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전망대
부산을 대표하는 관광지 해운대해수욕장에 설치 운영중인 ''대마도 전망대''가 건립 과정에서부터 사후관리와 민원 응대까지 막무가내식 ''불통(不通)행정''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맑은 날 육안으로 보이는 대마도의 모습이 사실은 빛의 굴절현상이 빚어낸 신기루일 가능성 높다는 전문가 주장을 차용해 관광자원화를 시도한 시설인데,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이고도 무용지물이 된 분위기다.
해운대해수욕장 임해행정봉사센터에서 제1화장실쪽으로 불과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는 ''대마도전망대''가 들어서 있다.
지난 2009년 해운대구가 2천2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목재덱 전망대와 고성능 망원경 2대를 설치한 시설이다.
우리말과 영어, 중국어와 일어 등 4개국어로 작성된 안내문에는 "부산에서 보이는 쓰시마섬은 지역 간의 기온 차로 생기는 빛의 굴절현상으로 생겨난 일종의 신기루일 가능성이 높다는 학설이 있다"라고 한 신문기사 내용이 발췌돼 있다.
"부산에서 눈으로 보는 대마도의 모습이 사실은 신기루 현상에 의해 실제보다 가깝게 보이는 것"이라는 한 지역 기상학자의 연구 가설을 차용해 일본 도야마市나 이탈리아 시실리의 관광명소처럼 ''신기루''의 관광자원화를 시도한 것이다.
부산에선 영도 태종대와 남구 이기대, 황령산과 용두산공원 해운대 등 곳곳에서 대마도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부경대 대기환경과학가 변희룡 교수는 이는 신기루일 뿐 실제 모습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둥근 지구의 특성상 대마도의 산 정상 모습만 작게 보여야 하는데 해안선 전체까지 아주 크게 보이는 점, 부산 이기대 북단과 대마도 미다케산까지 거리가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는 한계인 25km를 크게 뛰어넘는 65㎞에 이르는 점, 대마도 모습이 보였다 말았다 하고 크기도 컸다 작았다 하는 점 등을 근거로 들고 있다.
문제는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한 이 사업이 불과 3년 만에 흐지부지 됐다는 점이다.
전망대 안내문
전망대 건립 당시 해운대구는 대마도 신기루가 선명하게 관측되는 60여 일을 ''대마도가 보이는 날''로 지정해 깃발을 내걸고 안내방송도 하며 관광객을 유인할 계획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현재 안내방송이 이뤄지긴 커녕 버젓이 ''대마도 전망대''란 간판을 내걸어두고도 책임공무원조차 관련 내용을 부인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해운대구 시설관리사업소 김 모 소장은 "대마도 전망대는 대마도를 보기 위해 만든 시설이 아니라 해운대 바다를 조망하라고 만든 것인데, 마침 해운대에서 대마도가 보이니까 가급적이면 특색을 가미하기 위해서 이름만 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선 전망대 건립 과정에서는 ''대마도 신기루'' 가설을 제기한 학자로부터 사전 허락이나 자문을 구하지도 않은채 일방적으로 안내문 제작을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경대 변희룡 교수는 기자의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자신의 가설이 전망대 홍보에 이용된 사실을 알았다며 "나한테 말한마디 하거나 사전 동의조차 구하지 않고 신문에 기고한 글을 마음대로 광고에 갖다 쓴 것"이라며 "만일 내가 무단도용으로 고소라도 한다면 어쩔 셈이냐"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변 교수는 또, "내 가설에 확신을 갖고 있지만 연구 후원이 없어 검증작업을 진행하지 못했는데, 내 이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어와 따지거나 증거를 요구하는 일이 종종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해운대구는 전망대 건립 이후 과학적 검증을 지원하거나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펴기는 커녕 힘들여 만든 전망대를 흙먼지와 녹을 뒤집어쓴 낡은 시설물로 방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일 독도 영유권 갈등을 계기로 부산-대마도보다 멀리 떨어진 울릉도-독도(87.4km)가 육안으로 관측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대마도는 신기루"라는 안내문은 고쳐야한다는 민원이 고개를 들고 있는데, 구청 측은 이 역시 묵살하고 있다.
해운대 시설관리사업소장은 "문제의 시설물이 시민들에게 위험을 초래하거나 불편을 제기하는 것도 아니고, 이사람 저사람 생각이 각기 다른데 민원인 한두명이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서 바꿀 생각은 없고, 시설사업소 내부적으로 바꾸기 않기로 결정했다"고 잘라말했다.
민원을 제기한 해운대구의 한 주민은 "가설은 가설일 뿐 객관적으로 증명된 것도 아니고, 대마도와 관련해 홍보용으로 쓸 다른 소재도 많을 텐데 굳이 앞뒤 설명없는 신문기사 발췌문만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주민은 또, "문제의 안내문이 동판이나 석판에 거창하게 새긴 것이 아니라 종이인쇄물 형태인 만큼 고치는데 큰 비용이 들지도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인터넷 상에도 대마도 신기루 주장에 대한 찬반논란이 공공연히 벌이지고 있는데 10여 명 남짓한 시설사업소 직원들간의 결정으로 주민 건의를 묵살하는 것이 공무원이 보여줄 태도냐"고 따져 물었다.
거액의 시민혈세를 들여 만든 시설물을 1회용품 버리듯 방치해버린 무책임함은 물론이고, 보다 설득력 있고 관광홍보 효과가 있는 안내문으로 바꿔달라는 주민 건의를 공무원들만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가볍게 묵살하는 해운대구의 관광행정에 불만과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