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에 가면 아파트 24층 높이의 ''''공중 파출소''를 볼 수 있다. 그들은 6000피트(약 1.8㎞) 상공, 반경 약 9.3㎞ 내에 이착륙하거나 지나가는 모든 항공기들을 관제한다. 바로 거기 ''''항공 경찰'''' 제주공항 항공 교통 관제사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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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복 없는 항공 경찰
관제탑은 멋진 항공 제복을 입은 관제사들이 일반인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항공용어만 쓰는 곳이 아니다. 그들은 특이하게도 티셔츠를 입고 슬리퍼를 끈다. 관제사는 복장에 관한 규정이 항공업 치고는 덜하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업무 때문에 복장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A항공기가 착륙하고 K항공기가 활주로를 이동하고 있다. E항공기가 이륙하자 헬멧을 쓴 남자가 이륙하는 항공기를 향해 손을 흔들고, 조그만 화물차가 비행기에 승객들의 짐을 싣는다.
공항 게이트에서 유리너머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상에는 관제사들의 노력이 숨어 있다.
''''어떤 항공기가 빨리 이륙하는 것이 유리할까'' ''''저 항공기가 이륙하기 애매하다. 다른 항공기가 착륙한 뒤 이륙해야겠다'' ''''장애물이 방해되니 치워야 된다'' 등을 계산하고 실행에 옮기는 관제사들이 질서를 만든 결과다.
▲ 항공 교통 관제사가 되려면?관제사가 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관제사가 되기 위해선 전문기술원, 대학, 공군을 통해 항공교통 관제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에서 지정한 영어 4등급과 항공전용 영어 시험도 봐야한다. 자격을 얻었다 해도 바로 일을 시작할 순 없다. 각 공항 특성을 고려해 근무할 수 있는 면허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12개월에서 18개월 정도 걸린다.
또 업무를 하기 위해선 2년에 한번 엄격한 신체검사를 통과해야 주어지는 ''''화이트 카드''''도 필요하다. 전염병 등을 보균할 경우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항공종사자들은 신체검사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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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교통 경찰'' 관제사들은 무슨 일을 할까?가장 핵심적인 국지관제석은 항공기의 이착륙 허가를 내린다. 이 일은 항상 입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지상으로부터 이륙하는 항공기가 공중으로 올라갈 때의 거리, 속도를 계산하고 항공기가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게 관제를 한다.
제주국제공항 국지 관제사 장경석씨는 ''''지금 같은 비수기는 교통량이 적지만 비행기가 많이 몰릴 때는 몇 초 단위로 움직여야 되서 온 신경이 집중돼요. 2시간 정도 근무해도 쉬는 시간에 차 한 잔 마실 때는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오죠" 라고 했다.
항공기 사고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초래한다. 한 대라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항상 고도의 집중력과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망원경을 통한 관찰도 잊지 않는다. 레이더 상에서 나타나지 않는 장애물과 착륙기가 바퀴를 잘 내리는지 체크해야 한다. 미세한 장애물도 자칫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륙하기 전 활주로까지의 모든 움직임은 지상관제석에서 통제한다. 항공기 조종사는 엔진을 넣고 시동을 거는 것, 이륙하기 위해 활주로까지 이동하는 것을 이 곳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이착륙때 장애가 될 수 있는 차량, 사람 등을 안전하게 대피 시키고 통제한다. 한마디로 이들의 허가 없인 지상에서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다.
▲ 그들의 하루 일과는?오전 8시45분에 출근한 관제사들은 기상파악, 교통량, 특이사항 등의 업무 브리핑을 받는다. 새벽근무를 마친 관제사들은 근무를 하면서 중요했던 부분을 인계해준다. 출근한 관제사들은 2시간씩 교대로 일한다. 2시간 이상 과도한 집중력을 소모할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부담이 오기 때문에 법으로 정해졌다.
2시간이라고 해도 훈련관제사 교육을 하고, 바쁜 일이 생기면 바로바로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맘놓고 쉴 수 없다. 다른 업종들은 점심시간에 손을 놓으면 되지만 관제사들에게 점심시간은 가장 바쁜 시간이다. 쉬는 시간 틈틈이 도시락이나 배달음식으로 허기를 채운다.
그렇게 일을 마친 오후 6시. 야간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을 한다. 야간에는 김포공항과 인천국제공항 국제선들이 기상 악화로 회항하게 되면 제주가 회항공항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에 따라 새벽에 중국 항공기들도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 사고 쳐 본 적 없는 엘리트 항공경찰들의 비결은?현재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 관제량은 6%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루 평균 320대. 작년 8월 8일에는 하루 460대를 무사고로 관제하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인천국제공항 관제탑의 절반 인원으로 이룬 성과다.
제주공항 관제탑 장세용 탑장은 제주공항 관제시스템이 우수한 이유로 팀원들의 크로스체크를 꼽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해요. 그것은 관제사에게도 마찬가지죠. 실수할 때 서로 ''''선배님 뭐하십니까'' ''''미안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 됐습니다. 관제사는 적지만 몇 년째 트래픽양이 증가해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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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범인들''''태풍 같은 큰 기상이변이 나타나면 제주공항은 이륙하지 못한 항공기들로 항상 마비가 된다. 관제지시를 했는데 조종사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서 다른 항공기보다 먼저 이륙하려고 할 때면 충돌할까봐 정말 아찔합니다" (제주공항 관제탑 레이더 소장 오상호)
''''날씨가 안 좋으면 목적지까지 못가고 대체공항에 착륙을 하게 되는데 오는 과정에 방향이 다른 항공기가 근접하면 혹시 부딪치지 않을까 무섭죠" (김태수 관제사)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은 관제사를 비롯해 조종사와 승무원, 승객들을 당황스럽게 한다. 제주도에서는 특히 한라산을 만나 갈라졌던 강풍이 다양한 지형지물과 부딪힌 뒤 다시 합쳐져 ''''윈드시어''라는 돌풍이 일어난다. 이 소용돌이 바람은 베테랑 조종사라 할지라도 회항할 수밖에 없다. 연 평균 약 400편의 비행기들이 이 기상현상 때문에 결항한다. 심한 안개와 번개를 동반한 적란운 등은 더 많은 집중력을 소모한다.
▲ 쉴 틈 없는 공무원들 보람은 어디에서 찾을까?항공교통 관제사는 국토해양부 소속 공무원이다. 억대 연봉을 받는 해외관제사들보다 봉급도 적다. 하지만 그들은 오로지 승객과 안전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기에 마음만은 배부르다.
''''날씨가 안 좋은 날 항공기들이 대량으로 몰려올 때 정신없이 일하고 아무 사고 없이 비행기를 안전하게 착륙시켰을 때 조종사들의 ''''땡큐'' 한마디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장경석 관제사)
''''작년에 항공기 460대라는 일일 최고 관제기록을 냈어요. 화장실 못 갈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했죠. 방송에도 최고의 관제사라고 나가서 기분이 좋았지만 그날 모든 승객들이 사고없이 안전하게 내린 것이 더 큰 보람이었어요" (제주공항 관제탑 장세용 탑장)
그들은 피로에 지쳐도 조종사들의 감사 한마디에 하루가 즐겁고 사고 없이 승객이 안전하게 내리면 보람을 느낀다. 이 시각도 그들은 매서운 눈초리로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