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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파장이 의외로 빠르게 진정되면서 엉뚱하게 사망원인이나 사망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그런데 사망원인이나 사망시점을 둘러싼 논란은 구체적인 정보나 근거도 없이 ''장님 코끼리 만지는 듯한'' 백가쟁명식 논쟁만 일으키면서 오히려 남북관계에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19일 특별방송을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달리는 야전 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과 심장성 쇼크가 발생해 구급치료 대책을 세웠으나 이날 오전 8시 30분에 서거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18일 진행된 병리해부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확정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런 발표에 대해 일부 인사들이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망원인과 시점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가장 먼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다.
전여옥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혹 내부 권력투쟁 결과로 타살된 것은 아닐까요? 열차에서 과로사?"라는 글을 올린 뒤 "김정일 부검 실시했다고 합니다. 의례적 절차라지만 이상하죠"라는 트윗을 했다.
사망 시점에 대한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다름 아닌 원세훈 국정원장이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21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김정일 전용 열차가 평양 룡성역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이 어디에 가려고 (열차에) 탄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세훈 원장은 또 "열차가 움직인 흔적은 없었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져 "달리는 열차 안에서 서거했다"는 북한 매체의 발표와 다른 얘기를 했다.
한나라당 정옥임 의원도 22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의를 통해 ''''김정일이 사망했다. 와병 중이었으나 12월 17일까지도 평양 대형마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던 모습이 공개된 터라 사인에 대한 설왕설래가 많다''''면서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 12시쯤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일이 영하 12도의 아침 8시 30분 열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는 발표가 석연치 않다''''며 ''''열차에서 죽었다면 목격자도 많았을 텐데 50시간이 넘게 기밀이 유지됐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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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16일 오후 8시 사망했다"며 "북한은 중국에 이 사실을 18일 오후 8시에 통보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은 "국가정보원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한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으나 청와대가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라며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SNS에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원인을 둘러싼 논란이 번지고 있다.
문제는 사망원이나 사망시간과 관련해 북한의 발표를 뒤집을 증거는 증언은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미확인 첩보나 떠도는 얘기들을 근거로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겠나?''라는 추측성 발언이나 문제제기가 많은데다 언론이 이를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김정일 사망정국의 보도가 사망원인이나 시점을 둘러싼 논란으로 변질되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의 보도는 더욱 가관이다.
일본의 민영 방송사인 TV아사히는 22일 북-중 관계에 정통하다는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17일 오전 1시경 평양에서 40km 떨어진 별장 집무실에서 의식불명상태로 발견됐다"고 보도하면서 "김 위원장이 숨지기 직전 경호원에게 ''물을 달라''고 했다는 보도를 했다.
이런 일본의 보도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런 보도를 다시 받아서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관심을 갖는 것은 김 위원장 사후 북한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 지 또 그 변수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여부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북한 내 돌발변수로 인한 사고로 사망한 것이 아니라면 북한의 발표를 존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북한이 "18일 진행된 병리해부검사에서 질병의 진단이 확정됐다"고 밝힌 이유도 이런 의혹제기가 있을 것을 대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 방송이 "현지지도의 길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발표한 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김 위원장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민생을 챙겼다는 일종의 신격화 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겠지만 이를 문제 삼아 논란을 벌이는 것은 아무런 이득도 없는 ''논쟁''에 불과할 것이다.[BestNocut_R]
그보다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후 한반도의 정세변화나 북한 내부에서의 돌발사태 발생여부 그리고 국정원과 군 기관의 정보수집능력 문제 등을 다루는 것이 본질일 것이다.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가 "원세훈 국정원장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이런 논란을 부추긴 것은 일종의 국정원으로 쏟아지는 비판을 면해보려는 꼼수를 쓴 것이다"고 못 박은 것처럼 불필요한 논쟁들은 오히려 본질을 흐리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따라서 논쟁을 위한 논쟁보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생산성 있는 토론이나 문제 제기를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