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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의원의 소리없는 절규

오늘로 단식 14일째, ''농업 발전 없이 선진국 되는 것은 불가능''

강기갑

 


"국회의원 강기갑 개인의 건강보다는 우리나라 농업과 전체 농민을 걱정해 달라......"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에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자신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빠짐없이 건네는 부탁의 말이다.

강기갑 의원은 지난달 27일 쌀협상 비준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하자마자 국회 본관 세종대왕상 옆에 자리를 펴고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9일로 단식 14일째다.

"국회의원 강기갑 건강보다 농업 전체와 농민을 걱정해 달라"

가부좌를 튼 꼿꼿한 자세와 날카로운 눈매는 여전하지만 수척한 얼굴과 까칠한 피부는 장기간 단식에 따른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

강 의원의 혈당 수치도 단식을 중단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는 60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변의 걱정도 커지고 있지만 강 의원은 비준안 처리를 세계무역기구(WTO) 홍콩 각료회의가 끝나는 오는 12월 18일 이후로 미루고 그동안 비준안의 문제점을 면밀히 검토해 치밀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약속이 없는 한 단식을 풀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농촌 출신 일부 여ㆍ야 의원들이 비준안 조기 처리에 반대하고 있지만 16일 본회의 처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이제 강기갑 의원은 16일 이전에 더 이상 단식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몸져 쓰러지거나 아니면 20일이 넘는 처절한 단식에도 불구하고 속절없이 비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상황을 맞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어느 경우든 강 의원에게 견디기 어려운 참담함을 안겨줄 것이고 어쩌면 강 의원은 이를 이미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겠나, 몸부림칠 때까지는 몸부림을 쳐봐야지''라는 게 지금 강 의원의 말라붙은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오는 탄식이다.

한국경제의 성장과는 관계없이 늘 궁핍과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는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왔건만 결국 단식이라는 막다른 수단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오늘의 현실이 강 의원에게는 몹시 허탈하기만 한다.

與 16일 본회의에서 반드시 처리, 한나라당도 별 이의 없어


전국의 농민들이 자신의 생명과도 같은 나락 수십만석을 거리에 내다놓고 불까지 지르는 처참한 현실에 진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대한민국 국회를 강 의원은 이해할 수 없다.

강 의원은 단식농성장 한 편에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은 식량을 하늘로 삼아야 한다(國以民爲本 民以食爲天)''는 경구를 걸어놓았다.

또 다른 한 편에는 ''후진국이 공업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수는 있으나 농업발전 없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쿠즈네츠의 선언이 자리하고 있다.

''민의의 전당''이라지만 농민들에게는 까마득하기만 한 대한민국 국회를 향해 강기갑 의원이 던지는 침묵의 절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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