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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프리뷰] ''퍼펙트 센스'', 잃을수록 완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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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빗 맥킨지 감독, 15세 관람가

    ㅎㅎ

     

    어느 날 갑자기 슬픔을 느낀 뒤 후각을 상실하는 사람들이 출현한 가운데 사랑에 냉소적인 과학자 수잔(에바 그린)과 요리사 마이클(이완 맥그리거)은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두 사람 또한 ''감각상실 바이러스''에 감염돼 후각과 미각 청각 등을 하나둘씩 잃게 된다.

    ''퍼펙트 센스''는 전 인류가 ''제로센스''로 향해가는 과정을 시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뭔가 ''''멜랑꼴리''''하면서 철학적이며 쓸쓸한 느낌을 자아낸다. 계절적으로는 늦가을과 잘 맞다.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절망하지만 곧 적응하고 다시 삶을 이어간다. 두 남녀의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오히려 하나둘씩 잃게 되면서 사랑에 냉소적이던 둘은 사랑의 가치를 더욱 깨닫게 된다. ''잃을수록 완벽해진다''는 카피가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다.

    사람들이 감각을 상실하는 장면은 두 남녀의 로맨스만큼 흥미롭다. 미각을 잃기 전 허기를 느낀 사람들이 미친 듯이 음식을 탐하는 장면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청각을 잃은 마이클이 클럽을 찾아 연주하는 사람들을 보는 장면은 꿈속처럼 몽환적이다. 미각을 잃은 사람들이 시각과 청각으로 음식을 즐기는 장면도 흥미롭다. 영화 속 내레이션처럼 어떻게든 삶은 계속된다.

    배우들의 호연과 독특한 영상편집도 눈에 띈다. 데뷔작 ''몽상가들''이후 노출불가를 선언했던 에바 그린은 이번 영화에서 가슴 등을 자연스럽게 노출하며 그녀만의 매력을 뽐낸다. 또 이완 맥그리거와 함께 미각을 잃은 뒤 욕조에서 면도크림과 비누를 먹으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모습은 실제 연인처럼 보일 정도다.

    ''퍼펙트 센스''는 한권의 멋진 사진집을 보는 듯하다. 에바 그린의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이상 현상으로 혼란에 빠진 인류의 모습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두 주인공이 살고 있는 우울한 잿빛의 영국뿐만 아니라 뜨거운 태양의 케냐와 멕시코 인도 등에서 촬영해 색감이 다채롭다.

    다만 감각을 하나씩 상실할 때마다 이미지가 반복되는 면이 없지 않다. 또 할리우드식 로맨스 영화를 기대한다면 영화의 드라마 전개 방식이 낯설 수 있다. 데이빗 맥킨지 감독은 "우울한 장면, 재미있는 장면, 웃기는 장면, 숨이 멎는 장면 등 관객이 여러 감정에 공감하고 결국 영화를 통해 삶을 느꼈으면 한다"고 전했다.

    한 언론관계자는 "모든 걸 잃어가는 공포를 보여주는 아이디어는 무척 좋고 또 흥미롭다"며 "다만 무감각으로 가는 상황을 에바 그린의 내레이션으로 설명하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사건으로 직접 느끼게 해줬어도 좋았을 법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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