 남성에 대해 매력을 느끼는지 판단할 때 면역 건강을 염두에 두었는지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