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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부인을 되살리기 위해 지하 세계로 내려간 남편은 신에게 지상으로 나갈 때 까지 뒤를 돌아보지 않으면 부인을 살려 주겠다는 약속을 받는다. 하지만 남편은 참지 못하고 뒤를 돌아보고, 부인은 슬픈 눈으로 영원히 사라진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오르페우스 이야기다. 사실 소중한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지하세계에 내려간다는 설정은 ''바리공부'' 설화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야기다. ''별을 쫓는 아이:아가르타의 전설''(이하 ''별을 쫓는 아이'')에 등장하는 아가르타는 바로 일본의 오르페우스 신화가 실린 ''고사기''에 등장하는 지하세계다.
''별을 쫓는 아이''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평을 들을 법한 작품이다. 삶과 죽음, 그리움과 외로움, 행복과 슬픔 등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적인 키워드를 담았다. 하지만 관념적인 것들만 늘어놓는 지루한 이야기는 아니다. 입체적인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는 한눈 팔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일본 애니메이션 특유의 따뜻한 색감으로 펼쳐지는 판타지 어드벤처는 보는 재미까지 더한다.
주인공 아스나는 ''엄친딸''이다. 매번 시험 1등에 바쁜 간호사 엄마를 대신해 빨래, 청소, 요리까지 척척이다. 하지만 혼자인 아스나는 외롭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유일한 취미라곤 아버지가 남겨준 광석을 이용해 라디오를 듣는거다.
그런 아스나에게 슌이 나타난다. 자신을 아가르타에서 왔다고 소개한 슌은 아스나에게 알쏭달쏭한 말과 그리움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다.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슌을 찾기 위해 아스나는 겁도 없이 임시 담임 모리사키와 아가르타로 향한다.[BestNocut_R]
2시간이 조금 안 되는 러닝타임 동안 작품 속 설정 어떤 것 하나 놓치는 것이 없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짜인 인물의 관계도 위에 작은 대사나 소품들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하나하나 모아진다. 특별한 악인이나 적이 없어도 극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미야자키 하야오를 잇는 신세대 감독으로 꼽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30년 가까이 구상해 완성했다는 섬세함을 작품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다. 25일 개봉.