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공원에서 열린 용산경찰서 주최 치안복지 토크쇼에서 술자리를 갖고 있는 주민들 (장규석 기자/노컷뉴스)
경찰교향악단의 공연과 가수 송대관 씨의 무대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공원에 모인 500여 주민들은 박수를 치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특히 용산구에 사는 가수 송대관 씨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치안 행사의 취지에 공감하며 무료로 공연을 펼쳐 더욱 뜻깊은 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한껏 분위기가 달궈진 직후, 행사가 본론으로 들어가면서 용산경찰서의 치안현황과 그간의 성과 등을 알리는 동영상이 나오자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게다가 빗방울까지 조금씩 떨어지자 객석을 채웠던 주민의 절반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남아있는 주민들 가운데서도 주폭 척결, 안전한 공원 만들기 등의 내용을 담은 10분짜리 동영상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찰서장도 인사말만 간단히 하고 자리로 돌아갔을 뿐, 민생 치안과 관련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은 마련되지 않았고, 동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딱딱한 치안보고회가 아닌 주민과 공감하며 즐길 수 있는 ''''치안복지 토크 콘서트''''를 열겠다던 용산경찰서의 야심찬 기획의도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치안복지 토크 콘서트에 많은 주민들에 모였지만 대부분 공연이 끝나고 치안보고회가 시작되자 자리를 떴다. (장규석 기자/노컷뉴스)
공원 안전에 관심이 많아 참석했다는 한 주민은 ''''지금부터가 중요한데 사람들이 많이 나가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주민도 자리를 오래 지키지 못하고 곧 빠져나갔다.
심지어 주취폭력 척결을 외치는 영상이 나오는 와중에 객석 한켠에서는 가수 공연을 보러 나왔던 일부 주민들이 술판을 벌이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졌다.
좋은 행사를 만들기 위해 지역에 사는 유명 가수까지 섭외하며 많은 준비를 했지만, 치안이라는 문제를 놓고 소통하겠다는 본질은 찾아보기 힘들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이 부임한 이래, 서울 경찰은 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치안보고회를 잇따라 열었다. 또 ''서울경찰 25시''라는 소식지도 만들어 배포하기 시작했다.
경찰청의 현수막 정비 공문
주폭 척결에 앞장서겠다며 일선 경찰서들이 앞다퉈 현수막을 내거는 통에, 경찰청에서 현수막 게시를 자제하라는 공문까지 내릴 지경이 됐다.[BestNocut_R]
김기용 경찰청장은 취임과 동시에 ''''귀 기울여 들음으로 마음을 얻는다''''는 ''이청득심(以聽得心)''을 강조했다.
서울 경찰은 과연 시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는지, 혹시 자기 치적 알리기에 매몰돼 소통의 본질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 반문해 봐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