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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마의 벽''은 넘기 힘든 장벽을 말한다. 특히 이 말은 0.01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기록종목에서 자주 쓰인다. ''마의 벽''은 선수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신기록에 대한 도전의지를 불어넣어 주는 긍정적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마의 벽''을 돌파하는 것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인간의 한계를 넘기 위한 선수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서 스포츠는 재미있다.
◈ ''마의 벽''은 물리적 장벽? 심리적 장벽?
1마일(1.6km)을 4분 이내에 달리는 건 무모하고 위험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수 십년간 최고 재능을 지닌 주자들이 이 기록에 도전했지만 모두 쓴맛을 봤다. 그래서 ''1마일 4분''은 ''마의 벽''으로 불렸다. 1952년부터 20대 초반 세 젊은이 로저 배니스터, 존 랜디, 웨스 산티가 이 장벽을 깨려는 시도에 착수했다. 1954년 5월 6일, 마침내 배니스터가 3분59초4로 ''1마일 4분 벽''을 깨뜨렸다.
''1마일 4분'' 장벽이 허물어지자 말 그대로 홍수가 시작됐다. 배니스터가 ''4분 장벽''을 깬지 46일째 되는 날, 랜디는 3분58초로 배니스터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9년 7월 7일, 히침 엘 구에로가 1마일 세계기록을 갱신(3분43초13)했을 무렵 4분 이하 기록을 낸 선수는 거의 1천 여명에 달했다. 장벽이라고 하기엔 넘어선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김국영은 지난 2010년 6월, 육상 100m에서 10초23을 찍으며 종전 한국기록(10초34)을 31년 만에 갈아치웠다. 같은 날 임희남, 여호수아도 각각 10초32, 10초33을 기록했다. 김국영에 의해 10초34라는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자 나머지 선수들은 ''한국기록을 깨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 10초34에 연연하지 않고 달린 덕분에 수 십년간 마의 벽으로 여겨진 10초34를 잇따라 넘어선 것이다.
처음 ''마의 벽''을 넘는 건 어렵다. 그러나 한 선수가 일단 넘고 나면 ''마의 벽''이라고 했던 기록을 깨뜨리는 선수가 자꾸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마의 벽이 깨진 후 기록을 넘어서는 문제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한체대 윤영길(스포츠심리학) 교수는 "물리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종합한 결과, 장비나 기술 등이 개선되면서 기준점이 달라진 결과다. 또 심리적 관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긴 성취를 다른 선수를 통해 대리경험함으로써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런 생각의 변화는 결과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1마일 4분'' 기록은 육체적, 심리적 장벽이었다. ''1마일 4분 벽''을 돌파하는 선수가 계속 나올 수 있었던 건 과거보다 트레이닝 효율성이 높아졌고 배니스터가 심리적 장애물을 제거해준 덕분이 아닐까. 랜디는 논픽션 ''퍼펙트 마일''에서 "대기록의 주인공 자리를 배니스터에게 빼앗겼을 당시엔 절망감을 느꼈다. 그러나 (배니스터가) 장벽을 깼으니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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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에서 ''마의 벽''은 왜 없어지지 않을까 현재 남자육상 100m 세계기록은 9초58이다. 우사인 볼트(자메이카)는 2008년 8월 16일 베이징 올림픽에서 9초69로 세계기록을 세운 뒤 꼭 1년 만인 지난 2009년 8월 17일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9초58을 기록했다. 불과 1년 만에 0.11초를 줄인 것이다.
볼트가 인간 최초로 ''9초 7벽''과 ''9초 6벽''을 잇따라 허물자 전 세계가 들썩였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 한계는 9초75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볼트가 9초5대를 기록한 후 "9초62가 인간의 한계점"이라고 한 아에 미치요시 박사(일본 쓰쿠바대학원)의 말은 자연스럽게 폐기처분됐다. 일본의 스포츠과학자들은 역대 100m 세계기록 보유자들의 장점을 모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조합한 결과 9초50까지 뛸 수 있다고 했는데, 기록 추이로 봤을 때 이 연구 결과 역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볼트의 기록에 따라 ''마의 벽''의 기준점도 바뀐다. 사람들은 이제 "2028년쯤에는 9초34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한 미국의 한 운동생리학자의 말에 관심을 갖는다. 볼트도 9초58을 찍은 후 "9초4대까지 뛸 수 있다"고 목표를 상향조정했다.
''마라톤 황제''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는 2008년 9월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59초 세계최고기록으로 우승했다. 5년 만에 ''마의 2시간 4분 벽''(2003년 폴 터갓, 2시간4분55초)을 무너뜨리며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게브르셀라시에의 세계기록은 패트릭 마카우(케나)에 의해 깨졌다. 마카우는 2011년 9월 23일 베를린마라톤에서 2시간3분38초로 우승했다. 역대 2위 기록은 윌슨 킵상이 2011년 프랑크푸르트 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3분42초. 현재 2시간 4분대를 기록한 선수만도 13명에 달한다.
이제 관심은 ''2시간 3분 벽''을 넘을까에 모아진다. ''마의 벽''의 기준점이 바뀐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록추이로 봤을 때 "2012~2013년께 2시간 2분대 기록이 출현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 게브르셀라시에의 코치 조스 허먼스는 "런던올림픽 마라톤 코스는 평탄하기 때문에 2시간2분 후반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2시간 2분대에서 더 나아가 ''2시간 벽''을 인간한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비록 공인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지만 작년 4월 보스턴마라톤에서 제프리 무타이와 모제스 모솝(이상 케냐)이 각각 2시간3분2초와 2시간3분6초를 찍는 ''폭풍질주''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미국 존 크릴 교수 연구팀(켄터키주립대)은 날씨, 코스, 러닝화 등 최적의 조건으로 시뮬레이션할 경우 한계기록은 1시간57분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마의 벽''은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에 의해 계속 깨지지만 기준점이 바뀔 뿐 없어지지는 않는다. 왜 그럴까. 윤영길 교수는 "마의 벽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종합한 결과, 분석 시점에서 가능한 최고의 성과다. 장비나 시설 등이 개선되고, 선수의 훈련프로그램이 전문화되면서 기준점은 계속 변하게 될 것이다. 마의 벽은 절대적 한계개념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모든 변수를 고려한 상대적 한계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estNocut_R]
역도에는 ''용상에서 몸무게의 3배, 인상에서 몸무게의 2.5배를 들어올릴 수 없다''는 통설이 있었다. 그러나 ''포켓 헤라클레스'' 나임 술레이마눌루(터키)는 88년 서울 올림픽 역도 60kg급 용상에서 190kg을 들어올리며 이런 통설을 깨뜨렸다. 또 하릴 무툴루(터키)는 2001년 유럽선수권대회 56kg급 용상에서 168kg을 든 적이 있다.
선수들에게 넘지 못할 벽은 없다. 오는 7월 열리는 런던올림픽에서는 어떤 선수가 ''마의 벽''을 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