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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일반

    ''쩐의전쟁''·''대물'' 박인권, "노숙왕 그리는 사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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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김미화의 여러분]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프로그램명 ''CBS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요새는 길가다 땅 꺼져 푹 빠지듯 노숙인 되기도, 급작 노숙
    -''쩐의전쟁'' 때 보니 사채 유탄의 종착지가 노숙인 문제
    -''대물'' 여성대통령 얘기 박근혜 전 대표 염두에 둔 건 아니야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게스트 : 박인권 화백

    ◇ 김미화> 오늘 만날 분은 박인권 화백인데요, 사채 얘기를 다룬 <쩐의 전쟁>, 한국 최초 여자 대통령 이야기 <대물>하면 기억나실 텐데. 이번에는 <노숙왕>이라는 작품으로 노숙인 이야기를 시작해서 기대가 되는데요. 직접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선생님?

    ◆ 박인권> 예, 안녕하세요.

    ◇ 김미화> 이번엔 노숙인 얘기네요. 어떻게 노숙인 이야기를 끄집어 내셨어요?

    ◆ 박인권> 2003년 카드 대란 때 <쩐의 전쟁>을 취재하면서 사채 유탄을 맞은 분들의 최종 상태가 노숙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그들의 아픔을 그리기로 마음먹고 있다가 근자에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 김미화> 선생님께서는 워낙 치밀하게 준비하는 작가로 유명하세요. 자료 조사를 위해서 직접 노숙도 하셨다고요?

    ◆ 박인권> 많이 한 것은 아니고요. 사실은 1900년초쯤에 제 작품이 잘 나가다가 많이 망가졌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국을 떠돌며 7년동안 방황을 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심지어 무인도에 가 있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노숙은 아니지만 노숙인에 대한 생각을 근자에 와서 끄집어냈던 게 하나의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 김미화> 선생님께서 전국을 떠돌아 다니시면서도 그게 다 작품에 반영이 되네요. 7년 동안 방황하실 때 노숙인분들과 잘 어울리셨어요?

    ◆ 박인권>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원래 그분들이 기피하는 성향이 있으셔서요.

    ◇ 김미화> 어디서 노숙하셨어요?

    ◆ 박인권> 저는 최근에는 지방역에서 좀 있었습니다. 서울역에는 제가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웃음)

    ◇ 김미화> 선생님, 부산역에 계셨죠?

    ◆ 박인권> 네.

    ◇ 김미화> 제가 뵌 것 같은데. (웃음)

    ◆ 박인권> 제가 좀 불리합니다. 김미화 씨는 유명인이라 알아보는데 저는 몰라보니까. (웃음)

    ◇ 김미화> 오랜 기간 동안 방황을 하셨는데, 처음에 선생님이 취재를 시작하실 때와 지금,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 박인권> 근본적인 것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지만, 숫자적으로 좀 늘었고요. 그때는 1200명 이랬는데, 지금은 비공식적으로 5000명 정도. 실질적으로는 만 명 이상이 되지 않느냐 하는데요. 그 외 크게 달라진 점은 과거에는 열심히 하시다가 점진적으로 붕괴되는 슬로 현상이 있었는데요, 근자에는 그 기간이 굉장히 짧아졌다.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가다가 지반이 무너지는, 땅이 꺼져 푹 빠지는, 그런 급작 노숙 현상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 김미화> 우리가 노숙인에 대한 오해를 갖고 있었다면, 가장 큰 오해를 몇 가지 얘기해주신다면요?

    ◆ 박인권> 노숙인들 스스로가 여론조사했을 때 80%가 자기 때문에 노숙인이 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 보는 눈 역시 너 때문이야로 지금 가고 있거든요. 그것은 노숙인에게 더 괴롭힘을 주는 게 아닌가. 그런 부분이 우리가 노숙인에 대해 바른 이해를 했으면 하고요. 그리고 노숙인은 게으른 자, 사회적 패배자라는 등식이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가다가 흙탕물, 하수구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그 사람들은 어깨에 무거운 짐을 졌기 때문에 빠질 확률이 더 높고요. 단지 거기에 빠진 사람들이기 때문에 위에서 손을 올려줘야하는 사람이 우리라고 생각하고요, 잡아 올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미화> 노숙인이 ''너 때문이야, 자기 때문이야''가 아니라 다른 이해를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 사회 구조가 자꾸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든다는 점을 말하고 싶으신 거죠?

    ◆ 박인권> 구조적 요소도 많이 있습니다. 일단 노숙인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노숙인의 수가 불어나고 있다는 게 이 빈곤과 가난하고 무관한 부분도 있습니다. 아까 OECD 자살률 1위을 언급했듯이 우리나라가 경제지수가 높고 잘 살고 있지만서도 실질적으로는 붕괴가 되고 있거든요. 이런 부분을 우리가 살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김미화> 노숙인에서도 서열이 있다는 얘기는 무슨 얘긴가요?

    ◆ 박인권> 소위 ''노숙 인프라''라고 할까요? 무료급식이 좋은 곳, 의료/종교 봉사활동, 기타 복지단체가 지어준 시스템이 잘 되어있는 곳이 지방보다는 서울입니다. 그러다보니까 옛날에 무작정 상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작정 노숙이라는 말도 서울에 집중이 되고 있어요. 많은 노숙인이 모이다보니까 서열이 생긴 것 같고. 거기서 리더자는 특별한 건 아니고 목소리가 크고 힘 좀 쓰고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이 리더가 되는데요. 근자에는 대장이 구속이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권력은 공백상태라고 알고 있습니다.

    ◇ 김미화> 리더는 뭘 리더하세요?

    ◆ 박인권> 특별한 리더는 없고요. 뭐 술 사오라든가, 돈을 구걸해오라든가, 담배를 얻어오라든가. 이런 거고요. 좋은 자리, 동명 노숙할 때 커피자판기 뒤에서는 히터가 나오거든요. 이런 로얄박스를 선점할 수 있는거요. 또는 미모의 여성노숙인이 왔을 때 접근권이 우선 부여되고요. 그들 나름대로의 서열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반인들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 김미화>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요?

    ◆ 박인권> 많은 분이 있는데, 특정 이름을 언급하긴 그렇지만 리모컨을 확보해서 9시나 8시뉴스 끝나고 스포츠뉴스가 하잖아요. 그 시간엔 꼭 자기가 리모컨을 확보해서 채널을 다른 데로 돌려서 스포츠뉴스를 봅니다.

    ◇ 김미화> 리모컨을 어디서 확보해요?

    ◆ 박인권> 대합실에서요. 자기가 보는 것을 강제로 채널 이동해서 스포츠뉴스를 봅니다. 역무원들에게 지탄도 받고 리모컨을 압수당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 어디서 또 같은 리모컨을 구해와서 그 행위를 해요. 알고 봤더니 아들이 축구를 그렇게 잘 했대요. 지금쯤 프로에 뛰지 않을까 해서 아들을 TV에서 찾고자 하는 아버지의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 김미화> 그리고 또 기억나는 분은요?

    ◆ 박인권> 이분도 이름을 밝히긴 그런데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흰수염이 나 있어서 ''켄터키 노인''이라고 했는데. 명품옷에 명품신발, 명품가방도 들고 있었습니다. 그 도시락을 들고 다니며 먹을리는 없고 저기에 돈이 들지 않았나 해서 노숙인들이 접근도 하려하고 뺏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할머니 유골함이었습니다. 유골함을 집에서 못 갖고 있게 하니까 할머니 유골함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할머니와 같이 있고자 하는 마음으로. 할아버지가 우울증도 앓고 있고 정신적으로는 병적인 부분도 없잖아 있으신 분인데, 애틋한 황혼의 사랑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 김미화> 조만간 이 분들이 만화에 출연들 하시겠네요?

    ◆ 박인권> 네, 당연히 나옵니다.

    ◇ 김미화>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끼신 점은 뭔가요?

    ◆ 박인권> 사회가 보는 노숙인 환경이나 시설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참에 노숙인의 자기반성도 같이 병행해야 하지 않을까. 그 중에 으뜸이 노숙인들에 대한 복지권이라는 것이 팽창되고 있는 게 우려스럽더라고요. 예를 들어 왜 밥을 빨리 안 주냐. 용산은 이랬는데, 영등포는 왜 이러냐. 이거 잘못된 것 아니냐 하며 심지어 식판을 패대기치더라고요. 이런 것을 봤을 때 스스로의 자정과 자기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은가. 이게 좀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 김미화> 노숙인에 대한 대책에 뭉뚱그려지기보다 세분화되어야 한다. 이런 얘기도 나오던데요.

    ◆ 박인권> 일단 크게 세 분류로 노숙인을 분류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알코올 중독이나 선천적 장애를 갖고 계신 분들, 후천적으로 사회적 트라우마로 인한 정신적 피폐자들. 이런 분들은 병리적 접근을 해야 할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희망단계라고 할까요. 적극조기 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되는 분들인데요. 조금만 도와주면 바로 일어설 수 있는 분들이요. 이런 분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완숙기간이 필요한 노숙인들도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솔루션을 해야지 서두르면 안 되는, 병리적 대응을 하면서 시간을 갖고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미화> 좋은 말씀이시네요. 대물시리즈 <야왕>이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데, 권상우 씨와 수애 씨가 주인공이라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여성대통령 이야기 <대물>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연상하게 한다는 얘기 많이 들으셨죠? 염두에 두셨어요?

    ◆ 박인권> 저는 <노숙왕>을 그리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제일 으뜸으로 하는 것은 남이 다루지 않은 소재입니다. 거기에는 물론 소재의 신선도도 있지만, 나에 도전하는 그런 도전력도 같이 발동되기 때문에 그런 연장에서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했던 건 그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소재였기 때문에 접근했던 것고요, 정치적으로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 김미화> 우리 정치하고 관련해 다시 얘기를 펼치게 된다면 다루고 싶은 얘기가 있으세요?

    ◆ 박인권> 저는 정치를 따라가다 보니가 희화적으로 갈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를 코미디라고 하는데 나까지 코미디화하면 안 되지 않는가. 만화가가 정치를 다룬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요소도 있습니다. 너무 상상의 여지를 발휘하다 보니까요. 물론 정치가 신선한 부분도 분명 있거든요. 저한테는 금기시하고 싶은 부분이 정치물인 것 같습니다.

    ◇ 김미화> 정치가 코미디라면 제가 주인공이 돼야죠. (웃음)

    ◆ 박인권> 김미화 씨 존경하고 있습니다.

    ◇ 김미화> 언제 한 번 뵈요, 선생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 박인권> 고맙습니다.

    ◇ 김미화> 박인권 화백과 <노숙왕> 얘기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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