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관광 1번지 제주도가 관광객 1천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폭발적이다. 제주CBS는 올해로 제주도관광협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제주관광 주요 인사를 만나보는 기획인터뷰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네 번째로 제주대학교 관광개발학과 장성수 교수를 통해 급변하는 관광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주지역 관광제도 개선에 대해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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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수 교수는 현재의 제주관광이 급성장한 원인으로 국내 잠재시장인 북한관광이 침체하고 소득양극화에 따른 국내여행 증가 그리고 저가항공시장 발전이라는 요인을 꼽았다.
하지만 관광객 증가가 지역 내 소득창출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며 통계적 오차를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와 함께 개별관광객 가운데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업계의 수용태도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주문했다.
특히 중국인 관광은 저가의 패키지 관광으로 동아시아 지역에서 제주도가 가장 낮은 가격이라며 관광 상품 고급화가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관광협회의 대의원 제도 개선을 지적했다.
◇ 제주도 관광협회가 창립 50주년이다. 평가를 한다면?
◆ 장성수 > 제주도관광협회는 한국의 관광정책에 따라 시작됐고 관광진흥법에 따라 만들어진 기구입니다. 다른 지방은 대부분 유명무실하지만 제주도는 독자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자 위주의 관광협회가 자체수입을 정립하거나 미래를 대비해서 연구개발하지 않고 과도하게 행정에 재정을 의존하는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자체 수입이 부족하고 행정에 재정의 75%를 의존하면서 자생단체의 기능을 많이 잃었습니다.
더불어 4년전 출범한 제주관광공사가 해외마케팅을 맡게 되면서 관광협회에 거는 기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협회가 지역 관광 문제를 외면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문관광단지 매각에 대한 입장입니다. 지역 관광문제에 대해 관여 하지 않다보니 지역 관광업계가 협회의 활동에 회의적일 수 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 역시 출범했지만 의사결정이 민주적이고 수평적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하부기관으로 움직이면 업계의 다양성과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특히 제주도의 입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살려야 합니다.
◇ 제주도관광협회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 장성수 > 관광협회는 사업자 이익단체입니다. 여기에 대의원 기구로 조직원을 구성했는데 일부 대의원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협회 정책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의 태도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협회가 일부 외면 받고 있는 부분은 분담금을 많이 내온 호텔분과의 경우 분담금이 적은 신설 영세한 신설여행사와 비교할 때 대의원 선출권과 발언권은 똑같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해관계를 따지는 조직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기여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인 1인 1표는 비용에 대한 기여와 개인이익이라는 오차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 관광객 천만 명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제주 관광의 성장을 학계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 장성수 > 관광객 급증현상은 내재적 여건과 외부적 여건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선 폭발적인 것은 외생적인 수요 급증입니다. 잠재시장인 북한 관광이 침체하고 있습니다. 개성관광과 금강산 관광, 휴전선 관광이 줄어 제주지역이 유리한 입장입니다. 또 소득 양극화도 영향이죠. 고소득자는 해외여행으로 눈을 돌리지만 나머지는 여행 붐에 따라 남해안이나 제주도 등 국내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 덕을 봤고, 공급측면에서는 테마파크와 박물관이 급증도 영향입니다. 여기에 저가항공이라는 뒷받침이 있습니다.
◇ 2010년 기준 제주지역 관광수입은 3조 4천억 원이라는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발표도 있었다. 제주지역 관광성장이 지역 내 소득에 직접 영향을 준다고 보십니까?
◆ 장성수 > 관광성장이 지역 내 경제 성장에 당연히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관광수입에 대한 통계적 오차에 주목해야 합니다. 원인은 당일 관광객을 전체 관광객 수에서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당일 관광객은 소비지출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또 관광객 1인당 소비액에서도 중국관광객의 경우 1인당 소비지출을 140~150만원으로 높게 평가하지만 지역의 상인들은 35~50만원으로 보면서 체감 통계 격차가 심각합니다. 이는 천만관광객에 맞는 통계를 갖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통계의 정확성과 신빙성을 높여야 합니다.
◇ 제주 관광의 대부분이 개별관광이다. 업계가 이를 위해 잘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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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수 > 수용의 규모와 능력을 생각해야 합니다. 제주 관광이 양적인 성장에 치우치다 보니 서비스의 질에서는 가격통제나 획일적 표준화만 하면서 업계의 자율적인 서비스 질과 능력에는 정책적 관심이 미약했습니다. 서비스 질을 경쟁력으로 하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개별관광객을 위한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관광 관련 법을 잘 이용해서 개별관광객을 위한 인프라를 새롭게 준비하거나 개선하는 호텔이나 업계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호텔 대부분이 더블베드를 제공하는데 자녀의 수를 고려한다면 구조개선이 필요합니다. 이런 개선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 개별관광객 가운데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제도적 보완사항이 있다면?
◆ 장성수 > 첫째는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정책이 달라지고 있다는 정책 홍보가 필요합니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일반관광객에 비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가족단위 관광객을 우대하는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홍보가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개별관광을 하면 손해고 단체관광을 해야 이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누적된 결과로 이를 타파해야 합니다.
둘째는 가족단위 테마관광이 많이 달라지는데 관광협회나 사업자 등 기존 업종은 여기에 둔감하거나 외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관광지 홍보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30년 전부터 알려진 관광지를 다시 홍보하는 것은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신생 관광지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단위 관광객을 위한 관광지 홍보를 추진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향후 5~10년을 고려한다면 단체 관광객을 위한 수용태도가 아니라 4-5명 단위의 소규모 관광객을 위한 수용태도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한 교육과 인센티브 제공이 있어야 합니다.
네 번째는 관광 진흥법이나 조례를 활용해서 정책적 지향점에 맞는 업종의 선정과 인센티브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축제에 대한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지역 거버넌스 구축이나, 제도적인 틀이 마련돼야 합니다. 장기적인 회계처리 방식이 없는 연 단위 회계처리에 급급한 것이 현재의 문제입니다. 거창한 개발 계획은 있지만 3~4년 단위의 중기적인 목표와 정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중국인 패키지 관광입니다.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나?
◆ 장성수 > 중국의 입장에서 싼 가격으로 올 수 있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홍콩과 태국, 말레이시아와 비교할 때 제주도가 해외관광지에서 최저가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자 공급업체가 공급과잉을 만들면서 가격이 낮아졌습니다. 만일 중국인 관광상품의 단가를 높이면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지를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찬양 일색의 정책을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광상품에 대한 제값을 받고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인 상품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중국인 투자가 늘고 있는데 제주도는 장소만 제공하는 모습입니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내륙이 아니라 해양 관광지라는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제주도의 범위를 늘려서 추자도와 연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배를 타고 1시간동안 추자도 리조트를 즐기고 저녁에 제주로 이동하는 방식과 같이 제주 지역 섬을 충분히 활용한 관광상품도 있어야 합니다. 관광상품의 광역화가 필요합니다.
◇ 관광산업은 커가고 있지만 관광종사자에 대한 관심은 부족합니다. [BestNocut_R]
◆ 장성수 > 관광지 고용실태에 문제가 많습니다. 종사자 입장에서 볼 때 관광지가 대부분 외진 곳에 있고 심지어 준벽지수당을 줘야할 정도입니다. 다른 직장에 비해 종사원들의 사기는 낮습니다. 또 금전적 보상의 체계도 미흡합니다. 과당경쟁으로 종합적인 직원복지에 대한 투자도 못하는 딜레마에 있습니다. 행정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