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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원작 영화의 최대 적은 강풀 만화''라고들 했다. ''아파트''를 필두로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 ''통증''(원안) 그리고 ''이웃사람''까지 충무로가 가장 사랑한 웹툰 작가가 바로 강풀이다.
하지만 160만 관객을 모은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최고 흥행작일만큼 흥행운이 안따랐다. 작품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으로 스토리를 직조하는 강풀 만화를 영화로 효과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원작 특유의 따뜻한 정서나 그 속에 녹아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만족할만큼 살려낸 작품은 없었다.
이웃사람은 강풀 원작 영화의 오랜 징크스를 깰 첫 번째 작품으로 주목된다. 원작의 미덕을 살리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갖춘 작품으로 소름 돋고 안타까우면서도 의외로 터지는 웃음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특히 캐릭터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원작보다 더 생생하게 살아났다. 원작의 정서와 메시지를 잘 살린 시나리오 작가 출신인 김휘 감독의 연출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웃사람은 죽은 소녀도, 살인마도, 그를 막는 사람들도 모두 이웃사람이라는 내용의 서스펜스 드라마. 강산맨션 202호의 소녀가 열흘 간격으로 발생하는 연쇄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되면서 이웃사람들 모두 공포에 떤다.
특히 소녀의 새엄마(김윤진)는 일주일째 죽은 딸(김새론)이 매일 저녁 귀가하는 환영을 본다. 그러던 중 이웃사람들은 수십 만 원대의 수도세가 나오고 사건발생일마다 피자를 주문하며 사체가 담긴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사간 강산맨션 102호 남자를 의심한다.
한편 죽은 소녀를 빼닮은 강산맨션의 또 다른 소녀 수연(김새론)은 특유의 밝고 착한 심성으로 이웃에 활기를 불어넣고 연쇄살인마(김성균)는 그런 수연을 예의주시한다.
강풀은 앞서 이웃사람 캐스팅에 크게 만족했다. 실제로 배우들의 호연은 이웃사람의 손꼽히는 미덕이다. 1인 2역으로 화제를 모은 김새론은 외롭고 내성적인 죽은 소녀 여선과 밝고 활기찬 소녀 수연을 자유롭게 오간다. 특히 흉악범죄의 희생자인 김새론과 김새론, 두 모녀의 관계는 진한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채업자 안혁모 역할의 마동석은 의외의 웃음을 유발한다. 주차문제로 연쇄살인범을 마구 때리는 등 관객들에게 은근한 쾌감을 안겨준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로 발견된 김성균의 연쇄살인범 연기도 눈에 띈다. 잔혹한 살인마의 모습부터 반상회에 참석하라는 부녀회장(장영남)의 전화를 귀찮게 응대해야하는 일상적인 연기까지 쉽지 않은 연기를 절묘하게 소화했다.
이밖에 과거의 죄를 안고 사는 경비원 역할의 천호진, 가방가게 주인의 임하룡, 비주얼(?) 담당인 피자배달부 도지한 그리고 아줌마 특유의 극성(?)을 보여주는 부녀회장 장영남 등 모두 제몫을 다한다. 다만 영화를 위해 새롭게 구성한 엔딩은 아쉽다. 살인마에게 인간적 여지를 줌과 동시에 극 초반 딸을 잃은 엄마 김윤진의 공포를 희석시킨다.
재미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를 녹여낸 점은 주목할 만한 성취다. 이웃사람 모두가 힘을 합쳐 이웃소녀 수연을 지켜주길 바라게 되듯, 점점 무서워지는 세상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반성하게 만든다. 청소년관람불가, 2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