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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태희 아나운서에 대한 斷想

  • 2004-03-03 15:33

일지매와 왕눈이

제대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은 최군을 일본어 학원으로 이끌었다.


친구 권모 군은 평소 반일 감정으로 똘똘 뭉쳐 있는 최군이 일본어를 공부하겠다고 하자 "어떻게 이런 배신이 있을 수 있냐"며 혀를 내둘렀다.

최군은 "범을 잡으려면 범이 사는 굴에 가야 하는 법"이라며 주변의 평가를 애써 무시했다.

99년 초여름부터 시작한 최군의 일본어...

실력이 한창 늘고 있을 무렵, 최군의 일본어 학원 반에는 반가운, 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반상의 최고 공격수, 일지매 유창혁"

최군의 바둑 실력은 형편없지만 바둑TV 하나면 하루가 가는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최군에겐 유 9단의 등장은 충격이자 영광이었다.

사실 유 9단 말고도 또 한 사람이 있었다.

김태희 아나운서...

하지만 당시 최군은 김태희 아나운서가 누군지 몰랐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특히 눈이 크고 아름다웠던 사람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최고 바둑기사에 지성파 아나운서...일지매와 왕눈이...
이 둘이 최군과 한반이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일본어 회화 선생님은 저녁을 사겠다며 반 전체를 학원 인근 닭갈비 집으로 인도했다.

최군은 기억한다. 그날 계산은 일본어 선생님이 아닌 유 9단이 했음을...

그날 이후 최군은 유 9단과 김태희 아나운서를 학원에서 보지 못했다.

둘다 너무 바빴나보다.

...

최군의 기억에서 이 둘과의 짧은 만남의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스포츠 신문에서 유 9단과 김태희 아나운서의 결혼 발표 소식을 접했다.

"그랬었군..."

그로부터 5년후, 최군의 기억에서 이 둘이 결혼을 했다는 것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김태희 아나운서의 죽음 소식을 접했다.

믿기지 않는다.

고인의 명복을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빌어본다.

CBS 노컷블로거 최철
iron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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