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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래 "요즘 개그맨 봄에 데뷔하고 겨울이면 잊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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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래 "요즘 개그맨 봄에 데뷔하고 겨울이면 잊혀져"

  • 2005-10-30 13:30

KBS ''폭소클럽''에서 왕년의 개그 다시 선보이는 80년대 코미디언들의 주역들

김보화와 이경래가 29일 코미디무대에 복귀하는 소감을 밝히고 있다.(오대일 기자/노컷뉴스)

 


현역 최고참격인 코미디언 최양락을 중심으로 왕년의 스타 코미디언들이 KBS에 모였다.

1980년대와 90년대초까지 왕성한 활동을 보였던 김보화, 황기순, 이경래, 배영만과 그 아래 후배 김지선 그리고 새파란 막내둥이 오지헌 강유미까지 29일 오후 KBS 별관 지하에 자리를 함께 했다. 다름아닌 KBS 2TV 심야 코미디 프로그램인 ''폭소클럽''(서수민, 이형진 연출)리허설 때문이다.

1999년 젊은 개그맨들이 모여 만든 ''개그콘서트''가 객석과 주고받는 스탠딩 개그를 선보이기 전까지 이들은 ''유머일번지''와 ''쇼 비디오 자키''를 통해 그리고 MBC의 ''청춘만만세'' ''일요일 일요일밤에''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스타플레이어였다.

숱한 유행어를 양산하며 10여년을 풍미했던 왕년의 스타들은 오는 31일 149회를 맞는 심야 스탠딩 코미디 마당 ''폭소클럽''을 통해 부활을 꿈꾼다. 추억의 올드팬들과 ''개그콘서트''류의 개그에 길들여진 젊은층도 노크하고 있다.

''폭소클럽''이 그간 ''개콘''과 차별화에 성공하면서도 물갈이 시기를 고심하던차에 대대적 수술을 단행했다. 그중 그간 잊혀져간 선배 개그맨들을 전격 영입한 것. 눈길을 끄는 것은 최양락 김보화 배영만 황기순 이경래 등이 출연하는 ''올드보이'' 코너. 1980년대 스타들과 오지헌 강유미 등 신세대 개그 스타들이 댄스 배틀처럼 개그 배틀을 벌이는 무대다.

리허설도중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그간 코미디 무대 밖으로만 겉돌수밖에(?) 없었던 아쉬움과 다시금 무대에 설 수있게 됐다는 묘한 긴장감과 희열이 교차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들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코미디 복귀 소감은 말의 달인들 답게 귀에 팍팍 꽂힐 얘기였다. 왕년의 명 코미디언들이 1시간여동안 쉴새없이 털어놓은 말잔치를 방담 형식으로 재구성해 보았다.

김보화, 4~50대들도 TV보고 웃을 권리 있다

김보화 : 데뷔한지 25년 됐어요.다시 정식으로 무대에 서는 지금이나 그때나 설레는 것은 똑같아요. 희한하네 참. 대본받아보고 3일내내 읽어보느라 정신없이 지냈어요.10년은 제 전성기였죠. 정말 신나게 일했죠. 1995년부터 정보 의학 교양 같은 프로그램으로 빙빙 돌다가 이제 15년만에 컴백하게 된 것 같아요. 최양락, 엄용수, 이경실, 김정렬 등이 MBC 코미디언 공채 1기 동기에요. 서로 다른 방송사에서 일하다보니 한무대에 서는 것은 데뷔후 처음이 되네요.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40~50대 분들도 TV를 보면서 웃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주머니들이 요즘 우리가 보고 웃을 무대가 없다고들 그러세요. 과일이 딸기만 있나요, 참외 수박 등 다양하잖아요. 개그도 그런거란 생각이 들어요. 요즘은 TV 리모콘을 자녀들이 갖고 있다시피 하는데 다시 복귀하려니 잠이 안오더라구요. 대본 3일을 봤는데 다음날 일어나서 어찌나 긴장하고 읽고 연습했던지 어깨가 무거워서 혼났어요.

이경래, ''깜빡홈쇼핑'' 실생활의 리얼리티 잘살려 공감대 넓어

이경래 : 개그맨들한테도 사회에서 직장인들이 흔히 쓰고 있는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실감나네요. 우리는 아직도 녹슬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많으면 유머가 안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젠 명절때마다 한번씩 나오는 정도에 그치고 있었죠. 다행히 이런자리가 마련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미안한 얘기지만 요즘 후배들은 ''봄에 데뷔하고 여름에 크고 가을에 가고 겨울에 진다''고 할정도로 너무 수명이 짧아요. 그렇게 돼면 본인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후배들중에도 고민하고 폭넓게 인정받는 코너를 잘만드는 것도 인정해요. 제가보기에는 ''깜박 홈쇼핑''같은 경우가 그런 예인데 실생활의 리얼리티가 잘 살아있어서 주변에서 어른들도 보고 즐길수 있다는 얘길 많이 하더군요.

최양락, 너무 짧은 시간에 쏟아내면 ''찰리 채플린''도 안될 것

최양락 : 저는 ''네로24시''코너를 3년동안 했어요. 당시 다른 코너들도 마찬가지로 수명도 길고 반응도 참 좋았어요. 그렇게 장수하는 코너들을 만들기 위해 얼마만한 노력과 아이디어 회의를 했는지 다시 생각해도 짜릿하네요. 요즘 볼만한 개그맨 있다고 해서 보려고 TV를 틀어서 찾을라 치면 제 아이가 그러더군요. 벌써 그게 없어진지 언제인데 찾느냐구요. 벌써 다른 개그맨이 최고라고 그래요. 이미 몇개월새도 안돼 사라지는 이런 상황이 좀 아쉽네요. 너무 짧은 시간에 다 쏟아내면 찰리 채플린도 안 될 겁니다.


하지만 후배들 참 잘해요. 그렇지만 멜러 장르가 있으면 액션장르도 있고 사극도 있고 다양하게 있잖아요. 지금 후배들이 템포빠른 개그로 성공을 하고 있지만 8~90년대 드라마틱하고 리얼리티를 살린 형식의 개그도 추억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린 후배들과 함께 신구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세대를 넓게 감싸안을 수 있는 코너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솔직히 다시 무대에 서서 웃길수 있을까 부담이 되지만 ''폭소클럽''을 148회나 보신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열심히 준비 할겁니다.

황기순, 이젠 없어진 폐교에 동창들이 모여 화기애애한 이야기 꽃 피우듯 행복

황기순 :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시사 프로그램에 등장한 이후 제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동료들과 함께 정통 코미디를 하는 것이 처음인거 같네요.한마디로 한솥밥먹던 동료들과 함께 웃을 수 있어 행복하네요. 지금의 심정은 시골에 이제는 폐교가 되어 다시 찾을수 없는 모교 공터에 모여 옛날 얘기를 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의기투합하는 반가운 심정이에요. 제겐 지난 아픈 과거가 오히려 약이 된거 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았으면 교만해져서 더 안좋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다시 무대에 설수 있게 된 것도 어쩌면 이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이라 생각들어요. 이젠 웃으면서 즐길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배영만, 무대야 말로 보약

배영만 : 사실 처음 제의 받았을때 망설였어요. 금세 또다시 없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에 동료 선후배들과 제대로 한번 해보자는 의기투합이 너무 반가워요. 경험에서 얘기하는 건데 우리가 즐거우면 결국 반응이 좋더라구요. 그간 ''대추나무 사랑걸렸네'' 같은 정극에 들어가서 외도를 하고 있었지만 다시 코미디 무대에 서지 못하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왔네요. 제게 무대야 말로 보약이에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달려들고 있어요.

오지헌 : 이런 대선배들과 함께 할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영광이에요. 리허설때 선배들의 애드리브는 정말 대단들 하세요. 매번 연습 때마다 새로운 아이템이 쏟아지는 걸 보고 새삼 놀라웠어요.

한편 ''올드보이'' 코너를 기획한 박중민PD는 "1980년대 스타들을 다시 무대로 불러 화려한 개인기 등 그들의 녹슬지 않은 코미디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이번개편을 통해 기존의 스탠드업 코미디의 색깔은 옅어지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코미디를 모으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남궁성우 기자 socio9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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